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은 어머니의 된장국이다 요즘 전국 초중고 학교에 근무하는 영양사들의 마음이 무겁다. 하루가 멀다 하고 주요 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식중독 사태, 시장논리에서 비롯된 위탁급식업체만의 일로 외면해 버리기에는 가볍지 않은 사안이다. 대안으로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직영급식체제 역시 종사하는 급식원의 태만과 방심이 언제든지 엄청난 사태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기에 모두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매일 그 대안이 쏟아지고, 정책시비도 끊이지 않으며, 더 나아가 선진국의 우월한 급식체계를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한껏 목청을 높이는 등 그 어느 때보다도 급식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급식에서 제일 중요한 점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슬며시 떠오르는 생각은 또 무슨 마음일까? 학교 급식은 성장기에 있는 어린 학생들에게 건강만이 아니라 장래의 식습관을 결정할 수 있기에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다. 현대사회의 산업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맞벌이 가정 형태는 가파른 증가추세를 보이게 될 것이며, 교육의 중심은 가정에서 학교로 이동해 갈 것이다. 그 전환의 속도에 비례하여 학교 교육이 담당해야 하는 역할은 더욱 심화되기에 어린 학생들의 건강과 올바른 식습관 배양이라는 교육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합당한 교육체제를 마련하는 것은 결코 지나친 처사가 아니다. 과거 어머님들이 새벽같이 일어나 하루 종일 학교에서 공부와 씨름할 자녀들을 측은해 하며 정성을 다해 챙겨주던 그 점심과 저녁이라는 사랑을 이젠 학교에서 대신해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교육환경의 변화에 따라 전국 급식을 책임지고 있는 학교장 및 영양사와 조리사들은 다양한 경로로 침투할 수 있는 오염원을 차단하고 신선하고 청결한 식품을 유지, 제조하기 위한 시스템, 학부모와 학생들의 작업 참여 및 모니터링 제도, 위생적인 검수제도와 같은 현대적 급식시스템(haccp)을 도입, 운영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학업에 지칠 대로 지쳐 있을 자녀의 건강으로 노심초사하는 부모님의 사랑과 염려를 담아야 할 책무도 안고 있는 것이다. 먹거리가 그리 많지 않던 그 옛날 시골집, 저녁놀 질 때면 주린 배를 쥐고 귀가할 자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가마솥 옆으로 서둘러 끓여 내던 된장국, 부엌 한 귀퉁이에서 눌은밥 한 끼로 식사를 할지언정 자녀들이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에서 삶의 행복을 찾았던 우리네 소박하고 정겨운 어머니. 우리 급식종사원들은 그런 어머니의 간절한 심정을 급식 한 끼 한 끼에 담아내었다. 비록 장작불로 시커멓게 그을린 부엌이 현대적 주방으로 바뀌었고 가마솥을 전기밥솥이 대신하고 있긴 하지만 이것이 한국의 토속적 급식의 주재료였으며 급식 종사원들이 시종일관 실천해 온 중요한 가치였다.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급식의 문제, 국민과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 위에 우리 인간 생명의 원천인 어머니께서 끓여주시던 된장국을 제공해야 한다는 실천의지에서 본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어머님의 된장국.’ 이것은 우리 한국사회의 급식제공자라면 누구나 꿈꾸었던 이상과 사명이었다. 그동안 절차와 과정에 얽매여 잊어버리고 산 사명이기도 했다. 이제 근본으로 돌아가 잘못된 것은 없는지 반성하고, 오해를 위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살펴볼 때이다. 그래야 한동안 혼란 속에서 헤매던 시간을 정리하고 급식의 수혜자와 공급자 상호간에 잃어버렸던 신뢰를 회복하게 될 것이며 급식체계에 대한 걱정의 눈초리를 불식시키게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출발의 근거이기도 하고 최종의 도달점이기도 한 ‘어머니의 된장국’을 곱씹고 철저히 실천해 가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볼 시간이다. 이주영<대전시 중학교 학교급식영양사회장> [대전일보 2006-09-12 2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