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수기, 없앨까 말까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요즘처럼 푹푹 찌는 더위에 축구부로 활동하는 아이를 위해 시원한 보리차를 준비한 주부 김미애(가명, 38세)씨.
조금 무거워도 가져가서 먹으라는 엄마의 말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학교에 정수기가 있으니 걱정말라며 이미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여러 아이들이 먹는 정수기…. 요즘처럼 더운 때 정말 깨끗할까?’
최근 초·중·고교 정수기의 위생 문제를 놓고 과연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이에 대해 누구하나 시원한 답변을 내 놓지 못하는 가운데 비위생적인 환경에 처한 아이들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다.
◇초·중·고교 정수기 설치·관리 의무사항 아니야 =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일단 학교 내 정수기 사용 자체에 대해 반가워하는 입장이 아니다.
일단 학교 내 음용수가 모두 지하수라면 정수기 사용이 당연히 되겠지만 상수도가 공급되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정수기 꼭지나 컵을 통한 세균 증식도 간과 할 수 없기 때문.
또 이번 논란과 같이 자칫 학교 내 정수기 관리에 대한 ‘범인 찾기’에 열을 올리는 것처럼 비춰질 뿐만 아니라 책임 소지에 대해서도 각 학교마다 불분명한 상황이다.
교육부 학교정책실 관계자는 “정수기가 급격히 늘어나 위생관리를 각 지자체에 일임하면서 각 학교에서 위탁업체나 보건교사 및 영양사를 통해 분기 마다 체크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수기 사용과 관련한 위생문제가 대두되고 있어 서울시청과 함께 80억원의 예산 투입해 정수기 철거 및 수돗물 전용 음용대 설치를 진행 중이다.
동시에 학교에서 물탱크 등 고여 있는 물 사용을 지양하고 쇠파이프에서 동파이프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설설치보다 더 중요한 것 = 이와 관련 건강한사회를위한보건교육연구회(이하 건사연)은 관련 시설물 관리 책임은 보건교사에 없다며 난색을 표한 상태다.
또 학교 정수기 관리는 ‘먹는 물 관리법 시행령 제2조 1항 2호’에 따라 관련 전문가들이 이를 관리 감독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건사연 김지학 공동대표는 “학교 내 정수기 관리는 학교마다 영양사 및 행정실 직원이나 보건교사, 위탁업체들이 맡고 있는 상태다”며 “보건교사의 경우 관련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철저한 점검이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학교 내 정수기 사용에 대한 전문가 관리를 요구하며 단순히 인력 보충차원이 아닌 지자체 측면에서 학교 보건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서울시와 함께 진행 중인 음용대 설치 및 상수도 보수에 대해서는 “시설물 확충과 보수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올바른 물 마시기 운동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상수도나 정수기 등의 물보다는 불편하고 귀찮더라도 끓인 물을 휴대하고 마시자는 것.
현재 일부 학교에서는 급식소에서 보리차와 같은 끓인 물을 제공하고 있지만, 규모가 커지면 이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김 대표는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여러 가지 건강 캠페인과 운동이 있겠지만 이러한 원동력이 될 만한 기관이나 단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학교 위생 문제가 발생하면 임시방편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칸막이 행정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학교 내 물이나 식품 관리 규제 사항 자체도 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다보니 일원화 되지 않은 면이 많은 점을 지적하며, 통일성 있는 위생환경 규제에 대해 강조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 미생물팀 관계자는 “야외 활동이나 화장실 사용 후 깨끗하지 못한 손으로 정수기를 사용할 경우 대장균 및 세균 번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정수기 외부 뿐만 아니라 내부의 필터, 호스 등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학교라는 특성상 많은 인원이 함께 있으므로 전염병이 확산될 위험성을 고려해 수시로 점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미영기자 gisimo@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