高물가·유가·금리 ‘3苦’..서민생활 ‘휘청’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유가와 고물가, 고금리 등 3고(高) 현상이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압박하고 있다. 3고 현상은 올해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갈수록 악화될 전망이다.
■치솟는 유가에 물가까지 ‘들썩’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씨(35·서울 상도동)는 출근하기 위해 이전보다 1시간 정도 먼저 일어난다. 지금까진 자가용을 몰고 출근했지만 최근에는 전철을 타고 가야 해서다. 자가용으로 가면 여의도에 있는 회사까지 20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전철로는 1시간가량 걸린다.
김씨는 “휘발유를 5만원어치를 넣어도 절반밖에 차지 않아 도저히 차를 몰고 다닐 수 없었다”면서 “비싼 돈을 내느니 조금 더 일찍 일어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이 이어지며 김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오르던 유가는 최근에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대형사고’를 쳤다. 국내 원유가격의 기준인 중동산 두바이유도 90달러선을 넘었다. 두바이유는 2005년에는 49.4달러에 불과했다.
고유가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6년 2.2%대 상승에 그쳤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3% 벽을 넘더니 11월에는 3.5%, 12월에는 3.6%나 올랐다. 3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문제는 물가가 안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유가뿐 아니라 곡물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중순 현재 식품의 원료가 되는 밀과 콩의 선물가격은 전년 같은 달보다 각각 49%, 59%나 뛰었다. 국내 업체들은 이미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식품업계는 벌써 과자류와 유제품 가격을 10∼30% 올렸고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자장면 값도 500원 정도 비싸졌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물가안정대책반’을 꾸려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물가 상승이란 추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 물가를 지난해보다 0.5%포인트 오른 3%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 너마저…”
금리는 고유가·고물가를 헤쳐 나가기도 버거운 서민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은행들이 연초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물론 신용대출 금리, 학자금대출 금리까지 잇따라 올려 대출금리 인상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10일 5.89%를 기록했다. 지난 2001년 2월 2일(5.89%) 이후 7년여 만에 최고치다. 2005년 초만 해도 3.58%대에 불과하던 금리가 3년 만에 2%포인트나 넘게 급등한 것이다.
펀드 등 투자상품으로 자산이전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물가상승 압력까지 있어 금리의 고공행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기준금리 급등은 변동금리로 대출 받은 서민들에겐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6년 은행에서 2억원을 대출받아 집을 산 회사원 최모씨(39)는 “그간 금리가 오르면서 연간 286만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답답해 했다.
전문가들은 3고 현상을 잡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성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하루라도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고유가 대책은 새 정부가 출범한 다음달 말 이후에야 나올 전망이다. 9일 발표된 ‘2008 경제운용방향’에서 제대로 된 서민안정대책이 나오지 않은 게 그 방증이다.
/star@fnnews.com 김한준기자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