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농수산물 북한산 둔갑 '철퇴'
중국산 농수산물을 북한산으로 둔갑시킨 유통조직이 검찰에 적발되면서 원산지 세탁 실태의 윤곽이 드러났다.
부산지검은 31일 통일부로부터 북한산 농수산물에 대한 반입승인을 독점적으로 따 낸 뒤 중국산 농수산물에 북한원산지 증명서를 붙여 국내로 반입한 혐의(남북교역법위반 등)로 박모(58)씨를 비롯한 무역 브로커 2명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김모(37)씨 등 무역업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04년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유령 무역회사 30여개를 만들어 통일부로부터 북한산 건명태 2347t의 반입승인을 불법으로 받아낸 뒤 같은 시기에 수입한 중국산 건명태 82t에 북한산 원산지표시를 붙여 국내에 유통, 1억7000여만원의 관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업체당 반입물량을 제한하는 통일부의 '북한산물품반입승인제도' 때문에 북한산 농수산물의 반입에 어려움이 뒤따르자 유령회사를 만들어 교역물품을 신청했다.
이들이 지난 4년여간 확보한 반입승인량 2347t은 1년간 국내 업체들의 북한산 물품 반입총량이 2000t임을 감안할 때 상당한 물량이다.
통일부는 무역업체들이 북한에서 생산되는 건명태, 들깨, 호두 등의 농수산물의 국내반입을 신청하면 그동안 북한과의 교역실태, 북한 수출회사와 거래계약서 등을 토대로 물량을 할당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특정업체의 독점을 막기 위해 업체당 반입한도 물량을 제한하고 국내생산자 보호를 위해 2004년부터는 농수산물 위장반입 대책을 수립, 중국산 농수산물의 북한산 둔갑행위에 대해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무역 브로커 박씨는 우선 대남 무역을 총괄하고 있는 북한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와 물품계약을 체결한 뒤 임의로 만든 유령회사를 통해 통일부에 많은 양의 북한 물품 반입 승인을 받아냈다.
반입승인이 떨어지면 그는 북한에 있는 브로커를 통해 북한 민경련에서 허위원산지 증명서를 받아낸 뒤 중국산 농수산물을 적재한 선박을 북한으로 보내 중국산에 북한산 원산지를 달아 국내로 반입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브로커들이 독점적으로 확보한 반입승인 쿼터를 무역회사에 팔면서 일정량의 '쿼터수수료'를 받은 뒤 이 가운데 일부를 북한에 있는 브로커에게 전달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브로커들이 건명태의 경우 t당 350달러 상당의 '쿼터수수료'를 무역업자들로부터 받은 뒤 북한 민경련 등 북측 교역업자 등과 분배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수사상 제약으로 이 같은 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아니면 개인 비리 차원에서 이뤄졌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검찰은 북한교역에서 박씨와 같은 브로커들이 개입하면서 정상적으로 북한산 농수산물을 반입하려는 국내 업자들의 시장진입이 차단돼 남북교역이 크게 왜곡되고 시장투명성도 떨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를 지휘한 부산지검의 관계자는 "중국산 물품이 북한산으로 둔갑되면서 그 폐해가 심각하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서게 됐다"며 "일부 관련자들이 북한과 중국에 거주하는 등 수사상 제약으로 유통조직 전모를 밝히지는 못했지만 이번 수사가 남북교역질서가 보다 투명화되는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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