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식료품가격과 전쟁… “빵값 잡아야 정권 안정”
국제 곡물, 육류 부족사태 여파로 식품가격이 급등하자 각국 정부가 식품가격 안정화와 식량 확보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문제를 내버려뒀다간 민심 악화와 사회 혼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국가들은 곡물가 폭등이 식량안보에까지 위협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 비축량 증강에 나섰다.
러시아 정부는 24일 빵과 치즈, 우유, 계란, 채소 등 주요 식품가격을 올 연말까지 지난 15일 현재가 이상으로 올리지 않겠다는 내용의 협정문을 주요 식품판매업체들과 체결했다고 영국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수개월간 빵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뛴 데 이어 지난 한달동안에만 유제품과 조리용 기름이 각각 9.4%, 13% 인상돼 국민들의 불만이 한껏 고조된 상태다.
중국은 식품가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시 저소득층과 학생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계획중이며 러시아와 비슷한 가격통제 정책도 검토 중에 있다. 또 이집트와 요르단 방글라데시 모로코 등은 식품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수입관세를 인하하고 곡물 생산증가를 위한 농업보조금 지급을 확대했다고 FT는 전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는 곡물가격 안정과 식량 자급을 위해 옥수수 보리 밀 등 3대 주요 작물에 대해 수출통제를 추진키로 했고, 유럽연합(EU) 역시 식량부족 사태를 우려해 수년간 실시해오던 일부 곡물에 대한 생산량 규제 조치를 해제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세계적 식량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예년보다 식량 수입을 확대해 비축량을 늘리기로 했다.
각국이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선 것은 민심 악화를 우려한 때문이다. 세계식량기구(FAO)는 "식량가격 급등의 여파가 이미 일부 개발도상국가들에서 사회혼란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이탈리아에선 밀과 빵, 우유값 인상에 항의하는 서민들의 시위가 벌어졌으며, 이집트 정부가 식품가격 안정화에 적극 나선 것도 1977년 빵 가격이 급등하자 '빵 인티파다(봉기)'가 벌어진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FT는 전했다. 러시아 일간 프라우다는 "푸틴 대통령이 과거 소비에트식 가격통제 정책까지 펴가며 식품가격 잡기에 나선 것은 12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 동요를 막기 위한 조치"라며 "1917년 볼셰비키 혁명에서 경험했듯 러시아에서 식량 문제는 극도로 민감한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FT는 "현재의 식량위기는 1970년대 식량위기 이후 30년만에 최악"이라고 진단했다. 신문은 영국의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를 인용, "이제는 식량을 전략적인 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쿠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