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불량냉면’ 논란...위생관리 ‘헛점’ 많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연일 찜통같은 더위에 시원한 ‘냉면’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퇴근할 즈음 갑작스럽게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며 배를 부여잡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매년 여름이면 냉면을 먹은 뒤 배탈이 나거나, 냉면에서 이물질이 검출돼 ‘불량냉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쉽게 상할 수 있는 냉면의 위생관리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 불량냉면에 곰팡이, 이물질은 기본
사업가 김성수씨는 지난해 8월 인터넷쇼핑으로 모 회사의 평양식 메밀냉면을 주문했다. 김씨는 3일만에 도착한 메밀냉면 중 일부를 먹고 나머지는 냉장·냉동보관을 했다가 다시 먹으려고 보니 곰팡이가 심하게 피었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7월 이선아(여)씨는 냉면 면제품에서 파리가 나와 깜짝 놀랐었다. 밖에서 파는 것을 먹느니 집에서 냉면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냉면에서 파리가 나오니 먹고 싶은 생각이 다 달아났다.
김씨와 이씨 모두 냉면에 대한 안좋은 추억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씨만이 냉면을 구입했던 쇼핑몰에 의견이 전달돼 전액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위 경우는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냉면에 대한 민원사례 중 일부에 해당된다. 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월부터 현재까지 냉면과 관련된 민원이 13건이나 접수됐다.
이는 올해 초 중국산 칡냉면에 대해 보건당국(식품의약품안전청)이 주의를 요청한 것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냉면에 대해 적발한지 괘 오래됐음에도 민원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음을 나타낸다.
◇ 매년 적발되는 불량냉면
실제로 지난 2003년에는 남양주시에 있는 한 냉면제조업체가 메밀가루를 50%만 넣고도 ‘메밀100%’라고 허위 표시해 적발됐었다. 또 강원도 춘천시의 업체는 메밀가루 색깔을 내기 위해 식용색소를 첨가해 단속망에 포착됐었다.
2004년 7월에는 냉면을 판매하는 업소 2곳에서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 이번에 적발된 냉면육수 제조업체 6개소 중에는 종업원 전원이 위생복을 착용하지 않고 면과 육수를 만들었고, 근 3개월 이상 품질검사를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2005년에는 칡냉면이 인기를 끌었던 만큼 무려 16개 업체가 냉면에 들어가는 칡의 함량(1%→16%)을 허위표시하고, 검게 태운 메밀가루를 사용해 칡 색깔로 속였었다.
◇ 냉면에 ‘부실한’ 미생물 검사
냉면은 크게 냉면(냉장면, 건면)제품과 냉면육수로 나눠 검사를 받는다.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등 6개 지방청이 여름철이면 냉면에 대해 단속·수거검사를 하며, 보통 서울시청 등 지자체 위생과에서 위생관리에 나선다.
지난달에도 서울지방청은 모 방송사와 함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냉면을 제조하는 업소를 방문하는 등 제조업소의 실태조사에 나선 바 있다. 이에 앞서 서울시 위생과는 지난 6월 자치구청 직원들과 함께 냉면실태조사에 착수했었다.
그러나 6일 서울시 위생과에 따르면 이번 냉면실태조사에서 부적합으로 판정된 사례는 없었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이물질 함유, 함량 허위표기 등으로 무더기 적발됐던 냉면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는 것일까?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서울시가 단속을 벌여 수거한 냉면육수, 냉면제품에 대한 위생검사가 반쪽자리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실제적으로 위생검사를 시행하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식품분석팀장은 “가공식품으로 처리된 냉면제품 중 ‘살균처리된 제품’에는 미생물 검사를 별도로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품이 유통과정에서 변질될 가능성은 있지만 고온의 날씨 속에서 대장균이 많아졌더라도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슨 근거로 검사기관이 제조업체의 살균처리제품을 검증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닭이나 오리의 머리, 돼지고기 등을 넣어 만드는 냉면육수의 경우 업소에 따라 취급하는 과정에서 분변 등에 오염될 수 있으나 이에 대한 검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최영주 식품안전성팀장은 “냉면육수의 경우 이미·이취 등 성상시험, 황색포도상구균이나 병원성 대장균인 O-157을 검사한다”고 말했다.
식품위생의 기본이랄 수 있는 대장균군 검사가 어찌된 일인지 몇 년 전부터 검사항목에서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대장균이 많다고 해서 배탈이 난다고 할 수 없더라도 분변에 오염된 냉면 또는 식품을 먹는 것은 께름칙한 일임에 분명하다.
윤주애 기자 yjua@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