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시련에서 배운다>한겨울에도 식중독… 45% 원인도 몰라
(::후진국형 식품안전사고 매년 되풀이… 올 9200여명 발생::) 회사원 남모(40)씨는 최근 퇴근길에 평소에 자주 가는 식당에 들러 삼겹살에 소주 몇잔을 마시고, 후식으로 는 수입 오렌지를 먹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한 남씨는 갑자기 설 사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에 입원했다. 식중독이었다. 그렇다면 남씨의 증세에 대한 책임 소재는 누구에게 있을까. 남씨의 경우 처럼 식중독 사고가 일어나도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서는 정 부 8개 부처가 섭취물 원인규명 등에 나서야 한다. 음식을 먹고 병이 발생했는데 책임 소재를 찾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끊이지 않는 식품안전사고 = 우리나라는 매년 식중독 사고가 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이달들어 14일까지 전국에서 식중독 의심사고가 8건 529명이나 발생했다. 한겨울임에도 식중독 환자 가 예상외로 많이 발생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이후 올해 7월 까지 집단식중독 사고로 3만2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식중독 사고는 2001년 93건이 일어나 환자가 6406명이 발생한 이래 200 2년 78건 2980명, 2003년 135건 7909명, 2004년 165건 1만338명, 2005년 109건 5711명, 올해 205건 9200여명(잠정 추계) 등으로 늘었다.
집단급식소의 식중독 발생 원인은 대부분이 납품업자의 식품자재 관리 소홀과 위생관리 시스템 부재로 꼽히고 있다. 한국급식위 생학회가 올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집단식중독의 원인의 57%가 식자재 관리 소홀과 위생관리 부재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같은 식품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상당부분이 원인식품이 나 원인균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식약청이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정형근 (한나라당·부산 북·강서구갑)의원에게 제출한 올 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식중독 사고중 45%이상이 원인 식품을 밝혀내지 못했으며, 31%이상은 원인균도 검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6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학교 집단 급식사고도 결국 법적 책임자를 가리지 못했다.
식품접객업소와 부정 불량식품도 식품 안전사고의 사각지대로 국 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식약청이 올해 초 전국 12만667곳 의 식품접객업소를 감시한 결과 9553곳이 시설이나 보존 및 유통 기한 등을 위반했다. 또 집단급식소 3781곳중 130곳이 위생기준 을 지키지 않다가 적발됐다.
이와함께 부정 불량식품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식약청이 지난 4 ~6월 학교와 유원지 등 8068곳을 집중단속한 결과 1801곳이 무허 가 식품과 보존 및 유통기준을 위반한 식품 등을 판매하다가 적 발됐다. 이 단속에서 수거해 폐기된 식품만 729㎏이나 됐다.
▲식품행정 일원화 시급 = 현재 우리나라의 식품 행정은 8개 부 처 26개 법안 230여개 하위 법령으로 나뉘어져 있다. 바다에서 나는 먹는 식품이라도 수산물은 해양수산부, 천일염(소금)은 기 준설정 식약청, 제도관리 및 지도점검은 산업자원부(실질적으로 는 대한염업조합)가 담당한다.
또 이 수산물이 캔 제품으로 만들어져 팔리면 가공과 유통 소비 단계를 따져 해당부처를 찾아야 한다.
농산물은 1차 생산품은 농림부가 관리하지만 가공, 유통, 소비단 계는 식약청이 담당한다. 물론 이들 식품 지도 점검에는 지방자 치단체도 참여한다. 여기에 육류 가공품의 경우 육류 함량이 50% 이상인 제품은 농림부가, 50% 미만인 제품은 식약청에서 담당한 다.
학교급식은 더 복잡하다. 급식 기준 설정은 식약청이 하지만 제 도관리 및 지도점검은 교육부, 학교 급식업체 점검은 지방교육청 , 외부 도시락 급식업체는 식약청이 한다. 축산식품도 농림부와 식약청, 자치단체로 분산돼 있으며, 먹는 샘물은 생산 및 보관 운반은 환경부, 판매단계는 식약청 관리이다. 이밖에 술은 국세 청이 관리한다.
이처럼 식품 관련 업무가 여러 부처로 나뉘어져 있으니 안전사고 가 터지면 사고 대책보다 안전관리 체계부터 따져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골치아픈 일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도 종종 발 생한다. 우리나라 식품 업무가 이처럼 분산돼 있는 것과 달리 세 계 선진국들인 프랑스,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 등은 ‘농장에 서 식탁까지’ 통합관리 하고 있다.
이에따라 우리나라도 식품 안전사고 예방과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부처에 분산된 식품안전관리의 통합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식품을 통합 관장해야 중복 규제나 불필요한 관리도 사라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정책입안과 집 행을 통해 보다 안전한 식품 공급체계가 가능하다는 것.
신동화 (전북대 식품공학과 교수)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장은 “ 우리나라 식품행정은 8개부처에 나뉘어져 체계적인 안전관리와 책임행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식품행정 분산은 국민들이 안전한 식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막는 것”이라고 지적 했다.
김순환기자 soon@munhwa.com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