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검역 분쟁, FTA 아닌 WTO 절차 활용 명시

농림부 윤동진 통상협력과장
요즘에도 SPS(위생검역)를 SBS가 아니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자주 듣지 못한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SPS야말로 참살이(웰빙) 시대 국민들의 생활에 가장 가까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는 분야다.

SPS는 사람을 포함해 동식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원칙과 규제를 다루고 있다. 쇠고기, 조류인플루엔자, 유전자변형식품(GMO) 안전성, 잔류농약 허용기준 등과 같은 주제는 비켜갈 수 없는 사안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SPS 사안이 가진 민감성, 전문성과 복잡성으로 인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논의하는 것은 실로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또한 미국은 과거 다른 나라와 FTA 협상을 하면서 양국 간의 SPS 현안을 협상에 포함시켜 압박하는 방식을 택해 왔다. 미국 측의 요구를 무력화시키고 SPS 현안을 과학적으로 풀어나가도록 하기 위해 우리 협상단은 협상 준비 단계부터 현안을 분리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확인했다.


FTA 아닌 WTO 절차 활용 분명히

다만 현존하는 통상 의제이기 때문에 그동안 이루어져 왔던 방식대로 양국 전문가들이 모여 협의할 수 있도록 했다. 더욱이 FTA 협상 출범으로 한미 간 분기별 통상의제 점검회의가 중단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마저 거부할 수는 없었다.

협상준비 단계에서 확인한 다른 한 가지는 협정문을 간결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체계에 치중하다 보면 내용이 많아지고 자칫 의도하지 않았던 해석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건강과 동식물 보호를 위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의 권리와 의무를 재확인하는 한편 한미 간 SPS 관련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FTA가 아닌 WTO 절차를 활용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조문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투명성만큼은 별도 조항을 반드시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법과 규정이 현장에서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인터넷 화면 띄워 자료검색하며 설명

하지만 우리 측은 사안별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며 FTA 전반을 규율하는 투명성 조항으로 충분하다고 설득해 결국 이를 삭제할 수 있었다. SPS 규정의 투명성 정도를 비교하기 위해 스크린에 인터넷 화면을 띄워놓고 자료검색까지 하며 설명해 준 노력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까지 어려웠던 부분은 협의채널의 형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 였다. 당초 우리는 현행 수준에서 접촉창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고, 미국 측은 정례협의를 보장하는 SPS위원회를 주장했다.

물론 한-칠레, 한-아세안 FTA 협상을 통해 위원회를 수용한 적은 있지만 상대가 미국이고 일부 언론 등에서 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합의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다만 양국간 교역 확대가 FTA의 취지이고 이 경우 위생검역이 더욱 부각될 것이기 때문에 종전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었다.


FTA 통해 검역역량 높인다

우리는 위원회로 인한 부담감을 줄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마지막 협상을 앞두고 미국 측이 SPS 위원회를 통해 통상 압력을 행사할 의도가 없음을 서면으로 확인해 줌에 따라 최종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아울러 과학적 분석을 중시하는 SPS의 특성상 양국 간 협력조항을 추가함으로써 향후 SPS전문가 육성 및 공동연구 활성화를 도모할 근거를 마련했다.

관세인하 계획(양허표) 등 구체적 결과물을 가진 상품이나 농업분과와 달리 SPS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이다. 관세가 없어지면 비관세조치만이 남게 되고 이는 WTO/SPS협정에 명시된 원칙과 기준에 따라야 한다.

최근 미국이 SPS 관련 조직을 확충하고 국제기준 설정 및 SPS 교역장벽 대응 예산을 대폭 확대(미국 농업법(Farm bill)개정안에 따르면 비관세장벽 대응 및 국제기준 설정지원에 향후 10년간 4억달러를 투입)하려는 움직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한·미 FTA를 계기삼아 우리의 검역역량을 한 단계 높여가기 위해 부족한 전문 위험분석 및 법률· 통상인재를 적극 육성하는 한편, 관련 국제기준 설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나갈 계획이다.

[국정브리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