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내 몸은 지금 알칼리를 원한다
정상 혈액은 약알칼리성… 산성화되면 공격성향 나타나고 성인병 유발
올해 나이 39세의 직장인 김태준씨. 직장과 집의 거리가 유난히 멀어 세 끼를 모두 밖에서 해결하다 보니 어느새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어버렸다. 게다가 유난히 육식을 좋아하고 기름진 음식과 패스트푸드 등을 자주 먹다 보니 전에 없던 짜증과 욱 하는 성질이 생겨나게 되었다는 것.
“20대 때는 정말 호리호리한 체격에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는 건강 체질이었죠. 물론 남에게 싫은 소리도 잘 못할 만큼 순한 성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거의 매일 끼니를 밖에서 해결하다 보니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주로 먹게 되었고, 시간에 쫓겨 패스트푸드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15년 정도를 생활하니까 언젠가부터 자꾸 무기력해지고 감정이 들쭉날쭉 기복이 심해지더니, 이제는 거의 컨트롤이 안 될 만큼 성격이 거칠어졌습니다. 부하직원들도 이젠 제가 나타나면 슬슬 눈치 보기 바쁩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됐는지….”
과로, 수면부족, 스트레스도 원인
결국 몸에 이상신호를 느껴 병원을 찾았고 성인병 초기 징후와 더불어 혈액의 산성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몸에 질병이 있거나 산성식품 위주의 불규칙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의 경우, 혈액의 산성화가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우리 몸 속의 정상 혈액은 약알칼리성을 띠고 있지만, 식생활 균형이 깨져버리면 점점 산성화로 기운다. 이는 공격적인 성향이나 각종 성인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영남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정승필 교수는 “정상 혈액의 PH는 7.35~7.45로 약알칼리성에 해당하지만 각종 질병이나 특정 음식 등 여러 가지 환경적 영향 때문에 혈액의 산성화가 진행될 수 있다”며 “혈액이 산성화될 경우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우리 몸에 질병이나 질환을 유발시키는 등 인체의 균형을 깨뜨리는 주범이 된다”고 덧붙인다.
내 몸에 산성화가 진행되면 온몸 구석구석 이상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이 심리적인 변화로,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거나 감정을 제어하기 어려운 공격적 성향이 나타나게 된다. 이 상태에서 과도한 스트레스가 겹치면 소화불량은 물론 위궤양이나 위출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고 혈액이 탁해지거나 잘 응고되기 때문에 혈액순환이 안 되며 노폐물도 많이 쌓인다. 이로 인해 고혈압 등과 같은 성인병 유발률이 높아지고, 질병이나 바이러스 등 외부 환경에 대한 저항력도 현저히 떨어진다.
혈액의 산성화가 진행되면 피부를 통해서 그 증상이 나타난다. 우선 피부가 거칠어지고 하얀 각질이 자주 일어나 피부 탄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피부에 더 많은 유분을 분비하도록 자극해 피부 트러블이 쉽게 생긴다. 따라서 피부 트러블이 자주 일어나는 사람이라면 식생활 습관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혈액의 산성화가 진행되면 혈액의 점도가 높아져 여러 가지 질병·질환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평상시 생활습관을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승필 교수는 “신경과민이나 과로, 수면부족, 스트레스 등은 혈액을 산성화시키는 주된 원인이 된다”며 “기름기 많은 동물성 지방은 산성식품에 속하기 때문에 평소 야채 위주로 섭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혈액의 산성화를 막기 위해서는 알칼리성 식습관을 실천해야 한다. 물론 산성식품을 아예 먹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알칼리성식품 위주로 섭취하되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쌀밥, 육류, 기름진 음식이 산성
우리가 주식으로 섭취하는 탄수화물, 즉 정제된 쌀로 지은 밥과 동물성 기름이 많은 육류, 기름진 음식 등이 대표적인 산성식품에 속하며, 야채와 과일류는 대부분 알칼리성식품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굴, 생선류, 살코기, 간, 닭고기, 칠면조, 대부분의 곡류, 계란, 쌀(정제된 쌀로 지은 밥), 견과류, 편두, 자연숙성치즈, 땅콩 등은 대표적인 산성식품이며, 무화과, 콩류, 살구, 시금치, 건포도, 당근, 샐러리, 오이, 감자, 파인애플, 상추, 양배추, 토마토, 사과, 포도, 수박, 코코넛, 메밀 등은 알칼리성식품, 우유, 버터, 식용유, 백당은 중성식품에 해당한다.
정승필 교수는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부산물이 바로 산성이기 때문에 무조건 산성식품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로 위험한 발상”이라며 “산성식품을 전혀 섭취하지 않고 알칼리성식품만 섭취하면 우리 몸이 에너지를 원활하게 만들지 못해 몸이 차갑고 신진대사가 잘 이뤄지지 않으므로, 산성식품 대 알칼리성식품을 7 대 3 정도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이처럼 혈액의 산성화를 피하기 위해서는 육식을 자제하고 되도록 채식 위주로 섭취하되 알칼리성 습관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지나친 운동은 오히려 산화를 촉진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으며 술, 담배, 카페인은 금물. 또 충분한 수면을 통해 심신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도 좋다.
간혹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경우가 있는데 혈당을 높이는 음식도 개인에 따라 독이 될 수 있으므로, 당분이 적은 과일을 섭취하거나 염분을 낮춰 싱겁게 먹는 식습관을 길러야 한다.
문명의 혜택을 받는 대신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를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 모든 병은 급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나태하고 안일한 생활로부터 발병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지금이라도 당장 알칼리성 식생활 습관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피옥희 객원기자 piokhee@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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