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아프면서 오래오래 살아라?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에 의해 노인여성이 남성에 비해 치매, 우울증 등의 발병률이 2배 이상 높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전문의들은 이에 대해 “여성은 폐경 후 에스트로젠 등 호르몬 분비의 현저한 감소, 가정 내에서만의 생활, 시무보 공양, 자녀양육 등 정신·사회적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에 치매, 우울증, 관절염 등의 만성질환이 남성에 비해 호발한다”라고 전했다.
또한 인구보건복지협의회와 유엔인구기금(UNFPA)가 발표한 ‘2007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서 한국 여성의 평균수명이 81.8세로 남성(74.4세)에 비해 7.4년이나 긴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렇게 길어진 여성의 생애와 건강상의 특징에 대한 정부차원의 연구조사 및 여성건강 통계는 전무한 상태.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인구여성정책팀 관계자는 “건강보험 등의 정부차원의 의료지원은 일반적으로 성별에 관계없이 이뤄지고 있어 성별 통계, 특히 여성에 관한 건강 데이터는 별도로 조사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라고 일축했다.
또 그는 “치매든 어떤 질병이든 성을 나눠서 진행하는 정책은 드물며, 성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해서 차별을 하는 건 아니며, 중요한 것은 제도가 보편타당성을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국민영양조사 등을 성별, 연령별 등 세부적인 통계로 데이터화하는 방향은 고려해 볼 수 있음을 전했다.
또한 일각에서 제안되고 있는 여성건강 관련 법제도를 통합한 ‘여성건강법’ 제정에 대해서는 “하나의 제도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필요와 요구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여성 건강관련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보였다.
이화여자대학교 건강과학대학장 신경림 교수는 “현재 국내에는 여성과 여성 건강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미흡한 상황으로 관련 연구 결과와 통계자료, 건강 관련 정책 역시 미흡할 수 밖에 없다”라고 한탄했다.
또 그는 여성보건법 제정을 주장하며 “우리나라의 여성에 대한 건강증진 및 예방에 관련 법률은 모자보건법이 전부다”라며 “이러한 여성건강 법률의 부재는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시대적 문제 해결에 근본적인 대한이 되지 못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여성은 태아에서부터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 생명이 중단될 위험에 처해 있고, 유년기 여성의 흡연, 음주, 비만 등으로 저출산과 기형아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긴 여성은 고령화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높이는 원인이 되므로 관련 문제 해결의 근본적 대책은 여성 건강에 대한 예방과 건강증진으로 풀어내야 하는 것.
신 교수는 “미국, 호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여성 건강부서가 별도로 운영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관련 건강 문제를 협의할 기관조차 없다”라며 “이에 여성의원들을 중심으로 법 제안을 위한 발의 안 틀을 만들고 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캐나다 보건부(Health Canada)는 1999년 여성건강 전략을 발표한 바 있으며, 그 전에도 유방암, 흡연, 약물남용, 에이즈, 생식과 유전 기술 등에 관심을 갖고 관련 정책을 마련한 바 있다.
또 전략 발표 이후 250개 이상의 여구과제를 수행하고 지원했으며, 여성건강네트워크를 만들어 여성들의 건강과 삶의 질 증진을 위해 전국적인 자원을 조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진주 연구원은 “보건복지부, 노동부, 교육인적자원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에 산재돼 있는 여성 및 성별 건강 문제를 다루기 위한 조직을 신설하거나 보건복지부 내 담당조직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또한 성별 건강 증진을 위한 건강 전략센터의 창설과 건강 연구, 성 및 여타의 사회적 요인을 결합한 보건통계가 주기적으로 생산돼야 함을 강조했다.
오미영 기자 gisimo@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