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천식 환경성 질환, 환경부? 복지부?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아토피, 천식 등 환경성 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그 피해대상이 대부분 미래세대인 어린이에게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체 어린이의 16%가 천식을 앓고 있고, 초등학생 4명 중 1명은 아토피 환자다. 천식은 산업화 이후 유병률이 약 5배나 늘었고, 아토피는 지난 30년간 2~3배 증가했다.


2005년 국민들의 혈중 중금속 수치 조사에서는 수은의 평균농도가 미국·독일의 5~8배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가임기 여성의 26.7%가 미 환경보호국(EPA) 기준(5.8ug/L)을 초과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환경성 질환에 대한 대비수준은 상당히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로 4만종의 국내 유통 화학물질 중 유해성 심사가 이뤄진 것은 8%(3710종)에 불과하다.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환경성 질환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국내 환경보건정책의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5일 국회에서 열렸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보건복지위)이 주최하고, 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포럼이 공동주관한 ‘지속가능한 건강사회를 위한 환경성 질환 정책토론회’로 2시간30분간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환경보건법 추진=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환경부 최흥진 환경보건정책과장은 ‘환경보건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공중보건은 복지부(공중위생관리법·국민건강증진법), 학교보건은 교육부(학교보건법), 산업보건은 노동부(산업안전보건법), 식품위생은 식약청(식품위생법)이 각각 맡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보건 분야 역시 환경부를 주무부처로 한 환경보건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환경부는 이미 법 초안을 마련해 복지부, 산자부 등 정부 관련부처와 협의에 들어간 상태로 오는 2009년 1월 본격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법안에는 위해성 평가 및 환경기준 설정관리에서 환경성 질환 예방·관리, 어린이 건강보호, 환경보건 연구기반 및 재정기반 확립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반면 토론자로 나온 복지부 김영균 질병관리팀장은 “현재 추진 중인 환경보건법(안)은 많은 부분이 기존 법률 또는 타 부처에서 수행 중인 업무와 중복되는 만큼 법안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흥진 과장은 이밖에도 지난해 2월 환경부가 발표한 ‘환경보건 10개년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사업도 소개했다.


우선 어린이 환경건강 종합대책이 추진된다. 놀이터, 학원 등 어린이들의 주요 활동공간에 대한 유해물질 노출실태조사와 함께 장난감 등 어린이용품의 유해성 조사, 어린이 눈높이 유해도 분류 표시제와 어린이 용품 긴급회수제도 등이 도입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전자파의 유해성에 대한 건강영향조사도 진행된다. 지난해 1차 조사에 이어 올해는 어린이들의 휴대폰 사용실태 및 건강영향 조사, 전자파 노출인구 산정 등 민감한 내용의 연구조사가 추진된다.


이밖에도 도시, 산업단지 등 유형별 환경성 질환에 대한 조사와 함께 학교 실내공기질 관리개선 등 종합대책도 마련된다. 또 산모 영유아의 환경노출영향 조사를 통해 환경노출과 질환의 상관성을 규명하는 작업도 진행된다.


◇환경성질환센터 병원 3곳 지정=환경부는 또 전국 병원 중 5~8개를 아토피 등 ‘환경성질환센터’로 지정,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병원 3군데 정도를 아토피, 천식, 발달장애 등 환경성질환센터로 지정할 예정이다. 이 센터들은 환경성 질환의 원인 추적조사에서 질환자 치료 등을 맡게 되며, 환경부로부터 약 3억원의 연구조사비를 지원받게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늦어도 6~7월께는 환경성질환센터로 지정될 병원 3군데가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간교육실천 학부모연대 이정원 초등교육위원장은 다양한 환경성 질환을 다루는 전문병원 설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위원장은 “다양한 알레르기성 질환자와 그 가족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전문병원들이 설립돼야 한다”면서 “일반 소아과 의사가 아닌 전문의를 통한 바른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같은 전문병원이 설립될 경우 각 환경성 질환에 대한 통계자료 수집이 원활해지고, 이런 자료를 통해 보다 정확하고 분명한 질환의 역학적 인과관계도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복지부는 2005년 7월부터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안과 등 6개과와 심장질환, 화상질환, 알코올질환, 뇌혈관질환 등 4개 특정 질환에 대해 전문병원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한방 역시 올해부터 중풍, 척추질환을 중심으로 한 6개 한방전문병원 시범기관을 지정, 운영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병원제 분야에 아토피, 천식 등 환경성 질환이 포함되지는 않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환경성 질환에 대한 전문화·표준화된 의료기술을 확보한 병원이 나올 경우 지정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vs복지부 영역논란=이날 토론회에서는 환경보건정책 수행주체를 놓고 환경부와 복지부 간 영역다툼 논란도 있었다. 궁극적으로 기존에 보건영역을 담당하던 복지부의 전문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환경보건정책도 병행할 것인가, 아니면 환경부가 주축이 되고 복지부가 보조역할을 맡을 것인가의 문제다.


아주대 장재연 교수(예방의학교실)는 “국민 혈중 수은농도 발표 관련 입장차이 등 환경부와 복지부와의 미묘한 갈등이 시작됐다”면서 “부처간의 관계는 상호보완과 협력을 통한 상승효과가 있어야지 기계적인 단순한 협력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김영균 질병관리팀장은 역할 분담을 제안했다. 물, 공기, 땅 등 매체 환경정책은 환경부가 중심이 되고, 유해환경 건강영향조사 등 수용체 중심의 환경보건정책은 복지부가 주축이 돼야 한다는 것.

김 팀장은 이같은 역할분담이야말로 “부처별 전문성의 극대화 및 자원의 효율적 활용 등의 측면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유해물질과 질병과의 상관성 규명 등은 다양한 조사·감시체계 운영경험과 관련 인력 및 병·의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한 토론회 참석자는 “환경보건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결국 환경부와 복지부 간 세부적인 영역논란과 역할분담에 대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