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간염은 술이 문제" …간염 유형 서구화 뚜렷
백신접종 20대 이하 B형 보유율 2% 안돼
음식물 전염 A형 늘어… 위생습관 길러야
회사원 김모(32)씨. 늘 체력은 좋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왠지 하루 종일 피곤하고 입맛이 없다. 아침저녁으로 으슬으슬 춥기조차 하고…. 간기능 검사를 했더니 간염 수치가 높고 황달도 있다 했다. 웬 날벼락인가. 최근 몇 년간 건강검진 때마다 늘 간염 수치는 정상이라고 했는데….
# 앞으론 B형 간염 보기 힘들어진다
김씨 같은 경우가 전형적인 B형 간염 발병 케이스. 어렸을 때 어머니나 가족으로부터 옮은 후 한동안 간염 바이러스만 보유하고 있다가 나이가 들어 본격적으로 발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를 앞으로는 점차 보기 힘들듯하다. 당장 김씨보다 한참 젊은 20대 이하 연령대에선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율 자체가 2.0%에도 훨씬 못 미친다. 지난 1985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B형 간염 백신접종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결과다.
감염 경로도 많이 변하고 있다. 이전엔 '수직 감염',즉 산모에게서 아이에게 감염되는 것이 가장 흔했다. 그러나 B형 간염 백신이 개발된 후 수직 감염 위험성이 있는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예방주사를 맞는다. 반면 선진국에선 사회생활을 하면서 간염 환자의 혈액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감염되는 비중이 높다.
부산대학병원 소화기내과 조몽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의 0.5~1.0%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수십년 후에는 거의 비슷하게 따라갈 것"이라 예측하고 "감염 경로도 수직 감염보단 환자 혈액을 통한 감염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감염도 예방접종에 의해 일정 부분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의 젊은층이 중년이 될 때쯤이면 국내에선 B형 간염이 보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 A형,C형 간염은 이미 서구화(?)
A형 간염은 오염된 식수,어패류,상한 우유 등을 섭취했을 때 발생하기 때문에 위생환경이 좋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 소아 때 감기처럼 앓고 지나간다. 일단 한 번 앓고 나면 항체가 생기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40,50대 이상 세대들은 항체 보유율이 거의 100%에 가깝다.
문제는 40대 이하 세대에서 항체 보유율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 특히 88올림픽 이후 아파트 생활문화 및 식품유통시스템 발전 등으로 그런 경향이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이런 젊은이들이 학창생활이나 군대 등 단체생활을 하면서 A형 간염에 접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이 A형 간염에 걸리면 위장 장애,피곤감,황달 등 증세가 심해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가 많다. 대부분 1~2주면 퇴원하지만 심할 경우엔 간부전으로 넘어가 사망할 수도 있다.
최근 그 A형 간염 환자가 20~30대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경희의료원과 한림대의료원이 지난 5년 동안 조사한 결과,2001년 입원 환자 수에 비해 2006년엔 무려 8배가량 증가했다. 그중 20대,30대가 전체 환자의 79%나 된다.
C형 간염 바이러스도 이미 발병 비율이 서구와 비슷한 정도다.
현재 국내의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율은 1.0~1.5% 수준. 이전에는 수혈이 중요한 감염 경로였으나 1990년 이후에는 헌혈자에 대해 간염 바이러스 검사를 하고 있으므로 수혈에 의한 감염도 사실은 극히 드물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C형 간염 발병율이 앞으로는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서구에선 만성 C형 간염이 △마약 사용자 △열악한 생활환경 △간염 환자의 혈액에 오염된 수액이나 주사기 등에 노출되었을 때 △간염 환자와의 성적 접촉 등을 통해 감염되지만 국내에선 마약 사용자가 많지 않은 데다 생활환경도 갈수록 청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 문제는 알코올성 간질환
간염 중에서도 급성 간염은 사실 치료법들이 많이 나와 있어 걸렸다 하더라도 그리 큰 문제가 아닌 경우도 많다.
거기다 만성간염 역시 우리도 선진국처럼 발병 빈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청신호. 우리나라에서 만성간염은 B형 간염이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나머지가 바로 C형 간염과 알코올성 간질환.
그런데 문제는 알코올성 간질환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 술을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많이 마셔서 생기는 만성간염의 하나다. 특히 요즘같이 송년모임이 많은 경우 술을 절제하기 힘들 수 있다.
부산대학병원 조몽 교수는 "향후 국내 만성간염 형태는 A형,B형,C형 간염보다는 서구와 같이 알코올성 간질환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특히 알코올은 만성 C형 간염 환자가 간경변으로 이행하는 데 치명적인 상승 작용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윤성철기자 cheol@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