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처진 우리 아빠, 혹시 갱년기?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대학교 2학년인 박시연(20·여)씨는 요즘 들어 아빠와 말하는 게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중견기업 부장으로 올해 마흔여섯인 아빠가 몇 해 전부터 조금씩 짜증섞인 말투가 늘더니 요즘엔 사소한 일에도 아이처럼 토라지거나 짜증을 잘 내기 때문이다.


거기다 뭐든지 또박또박 기억하던 명석한 기억력도 부쩍 나빠지는 것 같고 피곤하단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다.


중·고등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누구보다 활력있고 멋졌던 아빠를 내심 친구들한테 자랑해왔던 시연씨로서는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다 몇 일 전 엄마(42)한테 “남자도 나이가 들면 여자와 똑같이 갱년기에 시달린다”는 말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40대 이상의 중년 남성들이 무기력감에 시달리고 있다. 아랫배가 자꾸 나오고 짜증이 늘어나는 반면 성적 능력은 떨어지고 매사 의욕이 없고 귀찮아지는 증세로 괴로워하고 있다.


길맨 비뇨기과(www.gilman.co.kr) 장택희 대표원장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무기력, 피로, 성기능 감소를 겪고 있는 40대 이상 남성 10명 중 1~2명은 남성 갱년기가 원인”이라며 “나이가 들면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서서히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고 설명했다.


◇ 테스토스테론이 뭐길래


남성호르몬은 말그대로 남자를 남자답게 해주는 호르몬이다. 남성으로서의 기본 골격과 성 기능, 수염, 근육, 기질 등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30세 이후부터 매년 약 1%씩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한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테스토스테론의 수치에 따라 근골격계, 중추신경계, 성기능 등에 이상이 생기면서 남성으로서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심리적으로는 기억력과 집중력이 자꾸 떨어지고, 자주 우울하고 초조해지며 짜증이 잘 난다. 성 기능면에서도 성욕 감퇴는 물론이고 발기에 문제가 생겨 밤에 자신감이 없어진다.


또 신체적으로는 항상 무기력하고 피곤하며 근육양과 힘이 떨어진데다 심지어 수염이 잘 안나고 털도 적어진다. 가슴이 여자처럼 변하는 경우도 있고 갱년기 여성처럼 안면 홍조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남성 갱년기는 여성 갱년기와 다소 차이가 있다.


장택희 원장은 “대부분의 여성이 50세를 전후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의 분비가 급격히 감소해 결국 폐경에 이르는 반면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이 완만하게 감소하므로 우울증 등 갱년기 증상이 급작스럽게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증상도 약간 다르다. 여성이 슬픔과 낙심에 빠지고 자책하고 방어적이라면 남성은 ‘나 아직 안 죽었어’ 하면서 오히려 짜증이나 화를 잘 내고 공격성을 띠기도 한다.


특히 모든 여성이 에스트로젠의 감소로 폐경기를 겪지만 남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의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갱년기를 겪지 않는 남성도 있다.


◇ 갱년기 치료는 질병 아닌 ‘삶의 질’ 치료


장 원장은 “남성호르몬의 감소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과도한 음주와 흡연, 스트레스, 비만은 물론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같은 질환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반드시 전문의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장 일반적인 갱년기 치료법은 남성 갱년기의 원인이 되는 부족한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하는 방식이다.


투여방법에 따라 경구약제, 주사제, 경피 흡수제 등이 있으며 의사와 상담 후 자신에게 맞는 약을 선택하면 된다.


이같은 호르몬 치료법은 골밀도 증가에 의한 골절을 방지하고 근육이 늘어나 근력과 스테미너가 증가한다. 성욕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쳐져 있던 기분을 끌어올리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남성갱년기학회에 따르면 발기부전 환자 중에서 ‘비아그라’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에 비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감소돼 있고, 비아그라가 듣지 않는 환자의 80%에서 성욕의 감소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이 비아그라에 반응하지 않는 발기부전 환자의 발기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


다만 호르몬 보충요법은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수면무호흡증과 적혈구 증가증, 전립선비대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사전에 남성호르몬 수치와 전립선, 혈색소 및 콜레스테롤 수치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특히 전립선 비대증이 심하거나 전립선암 환자의 경우 절대 사용해서는 안된다.


치료기간은 여성 갱년기와 마찬가지로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다. 장 원장은 “남성갱년기 치료는 질병을 치료한다는 것보다는 삶의 만족도와 질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남성갱년기 자기진단법

1번 또는 7번, 그리고 기타 3항목 이상이 자신의 증상과 같다면 남성갱년기를 의심해봐야 한다.


1. 성욕이 줄었습니까?

2. 무기력 합니까?

3. 근력 및 지구력이 감소했습니다까?

4. 키가 다소 줄었습니까?

5. 삶의 의욕과 재미가 없습니까?

6. 슬프거나 짜증이 많이 납니까?

7. 발기력이 감소했습니까?

8. 조금만 운동을 해도 쉽게 지칩니까?

9. 저녁식사 후 졸음이 잦습니까?

10. 업무능력이 감소했습니까?


출처 : 대한남성갱년기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