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폐경 어떡하나
40대 중반 여성 김모씨는 1년 전부터 불규칙적인 생리로 힘들었다. 최근엔 이마저 끊겼다. 50대나 되야 폐경이 되는 줄만 알았던 김씨는 호르몬 치료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게다가 김씨는 얼굴에 열이 나면서 붉어지는 홍조증과 마음이 불안하고 잠도 오지 않는 증상까지 겪고 있다. 김씨는 ‘이제 나는 여자가 아니다’는 생각에 괴롭다.
우리나라 여성이 폐경을 맞는 나이는 평균 49.7세다. 여성의 평균수명이 81.9세이므로 약 30년간 생리가 없는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다. 폐경이란 나이가 들어 난소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서 월경이 없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난소의 기능이 떨어지면 여기서 분비되던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도 나오지 않게 된다.
특히 담배를 피우거나 영양상태가 좋지 못하거나 저체중의 여성의 경우 다른 사람에 비해 1∼2년 가량 폐경이 빨리 온다. 하지만 폐경시기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폐경은 여성이면 누구나 비슷한 시기에 겪어야 하는 생리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불편한 증상은 치료해야
폐경기의 대표적인 증상은 안면홍조다. 머리 부분의 혈압이 증가해 맥박이 빨라지면서 얼굴과 목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 폐경기 여성의 85%에서 이 증상이 나타난다. 이는 에스트로겐 결핍에 의한 혈관의 불규칙한 확장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증상을 겪는 사람은 폐경 전에 시작해 3∼4년간 고통을 겪는다. 이외에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심계항진, 온 몸이 쑤시는 뼈·근육통, 발한, 우울감, 불면증 등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폐경 여성의 11%는 아무 증상도 겪지 않는다. 문제는 폐경 증상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불편할 정도로 심한 경우다. 이 때는 호르몬 치료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어떻게 치료하나
폐경 증상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호르몬 요법과 식물성 호르몬제 복용.
먼저 호르몬 요법은 약으로 부족해진 여성호르몬을 보충해주는 방법이다. 이 요법은 폐경 증상을 완화시키고 골밀도를 증가시켜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자궁이 있는 경우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황체호르몬)을 모두 처방하고 자궁이 없다면 에스트로겐만 복용하면 된다. 자궁이 있는 경우 에스트로겐만 복용하면 자궁이 호르몬에 반응해 자궁내막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호르몬 치료를 하는 경우 75%가량 다시 생리를 시작한다. 이 때문에 자신이 폐경이 안됐다고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난소가 제기능을 발휘해 나오는 생리가 아니다. 약 복용에 따른 단순한 출혈로 보면된다. 조기폐경의 경우에도 폐경 자체를 늦추거나 치료할 수 없다. 단지 폐경으로 인해 발생한 여러가지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보통 호르몬 요법을 하면 2주 후부터 폐경으로 인해 발생한 증상이 좋아진다. 문제는 약을 끊으면 증상이 다시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르몬 제제를 평생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유방암 발생 가능성이 높은 5년 이내까지만 사용하는 게 좋다. 물론 예외는 있다. 40세 이전에 발생한 조기폐경인 사람은 최소한 보통 사람이 폐경되는 50세까지 호르몬제제를 먹어야 한다.
하지만 호르몬 요법이 유방암, 정맥혈전증,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등 부작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폐경 후 호르몬을 사용하는 여성이 유방암 위험도가 30%가량 증가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유방암이 있거나 의심될 때, 에스트로겐 의존성 종양이 있거나 자궁출혈, 간질환, 정맥 혈전 색전증이 있는 사람은 호르몬 요법을 피해야 한다.
호르몬 요법이 불가능한 사람은 식물성 호르몬제를 쓸 수 있다. 대표적인 식물성 호르몬제로는 블랙 코호시(승마), 이소플라본(대두), 감마리놀렌산을 꼽을 수 있다. 이 방법은 호르몬 요법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거나 호르몬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국내에는 불안증을 개선효과가 있는 히페리시(성요한 풀)와 블랙 코호시를 합친 복합제제가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폐경 이기는 생활요법
폐경 후에는 뼈도 약해져 골다공증이 발생하다. 비만도 쉽게 발생한다. 따라서 생활요법을 통해 건강관리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음식을 고르게 섭취하고 활동량을 늘려 체중을 조절하는데 신경써야 한다. 음식은 고등어, 꽁치, 참치와 같은 등푸른 생선과 연어처럼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생선을 주 2회 이상 먹는 게 좋다. 콩도 많이 먹어야 한다. 혈청 콜레스테롤,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농도를 감소시키고 뼈의 무기질 밀도를 증가시켜 준다.
젓갈이나 장아찌와 같은 음식은 피하고 채소류는 하루 300g이상 섭취하는 게 좋다. 자두, 딸기, 복숭아, 사과, 무화과에 함유된 보론은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를 증가시키므로 폐경기 여성에게 좋다. 뼈가 약해지는 시기이므로 우유와 유제품을 하루 1회 이상 섭취하도록 한다.
하지만 과음은 피한다. 하루 1잔 정도는 에스트로겐 분비를 증가시키지만 지나친 음주는 심혈관계 질환과 골다공증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이외에도 걷기 등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해 골밀도를 높이고 비만을 예방해야 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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