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공공의 적’ 살빼기 전쟁
[국정브리핑 ]
유럽 국가들은 거의 모두 국민 건강을 정부의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이미 대규모 투자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비만과의 전쟁에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지난해 ‘피트니스 장관(Minister for Fitness)’이란 직책을 새로 만들었다. ‘운동장관’인 셈이다. 피트니스 장관 캐럴린 플린트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최 전까지 전 국민의 군살을 빼고 체력을 기르는 캠페인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체력 강화를 위해 운동시설을 편리하고 싸게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방안도 밝혔다.
영국의 비만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만큼 심각하다. 2010년 성인 남성의 33%, 2~15세 어린이 중 여아 22%, 남아 19%가 비만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영국은 이미 유럽 최고 ‘뚱보나라’다. 재정 부족에 허덕이는 영국국민건강보험(NHS)이 매년 수십억 파운드를 비만이 부른 질병 치료에 지출하는데, 비만 인구가 더 늘면 부담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계산도 나왔다.
지난 해 영국이 유럽최고의 ‘뚱보국가’가 됐음을 알린 일간지 선의 인터넷 뉴스.
영국은 패스트푸드와 청량음료에 대해 비만세(fat tax)를 도입하고, 정크푸드 방송 광고 규제도 추진했다. 생활 속의 작은 습관을 바꿔 질병을 예방하자며 승강기 대신 계단 이용하기, 체력단련 시설 이용하기, 과일과 야채 많이 먹기 등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학생 비만을 막기 위해 1992년부터 모든 학교에서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과체중인 학생은 의무적으로 비만 클럽에 가입해야 하고 지정된 운동량을 채우지 못하면 집에 가지 못할 정도로 엄격하다. 교내의 자판기를 없애고, 학교에 공급하는 음료수의 당 함유량을 대폭 낮췄다. 비만 프로그램 시행 14년 만인 지난해 소아 비만율이 14%에서 9.3%로 떨어졌다. 세계보건기구는 싱가포르의 학교 비만방지 프로그램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소개했다.
프랑스는 공립학교에 청량음료와 과자를 파는 자동판매기 설치를 금지하고 비만 식품의 광고도 전면 금지했다. 건강음식 공급과 운동증진 프로그램, 건강진단 등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은 비만이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 65억 명 중 10억명이 과체중으로 추정되며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확산되는 질병으로 분류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지출하는 의료비 가운데 7%가 비만으로 인한 질병 치료에 쓰이고 있다. 생산성 저하와 보험금 지급 등을 감안하면 사회적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유럽 국가들은 다양한 비만 예방 정책을 마련하고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비만을 방치했을 때 드는 비용보다 미리 대처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