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과서 '꿈의 교과서'? 학생 건강엔 '악몽'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교육인적자원부가 종이로 된 교과서를 앞으로 ‘디지털교과서(Digital Textbook)’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교과서와 참고서, 문제집, 학습사전, 공책 등의 기능을 하나로 묶은 디지털교과서를 내년부터 시범 도입한 뒤 2013년까지 모든 초·중·고교에서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같은 교육부 정책에서 디지털교과서 사용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할 아이들의 신체·정신적 건강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의학 전문가들은 디지털교과서가 당장 인터넷 중독과 눈 건강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정서적으로도 치명적이어서 오히려 학습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교육부 관계자 역시 “디지털교과서의 상용화가 아이들의 시력 저하나 VDT증후군(컴퓨터단말기증후군) 등을 유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교과서 개발추진위원회에 의료계도 참여해 학생들의 건강문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디지털교과서는 방대한 학습자료 외에도 필기, 밑줄, 노트 기능과 학생별 능력에 맞춘 진도관리 등 복합적인 학습기능을 두루 갖췄다는 점에서 일명 ‘꿈의 교과서’로도 불린다.
◇주의력결핍 등 학습효과 반감?= 일부 전문가들은 디지털교과서가 오히려 학습효과가 떨어진다고 반박한다.
실제 우리보다 먼저 디지털교과서를 시범 적용했던 미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이 예상보다 저조한 학습효과와 학생들의 건강문제 등으로 인해 적용을 중단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이민성씨(35)는 “전자책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다 알겠지만 처음엔 호기심 때문에 관심을 갖고 보지만, 오래 보면 금방 싫증난다”며 “디지털교과서의 검색기능 역시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모르면 바로 찾아보는 등 사고능력을 키우는데도 역기능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 장애(ADHD)를 부추긴다는 주장도 있다.
놀이미디어센터 권장희 소장은 “요즘 교육 콘텐츠들은 하나같이 ‘게임만큼 재밌는 공부’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같은 자극은 처음에는 효과가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자극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결코 효과적인 학습법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디지털교과서에서 제공하는 동영상, 애니메이션, 가상현실, 하이퍼링크 등 첨단 멀티미디어 기능을 통한 교육 역시 아이들의 학습욕구를 당장은 자극할 수 있겠지만, 이처럼 강한 자극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일상생활과 교실에서 선생님의 가르침에 집중하지 못하는 ADHD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권 소장은 “우리나라는 이미 세 살 때부터 인터넷을 이용하는 ‘천재’ 아이들로 가득차 있을 만큼 디지털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다”면서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디지털교과서가 아니라 직접 만지고, 느끼고, 생각하는 아날로그적 감성과 눈 앞의 유혹을 극복하는 힘, 더 큰 이익을 위해 당장의 만족을 뒤로 미루는 지혜, 충동을 억제하는 자제력 등이다”고 말했다.
◇컴퓨터 눈병, 척추질환 등 원인= 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디지털교과서는 아이들 건강의 적이다.
강동성심병원 소아과 정지아 교수는 “TV, 컴퓨터 등을 보는 시간을 ‘비디오 타임’이라고 하는데 학계에서는 비디오 타임이 하루 2시간이 넘으면 그만큼 비만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본다”면서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디지털교과서는 비만, 중독, 눈, 척추 등 각종 질환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컴퓨터 눈병으로 불리는 VDT증후군은 장시간 컴퓨터 모니터를 봐야 하는 디지털교과서가 불러올 대표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VDT증후군은 눈의 충혈, 경미한 두통, 안구의 통증을 비롯해 어깨가 결리고 손목이 아픈 것을 포함한 증상들을 말하며, 컴퓨터 단말기에서 발생되는 전자파 및 강하게 번쩍거리는 빛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에는 가벼운 통증이 있고, 심할 경우 눈이 충혈 되고 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명동푸른안과 이태환 원장은 “컴퓨터를 사용할 때 눈을 자주 깜박여주고, 먼 곳을 가끔 응시하거나 눈을 쉬게 해주는 것이 눈 건강에는 더 효과적”이라고 권한다.
디지털교과서가 가뜩이나 앉은 자세가 바르지 않은 요즘 학생들의 허리를 더 휘게 만들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학창시절에 몸에 밴 나쁜 자세는 허리 통증은 물론이고 나이가 들면서 각종 척추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척추질환 전문 AK클리닉 이승원 원장은 “일반적으로 책을 보거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은 앉는 자세에 있어서는 별 차이가 없다”고 전제한 뒤 “다만 컴퓨터의 경우 워낙 중독성이 크기 때문에 뒤틀린 자세로 장시간을 앉아 있어도 아픈 줄 모른다는 점에서 척추건강에는 안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kth@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