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의자 하나 놓고 '모유 먹이세요'
구·군 보건소 16곳 중 별도 수유실 3곳뿐
백화점·대형마트 등 완벽한 시설과 대조

모유수유를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산모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지만 모유수유를 위한 여건은 이에 따라주지 못하고 있어 많은 산모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가 모유수유를 장려하고 있음에도 보건소 등 공공 장소에는 모유수유실이 아예 없거나 있다 해도 의자 하나만 겨우 갖췄을 만큼 시설이 매우 열악한 실정. 오히려 대형마트, 백화점 등 민간 영역에서 눈에 잘 띄는 장소에, 제대로 시설을 갖춘 모유수유실을 구비하고 있어 공공 영역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함께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생후 6개월 시점에서 젖을 먹이는 산모는 전체의 37.4%로 2001년 9.8%에 비해 5년새 4배 가량 늘어났다.

그러나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산지역 16개 구·군 보건소 중 모유수유실 용도로 방을 따로 마련한 곳은 동래구, 금정구 등 3곳에 불과하다. 5곳은 각종 예방접종 접수 및 모자보건 교육을 하는 모자보건실에 따로 칸막이를 쳐두는 형식으로 모유수유 공간을 뒀다. 이마저도 없는 곳이 나머지 8개 구·군에 해당된다.

4개월 된 아이를 두고 있는 강은설(27·여)씨는 "기본 예방접종의 경우 보건소에서 무료로 해주는 것이 많아 아기엄마들이 보건소에 많이 오는데 모유수유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수유를 한 적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공공시설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하철 역사의 경우 1·3호선 환승역인 부산 연제구 연산동역에만 모유수유실을 갖추고 있을 뿐 1, 2호선 역사에는 모유수유실이 아예 없고 3호선 역사에는 역무실 안에 블라인드를 쳐둔 형식으로 마련돼 있지만 역무실 안이라 편하게 드나들기는 쉽지가 않다.

KTX 기차 안에도 모유수유실이 있지만 의자 하나를 둔 것이 전부여서 수유하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하다. 구청 등 관공서들도 새로 지은 건물인 경우 그나마 모유수유실 형태의 공간을 갖추고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오히려 민간 영역인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는 세면대, 기저기교환대, 편안한 소파와 쿠션 등을 갖춘 모유수유실을 구비해 둬 공공 영역보다 오히려 모유수유 여건 마련에 있어 앞서 있다.

모유수유전문가인 부산대학병원 신생아실 김은주 간호사는 "모유 수유를 하고자 하는 산모들의 의지는 굉장히 높아져 실제로 90% 이상의 산모가 모유수유를 원하지만 대부분 현실적 한계에 부딪혀 10명 중 6~7명은 포기하고 만다"면서 "모유수유실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은 프라이버시의 보호이나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이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