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2% 부족한 '영양교사' 내년 1천7백명 쏟아진다
내년부터 ‘영양교사’ 1712명이 초등학교에 우선 배치됨에 따라 학교 급식의 질이 대폭 나아지고 비만 등에 대한 영양 교육도 한층 체계화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하지만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당장 영양교사를 뽑는데만 신경쓸 뿐 이들에게 제공할 교육 콘텐츠가 마련돼 있지 않아 벌써부터 기존 영양사와 다른 게 뭐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 급식과 아이들의 식생활 교육을 내걸며 영양교사직을 신설했지만, 영양사를 영양교사로 바꾼다고 해서 학교급식이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식생활 교육의 경우 이미 정규교과과정을 통해 가정교사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지난 6월 3000명의 설사·복통 환자가 발생하고 전국 107개 학교에서 위탁급식을 중단한 ‘급식대란’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된 학교급식법 통과, 직영급식 전환, 영양교사 채용 의무화 등 학교 급식시스템 개선방향에 대한 신중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분상승 '영양교사' 어떻게 되나
영양교사제는 이미 지난 2003년 중등교육법과 학교급식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도입됐다. 학교 식중독 사고예방과 학교급식의 질을 높인다는 게 당초 취지였다.
3년 이상 경력의 영양사 중 교육대학원 영양교사 1,2년 과정을 마치면 영양교사 임용시험 지원자격이 주어진다.
연말에 치러지는 임용시험은 필기의 경우 교육학 한 과목만 치르고 면접까지 통과하면 9급 식품위생직 공무원에서 교사로 바뀐다.
영양사가 영양교사로 바뀌면서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신분과 처우다. 영양교사는 말그대로 ‘교사’다.
비록 비교과목교사로 정규수업은 맡지 않고 있지만, 다양한 형태로 식생활 교육이 가능하다. 연봉과 정년도 높아진다.
연봉의 경우 초임 기준으로 연간 1000만원 정도 차이가 나고, 정년은 62세로 일반직 공무원(57~60세)보다 최고 5년이 길다.
지난 6월 개정된 학교급식법은 사실상 모든 학교에서 영양교사를 채용토록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9일 치러진 영양교사 임용시험에는 1712명을 뽑는다. 서울지역 초등학교의 경우 영양교사 경쟁률이 3.6대 1을 기록했다.
합격자 발표는 내년 1월 12일이며, 3월 1일부로 정식 임용된다. 현행 영양사는 모두 영양교사로 전환시켜 나간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다.
◇'영양사+교사' 제자리 잡을 수 있을까
영양교사제 도입은 궁극적으로 ‘양호사→보건교사’, ‘사서→사서교사’처럼 기존의 기능성 위주에서 교육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를 비롯한 대부분의 교육 관계자들은 당장 영양교사의 영역이 넓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별도의 교육시간이 책정돼 있지 않은데다, 본래 업무인 학교 식중독 사고예방과 학교급식 질을 개선하는 부분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처지가 비슷한 보건교사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하는데 있어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소위 ‘시간 동냥’을 해서 겨우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학교체육보건급식과 관계자는 “영양교사의 경우 별도의 정규수업시간이 책정된 것은 없다”면서 “다만 방송교육이나 담임 선생님을 통해 식생활개선 등에 관한 내용을 조·종례 시간에 간접적으로 교육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 콘텐츠 확보도 문제다. 식약청 영양평가팀 관계자는 “영양교사들이 아이들을 상대로 교육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 담당부서가 사실상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영양사협회 정책팀 관계자 역시 “영양교사는 아직까지 학교급식 개선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 아직까지는 교육부분은 그 역할에 한계가 있다”면서 “협회 차원에서 영양교사들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영양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교육 전문가들은 영양교사에 대해 기존 영양사와 신분·처우만 달라졌을 뿐 내용상의 차이와 개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즉, 알멩이가 빠진 채로 영양교사제가 적용됐다는 것.
영양교사제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측은 “이제 학교 영양사 관련 교원은 영양사, 영양교사, 비정규직 영양사, 위탁업체 영양사 등 4가지로 나뉠 것”이라며 “이들 중 특히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학교 영양사도 교사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실제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김태형 기자 kth@mdtoday.co.kr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