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못 먹는 물 '돈 때문에' 학생.어린이 입으로
전국 52개 수질검사기관 중 14개 기관이 먹을 수 없는 물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검사결과를 허위로 꾸미다 검찰에 덜미가 잡혔다.
특히 이들이 조작한 오염물은 가정집 489곳, 학교 168곳, 어린이집 19곳, 마을상수도 286곳 등에 공급됐고, 가정집에는 흘러들어간 물은 질산성 질소가 기준치 17배를 넘는 것도 있었다.
◇‘못 먹는 물’ 학생.어린이 입으로
검찰은 올해 6월 수도권 일대에서 발생한 CJ푸드시스템 집단급식소에서 2978명의 식중독 의심환자가 발생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청과 함께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급식용 야채류 세척에 사용된 지하수가 질산성질소에 오염돼 허용기준치를 4배 이상 초과했고, 지하수 개발당시 수질검사 시험성적서가 조작된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작은 식중독 파동을 겪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수질검사기관에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확대 수사를 통해 확인했다.
수질검사기관과 지하수개발업자, 공무원들이 공모, '돈 때문에' 오염된 물을 학생들과 어린이, 이웃들에게 거리낌 없이 먹이고 있었던 것.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수질검사결과 조작에 가담한 37명을 입건해 5명을 구속 기소하고, 3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중에는 자치단체, 국립환경과학원 등 공무원 8명과 대학교 연구원도 상당수 포함됐다.
검찰은 또 수질검사기관 14곳 가운데 8곳은 지정취소 등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나머지 8곳은 단순 참고용 검사이거나 업무상 과실로 인정해 입건하지 않았다.
CJ푸드시스템은 식중독균에 오염된 식재료 사용으로 인해 식중독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은 가능하지만, 고의성이 없어 형사책임을 묻지 않았다.
또 2차례에 걸친 역학조사에서 식중독 파동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 노로바이러스의 감염경로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이 같은 판단에 고려됐다.
◇수돗물로 지하수 대신 수질 검사
수질측정 컴퓨터 분석기기(이온크로마토그래피.IC)에서 질산성질소 등이 함유량으로 표시되는 점을 이용, 이 그래프를 조작해 검출수치가 낮게 되도록 출력했다.
또 이온크로마토그래피를 직접 조작하는 대신, 실체 분석데이터 수치를 빼고 다른 기준치 이내의 수치를 시험성적서에 입력하기도 했다.
시료가 없어 수질검사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다른 지하수나 수돗물 검사결과를 그대로 시험성적서에 써 넣고 시료를 증류수로 희석시키는 연구원도 있었다.
공무원은 이 때 현장에 있지도 않았으면서 봉인지를 작성해줘 개발업자 등의 비리를 도왔다.
◇수질검사기관 과도 경쟁이 부른 ‘부정’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드러난 지하수 수질관리 문제점은 수질검사기관간의 과도한 경쟁과 공적 책임의식 부재. 감독기관의 관리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판단했다.
수질검사기관들은 영업사원들을 동원, 경쟁적으로 수질검사 수주활동을 하기 때문에 지하수개발업자와 유착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수질검사에서 부적합 결론을 내리면 지하수개발업자는 적지 않은 폐공처리 및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로 인해 업자는 '조작'을 부탁하고 수질검사기관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1건당 25만여원을 받고 부탁을 들어줬다.
또 이미 사용중인 지하수에 대한 정기검사도 부적합으로 통보하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돼 수질검사를 의뢰하지 않는 것도 부정을 저지르는 이유로 거론됐다.
현행 규정상 수질검사지정기관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에서 3년에 1회 이상 벌이고 있는 지도점검도 인력 및 장비 부족으로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고 있다.
검찰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에 따라 급식파동 이후 집단식중독 관리대책안을 마련해 관련 부처와 제도개선을 건의 중이고, 식품위생법상 식중독 보고체계를 일원화하도록 조치했다.
또 식재료 공급업종에 대한 규제를 신설하고, '섭씨 5도 이하에서 3일 이상'이던 보존식 보존규정을 '영하 18도 이하에서 7일 이상'으로 강화했다.
식중독 파동의 주요 원인이 노로바이러스로 지적됨에 따라 먹는물관리법상 수질기준에 노로바이러스 검사항목을 신설했으며 지도감독과 관리체계도 강화키로 했다.
◇용어정리
▲질산성질소 - 사람이나 동물의 분변이 유입되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산소를 부족하게 만들어 몸이 푸른색으로 변하는 청색증과 성장발육, 빈혈 등을 유발한다.
분면을 통해 각종 병원균.바이러스가 전염될 가능성이 있으며, 지난 50년대 체코에서는 70ppm 이상 질산성질소 함유물을 우유에 타먹은 어린이 가운데 9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질산성질소 수질기준 - 음용수 10ppm, 농업.생활용수 20ppm, 공업용수 40ppm.
정지우기자 jj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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