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약, 자살도 예방한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세계의 베스트셀러 약 10개 중 세 가지가 정신질환 치료제와 정신분열증 치료제다. 베스트셀러로 그 시대의 이슈와 문화적 트렌드를 알 수 있듯이, 많이 팔리는 약으로 현대인의 건강과 질병을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버지니아공대 참사사건의 범인인 한국인 조승희가 편집증적 정신분열증 환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중살인들을 조사하는 법의학 심리학자 마이클 웰너는 이번 사건의 원인과 성격에 대해 분석한 ABC방송과의 문답에서 “죽기 직전 작성한 노트와 창작 희곡 등 많은 증거들이 그가 소외감에 시달리는 정신분열증 환자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삶 공성욱 정신과 의원 공성욱 원장은 “정신분열증은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비교적 흔한 병으로 백 명 중에 한 명이 걸리는 병이며 불치의 병이 아니라 치료가 가능한 병”이라고 말한다.
공 원장은 “귀신이 들려 생긴 병이 아니라 뇌의 질환이며, 귀신을 쫓아서 낫는 병이 아니라 약물치료를 해야 하는 병”이라며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관리만 잘하면 나름대로 사회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정신분열증이란=정신분열증은 정신 질환으로 사고의 혼란, 기분의 변화, 자기 자신이나 외부 세계에 대한 부적절한 이해, 현실감 있는 행동의 장애 등을 증상을 보인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몇 가지 요인 중 유전적 소인이 있음이 일부 연구를 통해서 밝혀지고 있다. 임신 중의 문제, 양육 환경, 스트레스 같은 환경적 소인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용인정신병원 정신과 강대엽 교수는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의 불균형이 직접적인 증상 발현에 관여 한다는 점에서 이들 물질의 이상이 원인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말한다.
정신 분열병의 진단은 주로 임상적인 증상을 근거로 해 이루어진다. 미국 정신 의학 협의회에서 정한 진단 기준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대개 망상, 환각, 지리멸렬한 말, 이상한 행동, 음성 증상(감정 표현이 없고, 의욕이 없는 것 등) 등이 수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에 진단이 내려진다.
◇자폐·치매·조울증·행실장애 치료도 가능=정신과 의사들 대부분은 정신 분열병 치료로 1차적인 약물치료를 권한다.
지난해 국내 정신분열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660억 원. 연간 11%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리스페리돈 성분의 제제는 250억 원 규모로 전체 시장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얀센의 ‘리스페달 콘스타’가 이 제제다.
제제는 다르지만 이외 치료제로는 한국화이자 ‘젤독스’, 한국릴리 ‘자이프렉사’, 한국노바티스 ‘클로자릴’ 등이 있다.
정신분열증 환자의 3분의 1 이상은 한 가지 이상의 다른 정신병을 앓고 있다.
이에 따라 정신분열증과 관련된 동시 발병 모두를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시장의 선두가 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업계관계자는 말한다.
한국얀센의 정신분열증 치료제 '리스페달 콘스타'는 파괴적 행동 등을 보이는 '행실장애' 치료제로 2003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았다. 이에 파괴적 행동을 보이는 5세 이상 어린이에게도 처방할 수 있다.
또 이 약품은 소아 및 성인의 자폐증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1차 약물로, FDA의 승인을 받은 바 있다. FDA는 리스페달이 소아의 난폭성을 포함한 과민성, 자해, 분노 발작치료에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자폐증은 언어장애 행위를 반복하는 증상군을 말하는 질환으로, 간혹 정신지체를 동반한다.
한국얀센 측은 "리스페달이 의사교환의 문제 및 사회적 행동 같은 자폐증의 핵심증상을 치유하진 못하지만 이 약물이 학교생활, 학습, 가정생활에 지장을 주는 연관된 행동장애 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또 리스페달은 2003년 양극성 조울증을 가진 성인 환자의 단기 치료제로도 FDA 승인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신분열증 치료제뿐 아니라 치매환자 행동장애 치료제로 공급해 왔다.
한국릴리의 ‘자이프렉사’는 1996년 출시된 정신분열병 치료제로 현재까지 약 2000만 명의 환자들에게 처방됐다.
국내에는 1998년부터 시판, 정신분열병 치료제 뿐 아니라 양극성장애의 조증 치료 및 재발예방에 대한 추가 적응중을 획득해 양극성장애 치료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자살 예방약’으로도 쓰여=정신분열증치료제 한국노바티스 ‘클로자릴’은 2003년 식약청으로부터 자살행동(충동·계획·기도)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여러 임상 시험 결과 정신분열증을 가진 환자들의 자살행동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입증됨에 따라 이 같은 효능이 추가됐다. 정신분열증 환자에 한해 임상적 병력을 판단, 자살행동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다.
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클로자릴은 이미 미국 스위스 등 10여 개국에서 자살행동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다"며 "정신분열증 환자의 자살행동 치료제로 국내 승인받은 것은 클로자릴이 처음"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이 약이 모든 자살원인을 예방하는 것은 아니다. 자살의 원인 중 하나인 정신분열증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다.
◇이런 환자 처방 주의=식약청은 2002년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쎄로켈정’을 당뇨병 환자나 당뇨병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처방 또는 투약할 때 각별히 주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미 투여 중인 환자는 혈당치 변화를 충분히 관찰하고,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복용을 중지할 것을 당부한 것.
복지부에 따르면 2002년 일본 후생노동성이 제품 투약 중 고혈당, 당뇨병성 케톤산증, 당뇨병성 혼수 등의 중증 이상 반응이 사망자 1명을 포함해 13명에서 발생함에 따라 일본 아스트라제네카에 제품 첨부 설명서에 혈당치 상승과 관련된 내용을 추가한 것에 따른 것이다.
한편 일부 정신분열치료제의 부작용 가능성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어 처방 시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정신분열치료제 복용 시 체중 증가, 당뇨, 고지혈증 등의 대사성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이런 부작용은 항정신병 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약에나 있는 법.
다만 정신분열병과 같이 장기간에 걸쳐 약을 복용해야 하는 질환에서는 부작용에 대하여 보다 민감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용인정신병원 정신과 강대엽 교수는 “그렇다고 부작용을 걱정해 자신의 판단으로 약물 치료를 중단하거나, 복용량을 조정하여서는 안 된다”며 “그로 인해 병이 재발하거나 오히려 부작용으로 병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한다.
김소연 기자 ksy@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