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 '초비상'

차량 전파 의심..같은 부화장 사용 농장 주시
최초 농장 10㎞밖 추가 발생하면 사태 '심각'

조정현 기자

두번째 조류 인플루엔자(AI) 발병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방역 당국과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 19일 전북 익산에서 최초 발병이 확인된 뒤 지난주말과 이번주초 추가 발병이 없어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였으나, 28일 결국 같은 지역에서 고병원성 AI 발생이 확인되자 크게 긴장하고 있다.

당국은 두번째 AI 발병이 최초 발병 농장으로부터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보고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 범위를 넓히면서 역학 조사를 강화, 전파 경로 차단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최초 발병 농장으로부터 반경 10㎞, 매뉴얼상 '경계지역'을 벗어난 지역에서 추가 감염이 발견될 경우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왕겨 운송 차량이 전파?

익산의 두 번째 발병 농장은 최초 발병 농장으로부터 반경 3㎞, 즉 '위험지역' 경계에서 약간 바깥 쪽에 위치해 있다.

당국은 비슷한 시기 두 농가에 바이러스가 유입돼 다발적으로 발병한 것이 아니라, 첫 번째 농장에서 두 번째 농장으로 바이러스가 옮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최초 발병이 확인된 지난 19일보다 2~3일 앞서 두 농장에 바이러스가 유입됐다고 가정할 경우, AI의 잠복기가 보통 2~3일인 점을 고려할 때 두 번째 농장의 발병 시점이 너무 늦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당국은 첫 번째 농장의 신고가 접수돼 초동 방역 조치가 취해진 22일이전인 '공백기'에 바이러스가 유출,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농장 인근에 공통적으로 23번 지방도로가 있고, 두 농장을 포함한 부근 양계장을 드나드는 차량들이 이 도로를 주로 이용하며 두 농장이 같은 정미소에서 공급받은 왕겨를 사용한 적이 있다는 점 등도 이같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 2003년 전파 주범 '부화장'..역학조사 진행

2003년 AI 발병 당시 확산의 매개 역할을 한 부화장도 요주의 대상이다.

여러 농장이 같은 부화장을 사용하면서 운반차나 난좌(알자리) 등을 통해 서로 AI 바이러스를 옮기고 퍼뜨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단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첫번째와 두번째 발병 농장은 같은 부화장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미 최초 발병 농장이 이용한 익산 지역의 두 부화장은 완전 폐쇄됐다.

그러나 폐쇄되기에 앞서 최근 이 부화장을 이용한 농장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태다.

농림부 관계자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최초 발생 농장과 관련된 부화장, 달걀을 분양받은 농장, 부화장에 출입했던 달걀 수송 차량, 사료 차량 등의 이동 내역을 갖고 역학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오늘(28일) 방역대책회의에서 지자체장 등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아직까지 다른 지역에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역원은 지난 2003년의 경우 바이러스가 10월말이나 11월초 충남 천안 소재 오리 농장에 유입된 뒤 부화장을 통해 다른 오리 및 닭 사육장에 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추가 확산 가능성은

방역 당국도 최초 발생 지역 부근에서 한 두 곳 정도 더 발병이 보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양계 형태가 같은 지역에 밀집, 대량 사육하는 방식이므로 치밀하게 차단 방역을 한다고 해도 완벽하게 전파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림부는 '방역망이 뚫린 것이 아니냐' '초기 차단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추가 발생 지역이 최초 발생 농장 반경 3㎞안에 있는 만큼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최초 발생 농장으로부터 설정된 반경 10㎞의 '경계 범위' 안에서 상황을 끝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이 경계 범위를 넘어 또 다른 감염 사례가 확인될 경우 사실상 지난 2003년처럼 전국적 확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현재 '주의' 단계인 AI 경보 수준도 '경계'를 거쳐 '심각'까지 높아질 수 있다.

이날 박홍수 농림부 장관이 시.도 방역 관계관 및 단체장 회의를 열고 각 지자체에 철저한 도계장 및 부화장 관리와 조기 신고 체계를 주문한 것도 AI의 전국적 확산을 경계한 때문이다.

2003년 첫번째 AI 발병 당시에는 12월 10일 충북 음성의 한 닭 사육 농장에서 닭 2만6000마리가 죽은 뒤 각각 5일과 7일 뒤 같은 음성 지역 오리 및 닭 농장에서 추가 발생이 확인됐다.

이후 다음해 3월까지 약 4개월 동안 전국 6개 시.도, 10개 시.군의 19개 농장에 퍼져 530만 마리의 닭.오리가 살처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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