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KFDA]녹차가 농약범벅이라고?


얼마전 모 방송국이 녹차티백에서 농약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방송한 뒤, 많은 언론들이 '농약녹차'라든지 녹차에 '농약범벅'과 같은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해 이를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농산물에서 잔류농약이 자주 검출되곤 했지만, 다른 농산물과는 달리 웰빙의 대표식품격인 녹차에서 농약이 나왔다는 사실이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었다.

또 이런 자극적인 보도는 거세게 불어 닥치던 웰빙식품의 한 축인 녹차 시장을 단숨에 삼켜버리는데 크게 일조하였다. 녹차를 생산하는 농민은 말할 것도 없고 녹차 생산기업도 큰 타격을 입었다.

호박을 풀처럼 만든 음식을 호박'범벅'이라고 하며 진흙이 몸에 잔뜩 묻어있는 상태를 가리켜 진흙'범벅'이라고 한다. 이처럼 '범벅'이라는 말은 음식의 한 종류 또는 아주 많은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녹차에 농약 1~2ppm이 들어있는 것을 마치 엄청난 양의 농약이 들어있는 것처럼 '농약범벅'이란 표현이 자극적으로 사용됐다.

1ppm이라는 수치는 농약성분이 녹차 1kg 중에 1mg 들어 있는 것을 말한다. 이 수치를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대중 목욕탕의 아주 커다란 온탕(가로.세로 각 4m, 높이 50cm의 크기)에 녹차를 가득 채우고 농약을 티스푼으로 4스푼(4g)을 넣으면 1ppm의 농도가 된다. 이렇게 함유되어 있는 농약의 양은 지극히 미미한 양이다. 반면 앞서 '범벅'이라는 용어는 소비자들이 녹차에 농약 덩어리가 통째로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정도로 과장된 표현이다.

녹차에 농약을 전혀 안 쓸 수는 없다. 녹차를 재배할 때 찾아오는 병.해충이나 잡초를 방제하기 위하여 농업용 약(농약)을 사용해야 건강한 녹차가 생산된다. 의사가 환자에게 의약품 처방이나 주사제 투여와 같은 수단으로 약(의약)을 처방해야 건강이 회복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사람에게 투여된 의약이 일정기간 인체에 남아있는 것과 같이 식물에 투여된 농약도 일정기간 식물체에 남아있다. 따라서 녹차를 포함한 농산물에는 지극히 적은 양의 농약이 잔류될 수 있다. 녹차 재배시 매년 유행처럼 찾아오는 많은 병해충을 농약으로 방제하지 않고도 양질의 녹차가 생산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인 셈이다.

혹자는 사과나 배와 같은 농산물은 농약이 들어있더라도 이를 씻거나 껍질을 벗겨 먹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녹차는 씻을 수도 없고 직접 물에 우려먹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다. 이 또한 사실과 많이 다르다. 농약은 기름과 같은 유기용매에 잘 녹으나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마시는 녹차에는 농약이 거의 녹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녹차에 들어있는 농약을 분석하기 위하여 아세톤과 같은 유기용매를 사용하여 농약을 용출시키고 있다. 이는 실험적으로도 입증된 것이다.

녹차는 웰빙시대에 걸 맞는 아주 훌륭한 식품이다. 일부 자극적인 표현과 잘못된 상식으로 지금까지 즐겨 마시던 녹차를 끊었다면 다시 녹차로 웰빙을 이어가자.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