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음식 재가공 급식' 어린이집 원장 벌금형
【서울=뉴시스】
법원이 비위생적인 방법과 재료로 조리된 음식을 제공한 어린이집 원장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민사17부(부장판사 곽종훈)는 서울 K어린이집의 부실 급식이 언론에 폭로되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 당했다"며 원아 및 학부모들이 원장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아와 학부모에게 각각 50만원과 1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심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씨는 주방장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나 전날 점심으로 제공했다 남은 음식을 사용해 원아들에게 제공할 아침죽을 만들도록 지시했고, 문제의식을 느낀 어린이집 교사들이 학부모들과 언론에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부실급식에 대한 파문이 확산됐다.
당시 아침죽에는 원아들이 일주일 전 생일잔치에서 먹었던 떡과 며칠전 견학을 갔을 때 남았던 햄, 단무지 등 김밥의 일부가 섞여 있었다.
원아 및 학부모 230여명은 2005년 6월 "이씨가 평소 점심시간이나 견학 때 먹고 남은 음식을 수거해 다음날 아침죽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어 아이들의 건강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적절한 음식을 제공한 행위 자체가 건전한 상식을 갖는 일반인들의 사회생활상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긴 것"이라며 "이는 안전한 급식을 통해 통합적 인격체로서의 성장발달이 요구되는 영유아의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해당 음식으로 인해 영유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등 신체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구체적인 침해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영유아의 보육을 위탁한 보호자의 기대와 신뢰를 깨뜨리고 영유아에 대한 보호 및 배려의무를 져버렸으므로 이씨는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2005년 6월 어린이집에 대해 서울 강북구가 실시한 운영상황 및 보고금 점검에서 집단급식소를 운영하면서도 관할관청에 신고하지 않은 점,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보관하는 등 위생관리의무를 위반한 점 등을 이유로 160만 원의 과태료를 물었다.
이씨는 또한 같은해 7월 보조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어린이집 폐쇄라는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서울북부지검은 그러나 2005년 11월 원아들에게 제공된 아침죽 감정 결과,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유해성분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아침죽이 원아들의 건강을 해할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이씨에게 무혐의결정을 했다.
이혜진기자 yh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