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식중독 주범 '노로바이러스' 주의보
전국 지하수 20곳 중 6곳서 검출
오염된 물·식품, 배설물 통해 감염

오염된 지하수 등을 통해 감염되는 노로바이러스는 식중독의 주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은 지하수 수질 검사 현장.


집단 식중독의 주범으로 알려진 노로바이러스 때문에 전국의 지하수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지하수는 위생관리의 사각지대인 소규모 수도시설에서 주로 이용되고 있어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 발병의 위험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노로바이러스 오염 실태조사에 나서는 등 대책을 서두르고 있지만 별다른 예방법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하수, 노로바이러스 비상

환경부는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전국 지하수 중 수질오염 우려가 높은 20개 지점을 선정해 노로바이러스 오염실태에 대한 시범조사를 실시한 결과, 6개 지점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 중 음용수로 이용되는 곳은 3곳이었는데 2곳은 강원도 홍성군의 마을 상수도였고, 1곳은 민방위 비상급수 시설이었다.

노로바이러스는 사람의 장에서만 서식하는 바이러스로, 40일 정도 생존하면서 오염된 물이나 식품, 감염된 사람의 배설물을 통해 감염된다.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노로바이러스는 주로 기온이 낮은 동절기에 활동하며 하절기에도 발병한다. 감염되면 가벼운 장염과 미열 또는 설사를 일으키며 심하면 식중독으로 진행된다.

마을 상수도 등 소규모 수도시설의 관리가 미흡한 것이 노로바이러스 검출의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농어촌 지역에는 농경지와 축사 등 오염원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노로바이러스 오염 가능성이 높고, 25년 이상된 노후시설이 전체 지하수 시설의 47%를 차지하고 소독처리도 미흡하기 때문이다.

지하수를 이용하는 시설 주변에 대한 관리도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학교나 집단급식소 등의 취수원이 정화조나 축사 등 오염 위험지와 가까운 경우가 많고, 수질 기준이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소독하거나 정수처리만 거친 후 그대로 물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오염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노로바이러스 관련 조사를 강화하고 향후 지하수와 관련한 노로바이러스 오염 관리 대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계획에 따르면 내년에 전국 단위의 노로바이러스 오염실태조사가 실시된다. 또 농어촌의 노후한 마을상수도 등 소규모 수도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내년부터 2014년까지 총 8천686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오염원 관리를 위해 농어촌 지역의 마을 하수도 정비 사업도 추진돼 오는 2015년까지 총 2조4천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자돼 노후시설 등 1천400개소를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노로바이러스, 왜 문제인가

노로바이러스는 식중독의 주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는 있지만 그 실체가 좀처럼 밝혀지지 않고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지하수에 존재하고 있을 때만 그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사멸이 되면 노로바이러스가 존재했었는지 여부조차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집단 식중독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지하수에 존재하는 노로바이러스가 주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실체가 드러난 적은 거의 없다. 식중독의 원인 분석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지난 2004년 제주도에서 수학여행을 갔던 고교생들이 집단으로 식중독을 일으켰을 때 지하수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 현재까지 유일한 노로바이러스 검출 사례다. 지난해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특정 급식업체가 일으켜 전국적인 소동을 일으킨 집단 식중독 사건의 경우 당시 식품용 지하수가 문제인 것으로 추정돼 4곳을 조사했지만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지난 5월 충북 보은의 한 수련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건에서도 보건 당국이 '지하수가 원인'이라고 발표하고 인근 지하수를 조사했지만 노로바이러스는 없었다.

정확한 원인 규명이 없는데다 관련 당국간의 협조체계도 미흡해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 집단 식중독 사건이 발생하면 지하수가 식중독에 어떤 원인을 제공했는지 자세히 분석하고 관련 기관이 서로 정보를 공유해야 하지만, 별다른 분석도 없이 원인 추정만 하고 있다.

감염성이 높은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분석방법도 없다. 환경부에 따르면 노로바이러스는 세포 배양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시험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도 정해진 것이 없어 분석 결과가 나와도 논란의 소지가 많다.

세계적으로도 노로바이러스는 큰 골칫거리다. 선진국에서도 감염성이 있는 노로바이러스를 분석하는 방법이 없어 주로 유전자 검색법을 응용해 검출하고 있지만 한계가 많고, 특히 지하수의 경우 바이러스 농도가 낮기 때문에 많은 양의 지하수를 여과해 농축시키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문제가 있다.

노로바이러스의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노로바이러스를 수질기준 항목으로 정해서 관리하는 나라도 없다. 미국이 노로바이러스를 오염후보물질로 관리하고 있을 뿐 대부분 국가는 위생관리 및 물 끓여먹기 등 예방에만 힘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 노로바이러스에 의해 식중독에 걸리는 환자가 약 2천300만명에 달하며, 이는 전체 식중독 환자의 절반을 넘는다. 일본에서도 지난 2005년 한해 1천500여건의 식중독 사건이 발생해 총 2만7천여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 중 8천700여명(32.3%)이 노로바이러스에 의해 식중독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지난 1~5월 집단 설사 증상 발생 111건 중 노로바이러스가 원인인 것이 32%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관 기관과 협조체계를 강화해 노로바이러스가 의심되는 지역에서는 신속하게 조사를 실시하고 원인을 규명하는 한편 지하수 이용 중단이나 대체 급수를 실시하는 등 감염 확산 방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준식기자 anubis74@busanilbo.com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