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중국산 식품 안전 우려 확산일로
각국 정부, 수입기업 경계속 검사 강화
中 강온 양면작전…美와 무역전쟁 비화 조짐도
(베이징=연합뉴스) 조성대 특파원 = 중국산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가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 애완동물 사료, '독성 치약', 수산물 등 각종 중국 식품이 유해 시비를 일으키면서 대거 리콜당하거나 수입규제 조치가 취해진데 이어 유럽연합(EU)와 아시아에서도 중국 식품에 대한 경계경보가 내려졌다고 주로 미국계 언론들이 최근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중국은 일단 수세인 점을 의식한 듯 식품류에 '불량품'이 많다고 고백하며 낮은 자세를 취하면서도 미국이 자국산 수산물에 대해 수입규제 조치를 강화한데 맞서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강온 양면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산 식품에 대한 안전문제가 크게 불거진 것은 지난 5월 애완동물 사료에 들어가는 밀단백에 인체에 유해한 멜라민이 함유됐음이 드러나면서부터다.
미 당국은 중국산 수입식품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중국은 일단 자국 관련업체 관계자들을 체포하는 조치로 성의를 보였다.
미-중간 식품 안전성 충돌은 그러나 독성 치약에 이어 수산물에서도 인체에 유해한 항균제 성분이 발견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항균제 성분이 검출되자 메기, 황어, 장어, 새우 등 중국산 양식 수산물에 대해 폭넓게 수입을 제한했다.
미국에서 이런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자 중국산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가 다른 나라로 급속히 번져나갔다.
홍콩의 경우 이번 주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파크앤샵(Park N Shop)이 신선한 중국산 채소에 한해 컴퓨터 바코드를 부착한다는 광고를 시작했다. 이 바코드는 농장의 이름과 주소 등 채소에 관한 각종 정보를 보여준다.
일본은 지난주 중국산 치약 수백만개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으며 말레이시아는 치약을 위주로 중국 제품에 대한 수입검사를 강화했다. 필리핀은 국수와 사탕, 어묵 등 중국산 식품 수입시의 검사 기준을 끌어올렸다. 대만은 중국산 건조 버섯과 대나무에서 수은과 납 등 중금속 오염을 적발, 조치를 검토 중이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강경조치 영향으로 회원국들에 가짜 또는 유해 중국산 치약을 최근 적발했는 지 보고토록 지시하는 등 비상에 들어갔다.
특히 EU는 작년 신속전자경보체제를 도입한데 이어 유해식품 수입을 근절하기 위해 식품안전청(EFSA)이 2일 미국 FDA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신속전자경보체제는 EU의 세관직원들이 위험물질을 발견하는 즉시 26개 다른 EU 국가들에 통보, 위험 확산을 차단하는 조치다.
EU 회원국인 이탈리아의 농민연맹(콜디레티) 로마지부는 6월 들어 '이탈리아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토마토로부터 시장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중국산 식품에 대한 규제 조치 이후 중국산 양념과 저장식품, 통조림 토마토 등이 이탈리아 시장에 쏟아져 들어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자국산 식품에 대한 안전성이 세계적으로 문제되기 시작하자 양면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 4일 중국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은 식품 분야를 포함한 114 분야의 7천200여개 품목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19.1%가 수준미달로 나왔다고 '고백'했다. 농산물과 비료, 살충제류의 경우 '불합격률'이 19.5%였고 과일 음료는 5분의 1이 불량이었으며 젤리 스낵과 음료, 과일 통조림 및 건어류를 포함한 많은 식료품들도 박테리아 혹은 첨가물이 과다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중국은 지난달 산업용 화학품과 첨가제를 식품제조에 사용하다 적발된 180개 식품제조업체들을 폐쇄시켜 자국 식품 공급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 중국 수산물에 대해 수입 규제조치를 강화한데 대해서는 '비관세 장벽'이라며 강경하게 맞서면서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의 리창장(李長江) 국장은 총국 웹사이트에 낸 성명에서 "미국의 조치는 무차별적이고 수용하기 힘든 것"이라며 미국 수입품의 질에 대해 중국측이 항상 협조적인 입장을 취해왔음을 상기시킨 뒤 "미국도 우리 제품에 대해 같은 입장을 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리 국장은 "미국에서 수입되는 식품도 '많은 경우가 수준 미달'임을 탐지해왔다"고 말해 미국의 수산물 수입규제를 검역 차원을 넘어선 실질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 식품에 대한 안전 우려가 자칫 미-중 양국간 새로운 무역전쟁의 불씨를 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는 것이 통상전문가들의 전망이어서 향후 이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