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변비, 방치하면 아이 성장 망친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화장실에서 앉아 있는 시간 30분. 회사원 김 모씨는 “뒷사람이 기다리고 있을까봐 밖에서는 함부로 화장실도 찾지 못한다”며 “배가 아파도 대변이 한 번에 바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고통까지 심하다”고 말한다. 이에 김 씨는 평소 외출을 할 때, 걱정부터 앞서 식사를 줄이거나 아예 먹지 않는다.
김 씨처럼 화장실 가기가 겁나는 변비 증상은 성인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소아 변비도 비슷한 양상을 띠게 되는데 어른보다 오히려 더 관리가 필요하다.
골고루 영양을 섭취해야 하는 어린이가 변비로 인해 음식까지 거부하기 시작한다면 성장에도 좋지 않은 영양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어린이 변비, 성장에도 악영향 줄 수 있어
어린이 변비는 횟수 자체가 줄어들거나 배변을 힘들어하는 상황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이다.
속옷에 약간의 소변 같은 변이 묻어나오는 유분증이 나타날 때에도 변비를 의심할 수 있다.
속옷에 변이 묻어있다면 속에서 꽉 찬 변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더 이상 공간이 부족해 밖으로 조금씩 흘러나온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
강동성심병원 소아과 이혜란 교수는 “배가 아파서 소아과를 찾는 어린이의 25% 정도가 변비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2~3일마다 변을 보는 어린이들을 가끔 보는데, 이 때 변이 정상이라면 변비라고 볼 수 없고 변이 단단하게 굳어서 배변이 어렵다면 변비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어린이가 변비를 앓는 주요 원인은 운동부족이나 배변 습관, 패스트푸드 선호 등이 있다. 특히 패스트푸드 같은 가공식품은 섬유소가 부족해 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변을 굳게 하므로 변비의 유발을 촉진시킬 수 있다.
또한 감기에 걸려 잘 움직이지 못하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지 못할 때, 잘 알지 못하는 곳에서 배변을 참는 배변 습관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변비는 다른 질환의 한 증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강동성심병원 소아과 정지아 교수는 “변비 환아의 5~10% 정도에 불과하긴 하지만 갑상선 기능저하증이나 내분비질환, 항문 기형 혹은 칼슘 과다나 당뇨 등이 있을 경우에도 변비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변비가 심하게 오래 지속되면 성격이 신경질적이 되기 쉽고 식욕이 떨어져 음식 섭취가 줄어들게 되며 여기에 빈혈도 함께 올 수 있기 때문에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과 정기섭 교수는 “빈혈이 식욕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해 밥이나 음식을 기피하게 되어 변비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며 “더불어 굳은 변으로 인해 배변 시 항문에 열창이 생겨 통증을 느끼기 때문에 아이들의 경우에는 무조건 참는 배변습관도 변비증상이 지속되는데 한몫을 해 결국 변비와 빈혈과 밥 거부, 이들의 삼각관계는 실타래처럼 얽혀 악순환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한편, 운동부족이나 가공식품을 즐기는 어린이가 늘면서 최근 어린이 변비는 더욱 증가추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을 찾은 소아변비 환자는 2001년 404명, 2002년 442명, 2003년 446명, 2004년 461명 그리고 2005년에는 484명에 달했다.
◇ 변비, 자가치료는 금물
변비가 생기면 야채나 과일 등에 있는 섬유질이 도움이 되는데 이 중에서도 자두나 살구, 배, 시금치, 양배추 등이 좋다.
따라서 아이 나이에 맞는 양을 파악해 강판에 갈거나 통재로 주면 된다. 이와 함께 물을 많이 마시게 하고 운동을 시키며 배변 습관을 잘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이라고 하더라고 일반적인 약 등으로 집에서 치료하려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변비 치료에 흔히 유산균 제제를 많이 사용하는데 근본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며 “이밖에 변을 묽게 하는 약들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의사의 지시에 따라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보호자 임의로 자주 관장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한다.
변비의 치료는 짧게는 1~2주에서 길게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정기섭 교수는 “변비의 치료는 단순히 매복되어 있는 숙변의 제거라 아니라 장기간의 대변이 정체됨으로 인해 감각이 둔해져버린 대장의 기능 회복이 궁극적인 목표이므로 최소 수 개월의 장기적인 치료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어, “생활 습관 및 식이 습관의 교정과 더불어 약물 치료를 병행하게 되는데 이 때 성인과 달리 자극성 하제가 아닌 삼투성 하제를 투여하게 되므로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오히려 약물의 투여량이 적거나 보호자가 임의로 너무 일찍 약물을 중단함으로써 변비의 재발을 불러오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를 종종 있다”고 덧붙인다.
조고은기자 eunisea@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