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수상한 식당영업 ‘식자재 납품업체’가 무허가 위탁운영, 인력파견까지? 환자의 병원비를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병원 식대급여화 정책. 그러나 질 낮은 식단, 편법적인 식당운영 등으로 환자와 병원 노동자들의 시름만 깊어가고 있다. 지난 6월1일부터 ‘치료’의 일종인 병원밥값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당시 “입원환자의 식사비용이 보험급여대상으로 확정됨에 따라 환자와 가족이 부담해야 할 병원비의 최대 80% 이상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특히 복지부가 밝힌 병원 식대급여화 적영방안에 따르면 병원이 식당을 직영으로 운영할 경우 620원을 가산하고 병원에서 영양사를 직접고용 할 경우 550원(일반식)~1100원(치료식), 조리사 직접고용의 경우, 500원(일반식)~620원(치료식)의 가산이 부여된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병원 식당 직영화와 직접고용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병원에서 법망을 교묘히 피해 ‘직영’을 위장한 ‘위탁’ 운영을 함으로써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병원 식당 노동자의 고용관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식품위생법 상 ‘직영’ 그러나 건강보험법 상 ‘위탁’? 진주에 위치한 한일병원(180병상), 한빛정신병원(이하 한빛병원·120병상), 한일한방병원(이하 한방병원·50병상)은 한 건물에 입주해 있다. 한빛병원과 한방병원은 가장 먼저 입주한 한일병원의 식당을 통해 환자식과 직원식을 공급해왔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6월1일부터 병원밥값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자, 이들 병원은 지난달 12일부터 진주시청 사회위생과에 ‘집단급식소’를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현행 식품위생법에는 학교와 병원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상시 50인 이상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집단급식소’ 영업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 ‘집단급식소’는 조리시설 등 일정한 조건만 갖추면 별도의 고용인원이 없어도 ‘직영’으로 신고가 가능하다. 때문에 영양사와, 조리사, 조리원 등 직접 고용한 식당 직원이 없는 한빛병원과 한방병원도 ‘직영’ 식당의 공동관리자로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식대급여화에 따라 개정된 건강보험법에서 병원식당이 ‘직영’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의 영양사와 조리사, 조리원 등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현재 이들 3개 병원 가운데 유일하게 영양사와 조리사, 조리원을 등을 직접 고용한 한일병원은 건강보험법에 따라 한끼 당 620원의 ‘직영가산’을 받는다. 그러나 한빛병원과 한방병원은 식품위생법 상 ‘직영’으로 신고된 식당이지만 직접 고용된 노동자가 단 1명도 없어 건강보험상 ‘위탁’에 해당되기 때문에 가산없이 기본식(3390원)만 받고 있다. ‘직영’신고한 채 편법 위탁운영 이들 3개 병원의 환자식과 직원식을 공급하기에는 한일병원에서 직접 고용한 영양과 직원(영양사 2명, 조리사 2명, 조리원 6명)만으로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자, 한일병원쪽은 지난 2001년부터 식당외주업체로 허가되지 않은 개인 사업자에게 식당 관리를 부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의료노조 한일병원지부(지부장 김인선)는 “병원쪽이 환자들의 건강과 밀접하게 관련될 수밖에 없는 식사를 허가도 받지 않은 개인에게 맡겨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고 밝혔다. 특히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한일병원은 지난 1월1일부터 5월31일까지 김아무개씨와 식당 위탁계약을 맺고 식자재 관리 등 식당 업무 전반을 위탁해왔다. 한일병원 관계자는 “김아무개씨가 식당 경험이 많아 관리를 부탁했으나 식대급여화에 따라 직영가산이 적용되는 이점을 살리기 위해 계약을 철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일병원지부는 “병원에서 김아무개씨와 계약을 철회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김씨는 식당관리 업무를 맡아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인선 지부장은 “병원이 탈세를 목적으로 여전히 편법적인 무허가 식당 위탁운영을 계속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식자재 납품업체가 인력도 공급? 여기서 더욱 심각한 문제는 2001년부터 영양과 인력부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인력을 추가로 고용했으나, 그 ‘고용주가 누구인지’조차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2003년 11월 이아무개씨는 ‘한일병원 조리원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해 이 병원 영양사의 면접을 통과했다. 이씨는 당시 영양사로부터 “6개월 후 정규직이 될 수 있으니 관련서류를 제출하라”는 말을 듣고 이에 따랐으나 정규직은커녕, 2년6개월 후인 지난 7월12일 이 병원 식자재 납품업체 ‘번개유통’으로부터 ‘해고예고 통지서’를 받았다.<상자기사 참고> 이씨뿐 아니라 박아무개씨도 지난 2005년부터 일해 오다 이씨와 같이 해고될 처지에 놓였다. 한일병원 관계자는 “병원식당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씨와 박씨는 우리병원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씨가 영양사의 면접을 통과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우리병원 인사계를 거치지 않고 사원이 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주시청 사회위생과는 “올 3월 한일병원 등 3개 병원이 이용하고 있는 식당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 결과, 모두 한일병원으로부터 급여를 받고 업무지시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혀 병원 쪽과 엇갈린 주장을 폈다. 한일병원지부에 따르면, 진주시청 사회위생과가 확인한 내용에는 번개유통으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은 이씨와 박씨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진주시청 사회위생과 오정태 계장은 ‘한일병원이 이씨 등을 고용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 “수사권이 없으므로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부분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일병원지부의 판단은 다르다. 한일병원 김인선 지부장은 “병원쪽이 편법적인 무허가 식당운영을 진주시청에서 형식적이고 성의 없는 실사를 통해 눈감아줬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식자재 납품업체 ‘번개유통’은 식당외주업체로 등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등록된 파견업체도 아니다. 부산노동청 진주지청은 2일부터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채용경위와 사실상 노무관리 주체 여부 등을 조사하여 불법파견 혹은 위장도급 여부를 가려내겠다고 밝혔다. 한일병원지부는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호받지 못한 채 하루아침에 거리로 쫓겨난 이씨와 박씨는 병원의 교묘한 법망 피하기와 관계당국의 무성의한 관리감독이 낳은 산물”이라며 “이들과 같은 또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복지부와 노동청 등 관계기관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레이버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