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책도 '성별영향평가' 강화될까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건강분야 정책에도 ‘성별영향평가’가 확대돼 여성과 남성의 건강에 대한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여성 및 젠더(Gender·사회적 성)와 건강담당 조직을 별도의 정부 산하 협의체나 복지부 내 담당조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정책제안도 나왔다.


한국여성개발원 정진주·김영택 연구위원은 2일 국회 민생정치연구회(공동대표 고경화·신상진 의원)가 주최한 정책세미나 ‘여성은 과연 남성보다 건강한가’에 앞서 공개한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건복지부 강도태 인구여성정책팀장은 이같은 제안에 대해 “성별영향평가가 앞으로 건강분야에도 보다 많이 이뤄지고 내실화될 것”이라며 “통합적이고 연속적인 서비스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여성 및 젠더와 건강 담당조직 구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조직 신설과 함께 사회구성원의 공감대 확산과 각 사업별 성별영향평가 적용이 더 중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여성, 남성보다 건강 취약?= 성(Sex·생물학적 성)과 젠더에 따라 건강을 얼마나 달라질까. 정진주·김영택 연구위원은 우선 성과 건강문제에 주목했다.


이들에 따르면 같은 양의 담배에 노출됐을 때 남성흡연자에 비해 여성흡연자는 폐암에 걸릴 확률이 20~70% 높다. 또 폐경 후 여성의 심혈관질환 위험은 4배 증가하고, 손상이나 낙상 후 회복되는 시간이 남성에 비해 여성이 더 길다.


우울증은 여성에게서 2~3배 높은데, 일부에서는 여성의 뇌에 호르몬 세로토닌이 적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남성의 뇌신경세포는 여성의 뇌신경세포보다 약 1/3배 크다. 즉 남성과 여성의 신경세포는 감정을 조절해 통증을 완화하고 움직임을 조절하는 도파민의 수용범위가 다르다.


젠더와 건강 역시 남녀가 다르다. 여자는 남자에 비해 수명은 길지만 신체 혹은 정신질환이 더 높고, 자가 면역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의 유병률이 높으며 우울증이나 불안감으로 고통을 받는다.


반면 남자는 심장질환으로 조기 사망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정진주 연구위원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 “여자은 가사 및 돌봄노동으로 인해 높은 우울증과 불안감이, 남자는 생계를 꾸리는 가장으로써 직업병이나 상해로 여자보다 조기 사망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농어촌 거주, 육체노동 여성 및 저소득 여성들이 건강이 매우 취약한 만큼 이에 대한 건강증진 노력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임신·출산 위주 건강정책=복지부 강도태 팀장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대체로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 특히 그동안 여성건강 분야의 복지부 정책이 임신·출산과 관련된 모자보건에 치우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책적 우선순위나 사회적 관심을 임신·출산과 관련된 모성보호에 우선적으로 두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의학적 연구들도 여성건강과 관련해서는 임신과 생식에 관계된 연구들에 상대적으로 집중됐다는 것.


전반적으로 건강분야에 대한 국가적인 투자나 재정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공감을 나타냈다. 그동안 급성질환 치료와 전염병 관리, 공적 의료재정관리 등에 치중하다보니 예방 및 건강행태 개선 등의 문제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얘기다.


정진주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성별간의 건강 불평등 수준에 따른 ‘성인지적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강 팀장은 무엇보다 대부분의 보건의료정책이 성별 구분없이 건강보험, 의료급여, 건강증진사업 등 보편적인 제도로 일반국민 또는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이뤄진 측면도 인정했다.


다만 국민건강영양조사 등을 통해 성별 통계조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성별 정책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가 암관리사업의 일환으로 여성특화질환인 여성암에 대한 연구사업 지원 등을 통해 성인지적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한편 관동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웅섭 교수는 여성 의료정책 개선을 위해 여성건강정보센터 운영과 보건지소·보건진료소 건강증진사업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김태형 기자 kth@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