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우주인도 고추장 없으면 못산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러시아 우주왕복선 ‘소유즈’호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무는 동안 김치와 고추장, 고려인삼 등 우리나라 전통음식을 먹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중국 13억 인구를 열광시켰던 유인우주선 ‘선저우’ 6호에 탑승했던 중국 우주인들의 첫 식사가 월병(月餠)이었던 것과 비슷하다. 월병은 중국인들이 추석 때 보름달을 보며 먹는다는 전통음식.
지난 25일 우리나라 첫 우주인 후보로 고산(30·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 이소연(28·KIST 박사과정) 2명이 선발되면서 이들이 우주에서 어떤 음식을 먹으며 생활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이제 이들은 내년 3월부터 1년 동안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은 뒤 이 중 최종 1명이 2008년 4월 소유즈호에 탑승, 지구로부터 약 350㎞ 떨어진 ISS에 도착하게 된다.
◇우주인 뭘 먹나=ISS에서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음식은 뜻밖에도 김치와 고추장, 된장, 불고기, 인삼 등 우리 전통음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우주식품을 개발 중인 한국식품연구원 김성수 책임연구원은 “우주에서는 원래 음식 맛과 전혀 다른 맛이 나거나 맛을 못 느끼는 상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입맛을 잃기 쉬운 우주인들에게 매콤하고 약간은 자극적인 김치와 고추장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우주인들은 약간의 자극적인 맛으로 입맛을 회복하기 위해 매운맛 소스를 곁들여 먹거나 향이 독특한 카레와 같은 자극성 식품이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우주에서 먹는 김치나 고추장이 시중에 판매되는 것과 똑같은 맛은 아니다. 일반 고추장의 경우 염분이 14% 이상이지만, 우주식품에 쓰이는 고추장은 이를 10% 수준으로 낮추고 살균을 강화해 만들어진다. 지나치게 자극적일 경우 세계 각지에서 온 우주인의 입맛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한국형 우주식품은 5종 가량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러시아측이 제공한 우주식품을 먹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우주식품은 수분이 5% 이하의 건조식품이다. 우주식품은 부피나 무게가 작아야 하고 장기간의 저장기간 동안 부패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 특히 ISS에는 조리기구가 없이 태양 에너지를 이용한 헤어드라이어와 같은 가열기구를 이용, 섭씨 80도 정도밖에 조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데우면 바로 취식이 가능한 완전 조리식품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수분이 있는 식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수분을 함유한 통조림 등은 고온고압에서 완전 멸균상태로 우주화물선을 통해 전달된다. 하지만 냉장고가 없기 때문에 신선식품 섭취는 우주화물선이 다녀간 며칠만 가능하다.
물은 의외로 충분하다. 태양열 전지판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부산물로 청정한 물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주환경의 특성상 사용이 번거롭기 때문에 물로 헹구지 않는 치약, 린스 없는 샴푸, 샤워시설의 진공수집기 등이 사용된다.
◇한국 우주식품 기술은=무중력 상태인 우주공간에서는 신체적, 생리적 변화가 심하고 특히 칼슘의 과대배출에 의한 골다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뼛속 칼슘의 경우 한 달 평균 1% 정도 감소하며, 뼈에서 빠져나간 칼슘이 신체의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콩팥 결석과 피부의 각질화를 촉진하기로 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우주인사업단장은 “무중력 상태에서 살아가는 법에 적응한 우주비행사도 ‘우주적응 증후군’인 멀미 같은 증상을 포함해 뼈와 근육이 약해지는 등 다양한 우주병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미국, 러시아 등은 이미 10년전부터 우주인에게 필수적인 영양을 공급하면서도 먹기 편하고, 맛도 좋은 우주식품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세계 우주식품 품평회를 해마다 개최하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도 자국의 우주인에게 적합한 우주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전통음식을 우주식품으로 만드는 우리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김성수 책임연구원은 “당장 내년 1~2월 완제품을 러시아측에 보내 실제 우주환경에서 섭취 후 식품의 기호도, 편의성, 소화성 등의 테스트를 통과하면 내년 12월쯤 우주화물선 ‘프로그래스’호에 실려 ISS로 보내진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당장 제품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우주인의 생리적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고칼슘, 저염화, 저철분, 고비타민 등 영양적 요구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공기술이나 배합비 조절이 가미돼야 비로소 우주식품이 탄생된다.
김치, 고추장 등 전통발효식품을 수분함량이 5% 이하인 건조식품으로 만드는 첨단 가공기법도 필수다. 보존기간도 길어야 한다. 러시아측은 최소 1년 이상 변하지 않아야 안전한 식품으로 인정한다. 실제로 과학기술부는 내년 8월까지 한국형 우주식품에 대한 개발과 취식시험 등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김성수 책임연구원은 “기존 우주식품과 우리가 개발한 식품의 영양성과 기호성, 포장상태, 편의성면에서 우리의 기술이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개발한 우주식품을 러시아, 미국 등 각국의 우주인들에게 맛보게 함으로써 우리 우주식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세계화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것도 이번 우주여행의 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김태형 기자 kth@mdtoday.co.kr
[뉴시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