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종말론](5) 암과 ‘용·불용설’
입력: 2007년 10월 15일 22:10:31
암이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으로 나눈다. 환경적 요인은 인간의 여러가지 생활습관과 더불어 외부환경 요인에 의해 발생된다. 일반적으로 흡연과 만성 감염증, 그리고 식이요인이 가장 중요한 세가지 원인이다. 그중 암의 15%는 흡연에 기인하며, 선진국의 경우에는 지난 수세기 동안 흡연인구가 크게 늘어난 결과 모든 암의 30% 정도가 흡연에 의한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다.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직업적 요인과 생식 요인도 암 발생에 상당히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이들 요인 각각은 약 5% 이하씩 기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 음주, 환경오염, 태양광선 및 전리방사선(이온화 방사선)도 각각 3% 정도 암 발생에 기여한다.
‘암이 왜 생기는가?’를 설명하는데 ‘(過)用·不用說’을 인용하기도 한다. 일찍이 영국의 유명한 학자인 레인 클레이폰은 “인체의 장기는 원래 주어진 자기의 기능을 발휘할 기회를 전혀 가지지 못하는 경우(不用)나 너무 과하게 사용할 경우(過用) 암으로 변하기 쉽다”고 하였다. 즉, 유방의 원래 기능은 태어난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는 것으로, 이런 관점에서 엄마 젖을 먹이는 행위를 가질 기회가 전혀 없었던 여성은 不用說(불용설)에 입각하여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반대로 결혼을 너무 일찍 하였거나 사춘기 시절부터 성적 접촉의 기회가 과하게 많았던 여성, 아이를 너무 많이 낳아 기른 여성, 직업적 매춘여성 등은 過用說(과용설)에 입각하여 자궁경부암에 걸리기 쉽다. 난소암도 過用說에 입각하여 배란의 기회를 많이 갖는 여성에서 잘 걸리는 특성이 있다.
위암은 너무 짠 음식을 너무 많이 섭취하는 한국인에서 많이 발생하고, 신선한 야채를 상대적으로 너무 적게 먹을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한국인에서 많이 발생하였다. 과거에는 너무 못 먹어 영양상태가 불량하였는데, 요즘은 햄버거나 스테이크로 대변되는 서양식 육류의 섭취량이 거의 모든 동양국가에서 늘어나고,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운동량은 과거에 비해 너무 줄어들어 대장암이나 전립선암의 발생이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모두 서양인의 암이었던 질병이다. 모두 ‘用·不用說’에 입각하여 이해되는 설명인데, 왠지 한편으로 씁쓸하다. 원래 우리 민족은 중용을 미덕으로 삼았고,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정신을 생활신조로 여겼을 터인데….
〈유근영 국립암센터 원장 www.ncc.re.kr〉
[스포츠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