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환자에게 필요한 건 뭐? 스피드!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지금 필요한 건 뭐? 스피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모 광고 카피다. 광고에서는 자초한 위기의 순간엔 삼십육계 줄행랑이 제일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하지만 ‘스피드’는 특정 질병이 나타났을 때 초기대응에도 절실히 필요한 말이다.


특히 초기대응 시간에 따라 회복속도는 물론이고 생사를 좌우하는 뇌졸중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뇌졸중 환자에는 스피드가 필요하다.


◇10명 중 8명 치료시간 놓쳐=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뇌졸중 초기대응은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다.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유경호 교수팀이 1년 7개월(2002.11~2004.6) 동안 대한뇌졸중학회의 한국뇌졸중환자등록 시스템을 이용, 급성기 뇌경색 환자 1만811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3시간 이내에 병원을 찾은 환자는 겨우 20.5%(2216명)로 초기치료가 상당히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 중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혈전 용해제를 투여받은 환자는 2.0%(216명)로 미국, 일본 등 의료 선진국과 비슷하거나 약간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특히 이들 환자들은 평균 64.5세로, 평소에 고혈압을 앓고 있는 환자가 58.3%, 당뇨병 29.4%, 뇌졸중 경험 23.5%, 고지혈증 19.8%, 심장질환 17.3% 등으로 뇌졸중이 발병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갖고 있었는데도 초기대응이 이처럼 늦었다.


급성기 뇌경색 환자에게 발병 후 3시간은 막힌 혈관을 뚫는 혈전 용해제를 투여하는 등 초기에 적절한 치료로 후유증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3~6시간 내 치료를 받지 못하면 혈전 용해제 등을 사용할 시점을 놓치게 되고 결국 어떤 치료방법을 쓰더라도 후유증이 남거나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뇌세포 회복은 시간싸움=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그 부분의 뇌가 손상되는 병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혈관이 막히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혈관이 터지는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으로 나뉜다.


뇌조직은 산소와 혈액공급에 민감하기 때문에 뇌경색이나 뇌출혈로 인해 혈액공급이 안되면 수분 내에 세포가 서서히 죽는다.


피부나 위장 등 몸의 다른 세포와 달리 뇌세포는 일단 손상이 되면 재생이 되지 않는다. 뇌세포의 괴사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은 한쪽 팔과 다리가 마비되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극심한 두통과 구토 등이다.


뇌졸중 환자에게 빠른 치료가 필요한 것은 바로 뇌세포의 괴사 속도와 관련이 있다. 3~6시간 정도까지는 뇌세포가 일부 죽더라도 회복가능한 수준이지만 그 시간을 넘기게 되면 반드시 후유증이 남게 된다. 앞서 말한 마비증상이나 언어장애 등이 치료 후에도 계속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송홍기 교수는 “뇌혈관이 막히는 경우에는 뇌졸중 발생 후 3~6시간 내에 CT(컴퓨터단층촬영)를 해 뇌출혈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tPA, 유로키나제와 같은 혈전 용해제를 사용해 정상 또는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시간을 놓쳐버리면 보조적인 치료를 할 수밖에 없고 이후 회복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후유증이 많이 남아 정신신체장애자로 여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경고신호 잘 포착해야=뇌졸중은 대게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하지만 미리 경고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그 신호를 잘 포착하면 치명적인 뇌졸중을 예방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경고신호는 일과성 뇌허혈증.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 교수에 따르면 노인들 중에는 가끔씩 어지럼증이 생기거나 깜빡하고 정신을 잃고 쓰러지거나 순간적으로 말이 어눌해지고 팔다리에 힘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증상 중 상당수가 일과성 뇌허열증이다.


일과성 뇌허열증은 뇌경색 때처럼 혈액순환이 잘 안돼 발생하지만 증상시간이 짧게는 5분에서 길어야 24시간 내에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된다. 이런 증상은 금방 좋아지고 특별히 아픈 증상도 없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윤 교수는 이같은 일과성 뇌허혈증이 생기면 나중에 뇌졸중이 걸릴 가능성이 10배나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특히 일과성 뇌허혈증 증상이 15분 이상 지속될 경우 이미 어느 정도 뇌졸중이 진행됐다고 봐야 한다는 것. 이럴 경우 즉시 병원 응급실을 찾아 정밀진단을 받아야 한다.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송홍기 교수 역시 “일과성 뇌허혈증은 뇌졸중이 생기기 전에 우리 인체가 미리 알려주는 매우 중요한 경고신호인 만큼 절대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끔 뇌빈혈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실신(syncope)과 혼동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배희준 교수는 “양쪽 감각손상만 있고 다른 증상이 없을 때는 뇌졸중이 아닌 다른 질환일 수도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마비, 언어장애, 시력저하 등 어떤 증상이 갑자기 나타날 경우 일단 뇌졸중을 의심해보는 자세”라고 충고했다.


무엇보다 뇌졸중은 증상은 똑같아 보이지만 그 원인과 종류가 환자마다 다른 만큼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즉시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특히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혈맥을 풀어준다며 우황청심환을 먹일 경우 오히려 기도를 막아 호흡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김태형 기자 kth@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