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쌀전쟁’쭉쩡이는 누가 될 것인가
[쿠키 사회] 쌀 개방 이후 판매 경쟁이 치열하다. 양보다 질을 따지는 소비패턴으로 소비는 급감한 반면 쌀은 넘쳐난다. 여기에 수입 쌀이 가세하면서 쌀 시장은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국산대 수입쌀, 일반 대 유기농 쌀, 그리고 브랜드 쌀마저도 명품 고지를 점하기 위해 피를 말린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0년 전 102.4kg에서 올해는 76.6kg로 급감했다. 도내에서 생산되는 74만여t 가운데 23%만 자체 소비되고 나머지는 내다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시판된 밥쌀용 수입 쌀은 요식업체를 파고 들며 가뜩이나 어려운 도내 쌀 시장을 갉아먹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선점을 위한 브랜드 전쟁도 치열하다. 일부 도내 쌀은 품질 우수성을 바탕으로 미국 등 수출 길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국산 대 수입쌀, 친환경 대 일반쌀, 브랜드 대 브랜드 간 총성없는 쌀 전쟁의 이면을 들여다 본다.
△국산쌀 vs수입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칼로스와 중국 칠하원 쌀이 대표 수입쌀이다. 국산보다 밥맛이 떨어져 ‘찬밥신세’ 였으나 10%이상 싼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식당이나 김밥집, 도시락용 수요를 메우고 있다. 올해 공매된 밥상용 쌀 3만4,000t(2006년 수입분)은 전량 소진을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수입 물량이 4만8,000t 늘어난다. 관세화 유예되는 10년 동안 꼼짝없이 의무 수입 물량을 4%에서 8%까지 확대해야 한다. 5년 후 국내 밥쌀용 수입 쌀은 총 10만여t에 이른다.
국내 쌀 생산농가는 일반 청결미로는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고품질로 눈을 돌리고 있다. 친환경 유기농쌀이 대표적이다. 친환경 쌀이 주목받지만 난립한 브랜드가 문제다. 이 때문에 언제까지 미질을 자랑하며 여유부릴 수 없는 각박한 처지다. 판로개척이 시급한 과제다. 전북도의 농정도 판로 개척에 집중돼 있다.
△친환경쌀vs 일반쌀
가격면에서 대조적이다. 20kg 한 포대를 기준으로 친환경쌀은 6만원∼7만원선. 일반쌀은 3만4,000원∼5만원선이다. 크게는 2배까지 차이가 난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쌀은 웰빙바람을 타고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일반쌀 위주의 대형마트나 인터넷 시장도 친환경 상품을 전면에 내놓고 있을 정도다.
이 같은 시장 흐름을 반영해 친환경 쌀 인증농가와 생산량도 급격히 늘고 있다. 올해 도내 친환경 쌀 인증 농가는 4,007명으로 지난해 2,684명에 비해 34%가 증가했다. 생산량도 지난해 1만5,295t에서 2만1,511t으로 30% 증가했다. 도내 전체 쌀 생산량이 지난해 74만t에서 71만t으로 4.3%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친환경 쌀은 급증했다. 그러나 친환경 쌀 인증을 받기까지는 모종 생산부터 재배, 수확, 보관, 유통 등 절차가 까다로워 만만치 않다. 하지만 앞으로 중학교까지 친환경쌀 급식이 확대되고, 웰빙을 선호하는 시장 변화가 더욱 확산될 것임을 감안하면 친환경 쌀은 대세가 됐다.
△브랜드vs브랜드
쌀 브랜드는 춘추전국시대를 넘어 난립이나 다름없다. 도내 180개, 전국 1,873개(2006년말) 쌀 브랜드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갖은 교태를 부리고 있다. 전북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전북도 EQ 온고을 쌀을 비롯해 김제 지평선쌀, 군산 철새도래지쌀, 고창 황토배기쌀 남원 참미쌀, 익산 순수미 등 시군 단위 브랜드는 5개다.
개인이 부착하는 브랜드도 172개나 된다. 도내 41개 RPC당 4∼5개 브랜드 꼴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브랜드 가치가 대폭 폄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브랜드 내에서도 최고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브랜드를 넘어선 ‘명품쌀’이 궁극적 지향점이다. 도내에서는 2005년 상상예찬에 이어 올해 철새도래지쌀이 농림부가 인정한 ‘러브미’ 인증을 받았다. 이 때문에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려는 브랜드쌀의 약점을 이용한 나머지 대형업체의 가격인하 요구가 일반화 돼 있다. 가격을 낮춰서라도 입점하고 싶은 게 농가의 현실이지만 ‘울며 겨자먹기’라는 점에서 농민들의 상심은 크다. 브랜드 파워가 없다보니 제값을 못받는 설움을 떨쳐내기 위한 농가과 RPC의 피 말리는 노력이 연중 계속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