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탐구-슬로푸드
전통음식 대부분이 ‘슬로푸드’


시간·정성들여 음식 조리 자연 친화적
다양성·고영양 충족 건강식 지존 자랑


사찰음식·김치 등 대표적


오신채(五辛菜)를 쓰지 않는 사찰음식, 발효 과학의 대표주자인 김치, 인삼, 찹쌀, 대추 등을 넣어 푹 끓인 삼계탕, 오래 삭힌 젓갈류….

시간과 정성을 기울여 만드는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은 대부분이 슬로푸드다.

뜸을 들여 밥을 짓고 쌀을 빻아 쪄서 떡을 만들고 김치가 익기를 기다렸던 우리의 먹을거리는 처음부터 슬로푸드였다.

슬로푸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재배한 식재료로 조리하기 때문에 영양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 되는 것이 특징이다. 획일화된 패스트 푸드와는 달리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고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

김치, 삼계탕 등 자연발효와 숙성을 기본으로 하는 전통음식이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찰음식=최고의 슬로푸드로 꼽히는 사찰음식은 시원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사찰마다 지역마다 조리법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고기와 파, 마늘, 부추, 달래 등 오신채를 쓰지 않는다. 또 인공조미료 대신에 다시마, 버섯, 들깨, 날 콩가루 등의 천연조미료와 산약초를 사용한다.

근처에서 생산된 제철 재료를 이용해 짜거나 맵지 않게 재료의 풍미를 살려야 하고 음식은 끼니 때마다 만들어야 하며 반찬의 가짓수는 적어도 영양은 골고루 들어 있어야 한다.

속성으로 키운 고기를 멀리하고 정성스레 숙성시킨 장류와 산야초 위주로 소식을 하고 특히 김치 조각으로 빈 밥그릇을 깨끗이 씻어 그 물을 마시는 마무리는 슬로푸드의 기본 정신과 닿아 있다.

◇김치=우리 고유의 채소 발효식품인 김치는 넣는 재료와 만드는 방법, 지역, 계절, 숙성기간, 보관장소, 보관온도 등에 따라 맛과 영양, 색, 양이 달라진다.

맛을 내는 양념이나 젓갈이 다양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채소가 김치의 재료가 될 수 있어 종류만도 200∼300여 가지에 이른다.

김치는 소화를 돕는 유산균과 섬유소, 비타민 등이 풍부해 식욕을 돋워줄 뿐 아니라 암세포의 성장을 막아주며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특히 배추, 무 등 여러가지 야채에 고추, 마늘, 파, 생강 등 몸에 좋은 향신채를 듬뿍 넣어 맛깔스럽게 버무려 곰삭은 액젓에 싱싱한 해물까지 곁들이면 최고의 건강식이자 슬로푸드다.

◇장(醬)류=간장과 된장은 콩으로 담근 발효식품으로 음식 맛을 내는 중요한 조미료이다.

늦가을에 흰콩을 무르게 삶아 네모지게 메주를 빚어 따뜻한 곳에 곰팡이를 충분히 띄워서 말려 두었다가 음력 정월 이후 소금물에 넣어 장을 담근다.

장맛이 충분히 우러나면 국물은 간장으로 쓰고 건지는 소금간을 해 따로 항아리에 꼭 눌러 두었다가 된장으로 쓴다.

담근 지 2∼3일이면 먹을 수 있는 청국장은 콩을 통째로 발효시켜 그대로 먹으므로 영양손실이 적은 것이 장점이고 고추장은 탄수화물의 가수분해로 생긴 단맛과 콩단백 아미노산의 감칠맛, 고추의 매운맛, 소금의 짠맛이 조화를 이룬 복합 조미료이자 기호식품이다.

◇탕(湯)류=삼계탕, 곰탕, 설렁탕 등 탕류는 뚝배기에 뜨겁게 끓여내야 제맛이 난다.

어린 닭의 뱃속에 찹쌀과 마늘, 대추, 인삼을 넣고 물을 부어 오래 끓인 삼계탕은 여름철 최고의 보신음식으로 꼽힌다.

사골과 도가니, 양지머리, 우설, 허파, 잡육을 뼈채로 모두 한 솥에 넣어 끓이는 설렁탕과 소의 내장 중 곱창, 양, 곤자소니 등을 많이 넣어 끓이는 곰탕 등도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슬로푸드다.

◇떡류=흰 쌀가루에 쑥, 대추, 콩, 호박, 밤 등 어느 것과 섞어도 재료의 맛이 살아나는 떡은 영양이 풍부해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아기의 백일이나 첫돌에 나누어 먹는 백설기, 영양만점인 콩설기와 약식,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감도는 술떡, 한가위의 대표음식 송편 등도 정성과 손맛이 깃든 전통음식이다.

◇젓갈류=어패류를 염장법으로 담근 젓갈은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다.

여러 종류의 생선과 새우, 조개 등에 소금을 20% 정도 섞어서 절여 일정기간 저장하면 특유의 맛과 향을 낸다.

젓갈은 숙성하는 동안 자가분해효소와 미생물이 발효하면서 생기는 유리아미노산과 핵산분해 산물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특유의 감칠맛이 난다.

젓갈은 그대로 찬으로 먹기도 하지만 김치에 넣거나 음식의 맛을 내는 조미료로 많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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