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식자재 산업] (2) 만성화된 위생 불감증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건은 109건으로 3년 전인 2002년(78건)에 비해 40% 늘어났다.

올 들어서도 곳곳에서 학교 급식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는 등 먹거리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와 해당업계는 '재발 방지'를 다짐하지만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기 일쑤다.

왜 그럴까.

식약청 관계자는 "재료마다 구입처가 다르고 여러 단계를 거쳐 유통되고 있어 솔직히 사고 발생의 원인을 찾기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도대체 유통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기에.


◆늘어진 유통단계

축산물은 유통 경로가 특히 복잡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예컨대 전국 도축장에서 출하되는 돼지고기는 경매를 통해 중도매인에게 공급되고,도매인들은 지육(머리와 내장이 제거된 상태) 형태로 고기를 다듬어 서울 마장동 등 전문시장에 물건을 내놓는다.

도매상인들이 부분육으로 1차 가공을 한 뒤 유통업체와 정육점 등에 소매용으로 팔거나,'상회'라는 이름을 단 영세 식자재 공급업체들로 보내져 2차 가공을 거친 뒤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한 브랜드 돈육업체 관계자는 "전체 돼지고기 물량의 60∼70%가량이 이 같은 형태로 유통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축산물이 최소 다섯 단계 이상을 거쳐 소비자의 식탁에 오른다는 얘기다.

문제는 각 단계마다 위생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다.

원가절감 경쟁에 내몰려 중국산 등 낮은 품질의 식재료가 남용되고 있는 농산물 못지않게 국산 축산물에서도 위생사고가 빈발하는 이유다.

◆내팽개쳐진 위생관리


지난 18일 경기도의 한 도축장.출입구 위쪽에 설치된 위생설비인 에어 워시(air wash)가 한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적어도 이날은 '장식품'에 불과했다.

작업자들 몇몇이 그 아래를 통과했지만 에어 워시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40여억원을 들여 지난해 설치했다는 이 에어 워시는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았지만 무용지물처럼 보였다.

이 도축장만 위생관리 불감증에 빠진 게 아니었다.

이튿날 찾아간 서울시내 최대 축산물 집합지인 마장동 축산물 시장.571m의 중앙 통로를 따라 늘어선 점포들은 지난해 22억원을 들여 만든 현대식 간판 덕분에 세련돼 보였다.

그러나 발골(지육 상태의 고기에서 뼈를 발라내는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안쪽 골목에 들어서자 산뜻하던 기분은 이내 찝찝해졌다.

냉장 설비(cold system)도 없이 상온에서 작업하는 곳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새벽 찾아간 서울 시내에 있는 식자재공급업체 B사의 물류 창고.새벽 5시가 되자 직영 급식을 운영하는 C중학교에 냉동 돼지고기를 납품하기 위해 냉동탑차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냉동차가 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한 시간 뒤인 오전 6시.식당은 인수자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작업자는 돼지고기를 식당 바닥에 놓고 가버린다.

이렇게 1000여명이 먹을 고기는 영양사가 출근하는 8시께까지 두 시간가량 방치되고 있었다.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