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지구촌 곳곳의 신비한 일들을 방영해 주는 TV프로그램에서는 가끔 주위의 흙, 철, 금속을 먹는 사람들을 소개해 준다.


실제로 중국의 34세의 한 여성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흙모래를 먹는다. 건강한 신체의 이 여인은 흙모래를 보기만 하면 특유 향기에 취해 먹게 된다는 것.


이 여인을 비롯해 그들은 먹지 못한 것을 먹는 신비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른바 ‘이식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식증은 페인트, 회반죽, 흙, 실, 종이, 머리카락, 헝겊 등 영양이 없는 물질을 먹는 식이장애.


보통은 소아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간혹 원인 모를 이유로 일반인에게도 순간적인 ‘이식증’이 발생되기도 한다.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이식증은 보통 호기심에서 기인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대부분 먹지 못하는 것을 인식하는 성인들은 이러한 행동장애가 극히 드문 현상이지만 소아들에게서 나타나는 이식증은 그에 따른 합병증으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인천에 사는 박여진 씨(가명·29)는 최근 4살 된 아들의 행동에 까무라칠 정도로 놀랐다. 아들과 손을 잡고 길을 가는 중에 갑자기 아들이 화단에 있던 흙을 집어 들어 입속에다 넣는 것이었다.


박 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아이에게 흙은 먹는 것이 아니라고 다그쳤다”며 “입 속에 흙이 범벅이 된 것을 보고 삼킨 것은 아닌지 너무 걱정스러워 병원에 바로 가서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었고 기생충이 몸속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간단한 치료를 마치고 돌아왔다는 것.


소아 이식증은 대개 12개월에서 24개월 사이의 걸음마 시기에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이런 행동은 줄어들며, 대부분의 경우에서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그러나 정신지체에서는 이식증이 계속되어 성인까지 지속될 수 있으므로 관찰이 필요하다.


건양대병원 소아과 임재우 교수는 “이 시기 영아들은 물건을 입에 흔히 갖다 대므로 이식증의 진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지만 소아발달단계에 비추어 부적절 하다고 판단될 때에 이식증이라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임 교수는 이어 “요즘은 잘 먹고, 잘 입고, 잘 자는 웰빙 시대라 이식증에 걸린 아이들을 보기 어렵지만 아이의 가정환경에 이상이 있거나 정신적 장애를 보이는 아이들에게서 행동장애의 한 현상으로 이식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영양이 없는 물질을 먹는 행동이 아이들에게서 1개월 이상 지속된다거나 이러한 행동이 발달수준에 부적절하다 판단되면 이식증이라 볼 필요가 있으며 정신지체, 전반적 발달장애, 정신분열증과 함께 증상이 나타날 경우는 임상적 관심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들이 무심코 페인트와 석고를 먹을 경우에는 즉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합병증으로 납중독 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심한 납중독이 있는 소아의 약 80%가 이식증이 있으며, 이식증이 있는 소아의 최소한 30%는 납과 관련된 증상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만성 납중독의 신경학적 합병증은 과잉행동, 짧은 주의집중력, 정신지체, 경련성질환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외에도 아이들에게서 변비와 같은 소화기의 흡수불량이 흔하게 나타날 수 있다. 빈혈, 영양결핍, 특히 철 결핍, 기생충으로 인한 장의 감염, 머리카락을 먹어 생기게 되는 장폐색, 영양소 불균형, 딱딱한 것을 씹어 생기는 치아손상이 있을 수 있다.


한림대의료원 춘천성심병원 소아과 이홍진 교수는 “치료는 이식증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신장애나 영양결핍 등의 아이가 앓고 있는 근본적인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치료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홍진 교수는 이어 “무엇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손에 잡히는 물건을 보통 입으로 가서 빨거나 먹기 때문에 아이들의 행동반경 주변에 있는 작은 물건들은 반드시 치워 두어야 한다”며 “아이들이 먹지 않아야 될 것을 먹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은지기자 jej@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