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고] 위생·검역(SPS) 협상과 대책


부서 통상협력과

미국산 쇠고기, 중국산 김치, 벨기에 다이옥신, 미국과 EU간 쇠고기 분쟁, 미국과 일본간 사과 분쟁 ····. 더 많은 예를 들을 필요도 없이 국민건강과 동·식물 안문제를 거론할 때 떠오르는 크고 작은 이슈들이다. 근년에는 우리나라에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여 일본·중국 등 인접한 국가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농·축산물을 수입하고 있지 않은 나라들까지도 긴장시킨 적이 있는데, 그 또한 건강과 안전 문제를 우려하였기 때문이었다.

윤동진 통상협력과장

위생·검역조치는 흔히 ‘SPS조치’라고 한다. 영어로 풀어보면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Sanitary and PhytoSanitary measures를 줄인 말임)를 나타내는데 건강과 안전에 관하여 이루어지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사실 1995년 WTO체제 출범 이전에는 극히 일부의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건강과 안전에 관한 과학적 기술이나 정보의 부족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대신 일종의 쇄국정책처럼 외국으로부터 농·축산물의 수입을 금지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이로 인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농·축산물도 국제간 거래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종종 무역분쟁으로 발전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국가간의 분쟁 및 마찰 등을 최소화하고 원만히 처리하도록 하기 위해 국제규범을 마련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WTO ‘위생 및 식물위생조치에 관한 협정’(‘위생·검역협정’ 또는 ‘SPS협정’)으로 그 결실을 보게 된다.

SPS협정은 회원국이 SPS조치를 도입하거나 유지하기 위해서 충족시키지 않으면 안될 특정한 의무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그 자체로서 적용과 시행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 다만, 각국의 SPS조치를 채택할 권리를 보장하면서 그러한 권리를 행사하더라도 무역을 제한하지 않도록 하는 이중의 목표를 두고 있음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SPS협정은 회원국이 SPS조치를 필요한 정도에서만 충분한 과학적 증거를 갖추고 취해야 하며, 회원국간에 부당하게 차별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수역사무국(OIE) 등 국제기구들이 과학적 평가과정을 거쳐 국제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이러한 국제기준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한편, 위험평가에 기초하여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그 보다 높은 수준의 SPS조치를 적용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과학적인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한편, SPS협정은 수출국의 SPS조치가 수입국의 조치와 다르더라도 동등한 결과를 나타낸다고 할 때에는 이를 동등한 것으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수출국이 자국내에서 병해충이 발생하고 있지만 특정 지역에서 발생 하지 않음을 입증할 경우 이를 인정하여 농·축산물의 수입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시 정리하면, SPS조치를 취하고자 하는 국가의 입장에서는 위험평가가 전제조건이 되며, 이러한 조건을 충족한 연후에 국제기준을 사용할지 아니면 국제기준보다 높은 수준의 SPS조치를 취할지 검토하게 된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회원국은 위험평가, 적정보호수준의 결정, 적정보호수준에 합당한 SPS조치의 도입 등 제반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SPS 관련 국제기구의 논의동향

