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 '치매예방'만 붙이면 돈 된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2007년9월21일, 제7회 세계 치매의 날을 맞이했다. 고령화와 더불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노인성 질환인 치매, 언제부턴가 치매나 알츠하이머병은 더 이상 낯선 단어로 다가오지 않는다.
유명 사회인이나 정치인이 치매에 걸렸다는 소식이 종종 보도된다.
드라마의 흔한 소재가 됐을 뿐 아니라 건강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증대됨에 따라 일부는 젊었을 때부터 경제력을 확보, 치매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건망증과 혼돈, 치매로 몰아가는 분위기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이 뇌졸중과 치매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레 유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누구라도 자신은 특별히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깜빡 깜빡 하는 건망증이 보통 65세가 넘고 이른바 노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에게 나타난다면 이는 바로 치매일 수 있다는 선입견이 생겼다.
기억력 저하는 노화와 함께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노인의 건망증을 치매로 몰아가는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다.
하물며 어른이 했던 말 또 한다고 해서 그걸 두고 치매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치매는 뇌의 신경조직과 뇌세포가 손상돼 지각력과 인지력, 판단력이 소실된 경우이다. 따라서 치매의 증상으로 ‘망각’이 있지만 본인이 잊어버렸다는 것 자체를 뒤늦게 깨닫는 건망증과는 완전히 다르다.
◇치매는 돈 되는 질환?
고령화와 더불어 치매 인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통계에 따르면 작년도 치매질환자가 지난 2000년에 비해 4배 증가했고 이에 따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부담금도 8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돼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에 따른 총 진료비는 1390억3790만원, 건보공단의 부담액은 1041억5646만원으로 이는 2000년 진료비 235억300만원, 공단부담금 169억0551만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늘어나고 있는 치매인구와 이에 소요되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무엇보다 치매 예방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강조를 넘어선 일반화에 나이가 들면 무조건 치매에 걸리는 게 마치 공식처럼 돼버렸다.
더불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것과 관련한 속설도 많아졌으며 치매 관련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타 ‘치매예방’이라는 명분아래 다분히 상업성을 기반으로 한 시장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치매’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수익률 증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기와 식품 산업에 빼놓을 수 없다. 두뇌건강을 위한 두뇌게임기, 최근 유행하고 있는 휴대용 퀴즈 게임기, 머리회전에 도움이 된다는 퍼즐이나 보드게임 등 제품 홍보에 치매와 건망증을 빼놓지 않는다.
머리에 좋다는 표현 역시 기억력을 의미하는 ‘머리’인지, 해부학적 ‘머리’를 의미하는지 모호할 뿐 아니라 ‘좋다’를 설명해줄 수 있는 자세한 메커니즘은 생략돼 있다.
각종 과일, 야채, 곡류, 생선, 계란 등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광고를 내세운 식품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하지만 이는 순수한 예방차원의 메시지 전파가 아닌 영리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효과 입증은 먼 훗날에나 할 수 있으니 일단 ‘치매예방’이라는 단어를 넣고 보자는 식이다.
한편 치매가 발병하고 나서부터 가족들은 본격적으로 힘들어진다. 이에 따라 동반상승하고 있는 분야가 치매 가족들의 힘을 덜어주기 위한 실버타운, 노인전문요양병원 등이다.
편리한 부대시설과 친절한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지만 가족들은 결국 비용문제에 부딪혀 발길을 돌린다.
진행속도를 다소 늦출수는 있지만 불치나 다름없는 치매를 두고 돈으로 예방할 수 있고 돈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조장돼 경제력 없는 노인들은 행여나 자식에게 큰 짐이 될까 두려움만 커지는 현실이다.
◇돈으로도 안 되는 것, 가족의 사랑
치매는 안타깝게도 매우 인간적이지 못한 질병이다. 부모자식 간은 천륜이건만 애써 기른 자기 자식도, 평생을 함께 산 배우자도 못 알아보게 만드는 질병이다.
따라서 가족 입장에서는 치매 어른을 모시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지치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간의 사랑은 그만큼 받기 위해서는 주는 것은 아니다. 후회 없이 나누는 마지막 인사가 중요하지 않을까.
가족에게는 비록 어렵지만 무엇보다 인내가 필요하며 그들에게 희망의 끈을 쥐어줄 수 있는 쪽은 결국 공공기관이다. 치매 인구 증가 추세를 반영해 보다 적극적인 복지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이희정기자 euterpe@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