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의 이색 수업… “식품첨가물 NO” 식생활 지도
“자, 여러분이 갖고 온 ××× 과자 상자에 ‘원재료’라고 표시돼 있는 곳을 보세요. 뭐라고 적혀 있죠?”
24일 오전 10시 서울 구로5동 신구로초등학교 1학년 4반 교실. 담임 최영남(44·여) 교사가 과자 상자의 한켠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이들은 각자 책상 위에 있는 ××× 상자로 눈을 돌려 ‘원재료’를 찾기 시작했다. 1분쯤 지나자 여기저기서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백설탕, 소맥분, 식물성 유지, 코코아 매스, 정제 소금, 유화제, 합성착색료, 향료, 산도 조절제, 보존제….”
“그래요. 여러분이 매일 사 먹는 ×××에는 19가지 재료가 들어 있어요. 그런데 이 중 5가지를 빼고는 음식이 아니라 색을 예쁘게 내고 향기를 좋게 해주는 ‘식품 첨가제’라는 것이에요. 식품 첨가물은 몸에 아주 안 좋은 건데, 특히 많이 먹으면 아토피 피부염에 걸릴 수 있어요.” 최 교사는 “이런 과자를 사달라고 엄마한테 졸라야겠어요? 안돼요?”라고 물었고,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안돼요”라고 합창했다.
이 학교는 올 2학기부터 학년별로 1개반씩 선정, 모두 6개반을 대상으로 ‘식품 첨가물 섭취 제한 교육’이란 이색 수업을 매주 한차례 진행하고 있다. 식품 첨가물은 식품 제조·가공시 기호 및 영양 가치를 높이기 위해 넣는 물질로 조미료, 착색료 등을 말한다. 최근 식품 첨가물이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고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학적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가정뿐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도 식생활 지도를 통해 아이들의 먹을거리 건강을 지켜주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교과 수업에 적용한 사례는 전국에서 신구로초등학교가 처음이다. 5학년 4반 담임 배희숙(42·여)씨 등 이 학교 교사 5명은 지난 7월 ‘아토피 초등교육 연구회’란 모임을 만들고 아토피 예방·관리를 위한 교육 모델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4월 초 전교생 1000여명이 아토피 실태 조사를 위해 피부 검진을 받은 결과, 전체 학생의 35%가 아토피 증상을 가진 것으로 나온 게 직접적 계기가 됐다.
“엄청 놀랐죠. 유치원 및 초등학생 3명 중 1명이 아토피 증상을 갖고 있다는 뉴스를 듣긴 했는데, 실제 우리 아이들이 그렇다고 하니까요.” 배 교사는 “아토피 원인은 유전적·환경적 요인, 음식물 등 다양한데 교육 현장에서 다룰 수 있는 게 식생활 지도라는데 교사들이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4월 이후 식품 첨가물에 관한 국내외 연구 결과를 수집한 이들 교사는 여름방학도 ‘반납’한 채 2학기부터 쓸 교재와 지도 지침을 만들었다. 학부모들에겐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그 결실로 이제 ‘특별한 수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 과정에서 학부모와 아이들의 관심, 그리고 협조를 이끌어낸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배 교사는 “일부 맞벌이 가정에서 ‘뭐 이런 일을 하냐’며 불평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식생활 지침을 잘 따라줬다”며 고마워했다.
교사들은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교육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되길 희망한다.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국민일보-쿠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