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푸드, 어찌하오리까
미끼 상품 등 부적절한 광고 '어린이 식생활 안전 특별 법안'
심의도 안 돼 올해 제정 힘들 듯
세계 각국이 어린이 비만과 각종 질병 예방을 위해 ‘쓰레기 음식’으로 불리는 패스트 푸드와의 전쟁을 벌이며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 나라는 이렇다 할 법적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식품 의약품 안전청이 국회에 제출한 ‘어린이 식생활 안전 관리 특별 법안’은 심의(審議)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폐기될 위기에 놓여 있다.
“햄버거는 엄마 드세요. 나는 장난감만 가질래요.”
최근 ‘ㄱ’ 패스트 푸드점에서 만난 초등학교 1학년 김민혁 군(가명). 배가 고프지 않았음에도 햄버거를 주문했다. 어린이 세트 메뉴에 덤으로 얹어 주는 곤충 장난감을 갖기 위해서다. 이런 모습은 지난 달부터 어린이 세트에 바비 인형과 미니카를 끼워 주는 ‘ㄴ’패스트 푸드점에서도 심심찮게 목격(目擊)됐다. 대부분이 텔레비전 광고를 보고 부모나 친구들과 함께 찾아온 어린이 고객들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패스트 푸드점들이 미끼 상품을 끼워 넣은 세트 메뉴로 어린이를 유혹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선물로 마련해 대대적으로 광고하면 매출액이 부쩍 는다.”며 미끼 상품이 효과가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처럼 우리 어린이들은 텔레비전 패스트 푸드 광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지난 달 국회의 KBS 국정 감사에서도 어린이 프로그램 광고 대부분이 패스트 푸드와 과자 광고라는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선진국의 경우 어린이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패스트 푸드의 광고를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는 2004년부터 텔레비전의 어린이 프로그램 방영 중 고지방, 고당 식품 광고를 못 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노르웨이, 벨기에, 네덜란드도 어린이 프로그램 시간대 광고를 전면 금지 혹은 제한하고 있다. 핀란드는 장난감을 끼워 파는 패스트 푸드점의 어린이 메뉴 광고를 ‘부적절 광고’로 규제하고 있다.
이 같은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우리 식품 의약품 안전청도 ‘어린이 식생활 안전 관리 특별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어린이 시청 시간대에 패스트 푸드 광고를 제한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해 있다. 대통령 선거로 인해 올해 국회 회기가 11월 23일로 예년에 비해 한 달 이상 일찍 마감되는 데다, 현재까지 심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법률안이 통과된다 해도 실제로 법이 시행되기까지는 통상 1 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올해 안에 이 법률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어린이들은 앞으로 2 년 이상 패스트 푸드 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밖에 없게 된다.
식품 의약품 안전청 식품 안전 정책팀 김수창 사무관은 “해로운 음식으로부터 어린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법안이 하루 빨리 통과돼야 한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최지은 기자 wind@snhk.co.kr
[소년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