WTO체제하에서 SPS조치에 관한 국제 교역적인 관심 사항은 WTO산하 위생·검역위원회(SPS위원회)에서 논의한다. SPS위원회는 위생·검역조치와 관련한 양자간 무역분쟁 협상의 장을 제공하고 있으며, 국제기준의 사용장려 및 활용상황 감시, SPS협정 실행지침 제정 등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SPS위원회는 협정의 이행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주로 다루고 있어 위생·검역 전문가는 물론 다수의 통상·법률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세한 위생·검역기준은 관련 국제기구들이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 3월 열린 제1차 SPS위원회 회의에서 미국이 우리나라의 검역통관 절차에 대해 이의제기함으로써 호된 신고식을 치룬 바 있고, 우리나라와 관련된 통상현안이 오랫동안 단골메뉴로 등장하였다. 최근에도 WTO/SPS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캐나다·EU·브라질 등 다수의 국가들은 우리나라와 양자 현안에 대한 비공식적인 협의를 요구하여 협상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WTO/SPS위원회를 통해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WTO 분쟁절차로 나가기 위한 전초전의 성격이 있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가 많은 농축산물을 외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건변화에 맞게 위생·검역 제도를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가지 못했던 점도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동안 SPS위원회는 협정에 규정된 각종 의무규정-동등성 인정, 위험평가 실시, 국제기준 사용여부 모니터링, 각국 SPS조치의 WTO 통보 등-의 실행을 위한 세부절차와 지침을 만든 바 있다. 최근에는 ‘병해충 비발생지역 인정’에 관한 규정의 이행을 위한 행정절차 개발문제가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데, 대체적인 윤곽을 그려놓은 상황이므로 조만간 최종지침으로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SPS협정에서 위생·검역 관련 국제 교역기준을 제정하도록 권한을 위임받은 국제기구는 3개이다 : 동물질병 및 인수공통전염병에 관하여는 국제수역사무국(OIE), 식물질병 및 병해충에 관하여는 국제식물보호협약(IPPC), 식품안전에 관하여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이들 국제기구들은 질병 또는 병해충의 발생에 관한 국가간 정보교환이라는 기본적인 활동과 함께, 농·축산물과 식품을 교역하는데 각국이 활용할 위생·검역기준을 제정한다. 위험평가를 통해 과학적 근거가 분명한 SPS조치를 따로 마련하지 않는 한 국제기준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이들 국제기구들의 활동범위와 역할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우리도 국제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OIE와 IPPC의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의 또는 워크샵을 주관하고 Codex 아시아지역 조정국 역할을 수임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 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김치에 관한 Codex기준을 제정한 바 있고, 인삼, 고추장 등에 대한 규격화도 추진하고 있다. 국제기준을 사용할 것인가의 판단은 국내기술 수준과 현실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은 분명한 만큼 수입국에 과도한 부담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어 대응하고 있다.

양자 SPS현안과 과제

1995년 WTO출범과 함께 발효된 SPS협정에 따라 수입을 제한하려는 목적으로 동·식물 검역조치를 운용하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DA협상과 동시다발적 FTA협상 등 국내외 농업여건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검역문제를 농 축산물의 수입을 막는 장치로 생각하는 기대감이 사라지 않고, 오히려 국민과 동·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검역기준을 더욱 강화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검역제도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강하다고 불평하면서 국제기준과 일치시키거나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개선하라는 외국의 요구가 점증하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농업 통상문제 중 3분의 2 이상을 위생·검역에 관한 현안이 차지하고 있다.

최근 2~3년간 여러 나라들과 FTA협상을 추진하면서 위생·검역문제가 한층 부각되고 있다. 협정당사국간의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FTA협상에서 위생·검역 분야의 협상도 이루어지는 만큼 우리 SPS조치가 완화되거나 철폐되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제기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려하는 바와는 달리 위생·검역 문제는 WTO에서도 인정하듯이 과학적으로 다루어질 사항이기 때문에 FTA협정에서도 추가적인 의무사항을 만들어 내지 않고 WTO협정을 준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가 칠레, 싱가포르, EFTA 및 아세안과 맺은 FTA협정에서도 이러한 원칙이 유지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협상에서도 이를 지켜나갈 계획이다.

FTA협상에서 위생·검역 분야가 겪게 되는 변화는 협정당사국과의 공식적인 협의채널이 만들어진다는데 있다. 어떠한 형태의 협의채널을 둘 것인가는 교역상황이나 SPS 관련 이슈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모든 FTA협정에서 위생·검역에 관한 협의채널을 창설하고 있다. 이 협의채널은 위생·검역에 관한 정보교환과 FTA협정 이행문제를 논의하는 한편, 양국간 SPS현안에 대하여도 의견을 나눌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향후 대응방향

DDA협상 및 FTA협상 등의 영향으로 농·축산물의 교역이 대폭 늘어나고 위생·검역 수요의 증가추세도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다. 이에 따라 대외적으로는 검역관련 분쟁이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검역기준 강화요구가 동시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농·축산물 수출에 역점을 두는 호주의 경우에도 유사한 경험을 한 바 있다. 미국과 FTA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호주 정부는 국내 농민들로부터 검역기준이 완화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혹에 시달렸으며, 이에 따라 위생·검역 분야에 상당한 협상력을 투입하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SPS협정 이행경험과 위생·검역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는 있지만 미흡한 분야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항생물질·농약 등 유해 잔류물질, 구제역·과실파리 등 질병이나 병해충 등을 검사하는 기술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서 있다. 그러나, 위험평가 관련 제도 및 관련 전문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동시다발적 FTA협상등을 계기로 위생·검역 분야에 대한 대응역량을 획기적으로 확충할 수 방안을 함께 강구할 계획이다.


통상협력과장 윤동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