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시설 영양관리 ‘너무하네’
여섯명이 국 한그릇 ‘아옹다옹’… 기한 지난 햄 냉장고 ‘버젓’
지난 2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어린이집을 찾았던 학부모 김모(여·39·서울 중랑구)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우연히 들른 조리실은 지저분했고 냉장고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햄까지 들어 있었다. 김씨가 “어떻게 된 일이냐”며 따지자 교사들은 “정리하려고 했다. 버리려고 했지 아이들 먹이려고 둔 것 아니다”는 성의없는 대답만 돌아왔다.
강원 삼척시에서 6살 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임모(여·37)씨는 지난달 아들이 다니던 어린이집에 갔다가 식사 모습을 보고 다음날 곧바로 등록을 취소했다. 상 가운데 국 한 그릇을 놓고 대 여섯명의 아이들이 함께 먹고 있었던 것. 특히 아들이 국 그릇에 팔이 닿지 않아 끙끙거리는 광경이 잊어지지 않는다.
6세 미만 어린이들이 다니는 영유아 보육시설에 영양사를 두지 않은 곳이 많아 영양섭취가 중요한 영유아들의 영양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영양사협회가 3일 국회 보건복지위 정화원 (한나라당)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6월 현재 전국 2만8761개의 영유아 보육시설 중 영양사를 둔 곳은 2177개소(7.6%)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린이들에게 균형 잡힌 영양 공급을 위한 식단을 짜는 일은 엄두도 못낸다. 서울 시내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비전문가들이 관리하다 보니 끼니당 영양소별 권장 섭취량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조리원들의 위생관념도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영유아 100인 이상 보육시설에는 영양사를 두도록 돼 있다. 하지만 5개 시설이 1명의 영양사를 공동으로 고용할 수 있어 100인 이상 2177개 보육시설을 781명의 영양사가 담당하는 실정이다. 1명당 보육시설 3곳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5개 보육시설을 관리하는 영양사 김모(27)씨는 “시간이 없어 한 어린이집을 1주일에 한 번씩 방문한다”며 “식단을 짜주지만 식단대로 실제 제공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보육정책팀 관계자는 “일부 시설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지역 보육정보센터 등의 역할을 강화해 시설장이 영양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