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삼겹살로 축제 벌이지만 항생제 '내성균' 후손 덮쳐"


우리 속의 슈퍼 병원균 / 인제대 조용현 교수 기고

과학기술 발달로 자연 착취 육식 위주 식생활이 문제
인류미래 '식탐'에 맡겨서야

최근 유럽에서 항생제가 안듣는 슈퍼 병원균(ST398)이 퍼지고 있다는 외신이 있었다. 항생제 내성 슈퍼 병원균의 문제는 비단 자연과학적 문제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과학철학을 전공하고 있는 조용현 인문학부 교수의 글을 통해 그것은 인문학적인 문제, 아니 자연과학 혹은 인문학의 구분과 문제 영역을 넘어선 문명사적 문제라는 것을 짚어본다.

요즈음 식당에서 삼겹살 1인분(200g)에 5천~8천 원 정도 한다. 도매가격은 2천400원 정도다. 수입산은 그 반 정도. 나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본다. 필자의 어린 시절인 40~50년 전으로 돌아가면 그때의 가격은 오늘의 가격으로 얼마쯤 될까? 모르긴 몰라도 10배 이상은 되지 않을까 한다(논지의 전개를 위해서 가정했을 뿐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계산하면 1인분에 5만원? 그쯤이면 여간 부자가 아니고는 매일 고기 판을 벌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명절이나 제삿날에 가끔 맛이나 볼까? 사실 축제에 해당하는 '카니발'(carnival)이라는 말이 '고기 맛보는 날'이란 뜻이 아니던가? 이런 면에서 요즈음 우리는 매일 흥청망청 축제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의 고기값은 싸도 너무 싸다. 싸면 좋은 것이지 무슨 문제가 될 수 있는가? 그것이야말로 높은 생산성을 가능하게 한 과학기술의 개가가 아닌가? 그래, 과학기술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지만 바로 그 과학기술이 문제다. 기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법이 아니다. 그것을 통해 한 방울의 기름도 공짜로 만들어낼 수 없다. 그것은 자원을 조직하고 집중시키는 방법일 뿐이다. 다른 말로 하면 자연을 착취하는 강도 증가의 표현일 뿐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20세기 축산산업에서 마법의 기술이라 일컬어지는 공장식 사육이다. 아주 싼 가격에 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한 그 기술이다. 그러나 그 기술의 실상은 어떤가? 지난 5월 23일 KBS에서 방영한 '동물공장-1.1㎡의 자유, 돼지' 편은 그 실상을 잘 보여 주었다. 돼지는 '스톨'이라 불리는 가로 1.8m, 세로 0.65m의 콘크리트 철장에서 평생을 지낸다. 일체의 움직임도 허용되지 않는 이곳에서 암퇘지는 발정제를 복용하며 임신과 분만을 반복하다 생을 마감한다. 고기를 얻기 위한 비육돈은 태어나자마자 꼬리가 잘리고 생니 8개가 잘려 나간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돼지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공격적 이상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이겠는가? 면역성이 떨어져 질병에 쉽게 노출되어 폐사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을 막아주는 또 하나 기적의 기술이 있다. 바로 항생제다. 이것은 단순히 치료제가 아니다. 사료 속에 미리 들어 있다. 돼지들은 사료를 먹는 순간 병이 있든 없든 항생제를 상복하고 있는 셈이다. 한 양돈업자는 "사료에 항생제를 넣지 않으면 돼지 키우기가 불가능하다"며 "항생제가 장내 유해 세균을 죽여 돼지가 소화를 잘 시키고 이것이 성장촉진으로 이어진다"고 털어놓았다. 이제 항생제는 치료제라기보다 영양제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항생제의 내성(耐性)이다. 장기간 과다사용으로 인해 페니실린이나 테트라사이클린, 스트렙토마이신 같은 항생제들은 이미 치료약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내성률이 96%라고 한다.

문제는 그뿐 아니다. 그 가축 속에서 진화한 내성균이 사람에게 전이되고 있다는 것. 최근 네덜란드발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RSA)의 변종인 슈퍼 병원균 ST398이 그것이다. 네덜란드 가축 사육 농민들의 50%가 ST398 보균자로 드러났으며 가금류와 돼지를 통해서 사람에게 전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사태는 우리가 "항생제 사용을 줄임으로써 내성율을 낮출 수 있다."는 정도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내성은 우리의 식(食)문화 넓게는 우리 문명의 문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이런 식으로 육식 위주의 식생활을 계속하는 한 내성의 확산은 멈출 수 없으며 조만간 최후의 항생제라고 알고 있는 '반코마이신'에까지 내성균(VRE)이 확산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술혁신은 ST398을 통해 그 숨겨진 모습을 드러내었다. 우리의 입으로 들어가는 값싼 삼겹살은 환경에 내성균을 살포하는 대가였던 것이다. 내성균이 진짜 무시무시한 모습을 드러낼 시점은 우리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우리의 후손 세대다.

그렇다면 그 삼겹살은 결코 값싼 가격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값을 제대로 다 치르지 않았을 뿐이다. 예컨대 5천원은 우리가 치렀지만 나머지 4만 5천원은 후손들이 뼈빠지게 갚아가야 할 외상이다. 후손들을 담보로 값싼 삼겹살에 흥청망청 축제를 벌이고 있는 우리들은 과연 누구인가?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