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농촌 모두 살리는 학교급식은?
학교급식 정책토론회 “법 미진..앞으로 할일 많다”
개정 학교급식법의 문제를 지적하고 안전한 식재료 공급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생협전국연합회 등 7개 교육ㆍ농민 단체는 21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강당에서 학교급식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21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강당에서는 학교급식네트워크, 생협전국연합회 등 7개 교육ㆍ농민 단체 주최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이미경 열린우리당 의원의 후원 아래 학교급식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정재돈 전국농민연합 상임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급식을, 농민들에게는 희망찬 미래를 안겨주기 위해 오늘 토론회를 열게 되었다”며 “이번에 개정된 급식법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시행령 제정 운동에 나서고, 보다 안전하고 좋은 농산물을 생산ㆍ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여전히 문제투성인 급식법을 극복하려면
이어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격려사를 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의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급식법 개정안이 그동안 잠자고 있었다”면서 “학생들이 식중독에 의해 고통을 겪은 후에야 국회는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신을 차리긴 차렸는데 반쯤밖에 차리지 못했다”며 개정된 급식법에도 문제가 많음을 암시했다.
김재석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도 발제를 통해 “안전하고 우수한 식재료 사용 규정이 미흡하고, 국가의 식품비 지원 규정이 없어 급식의 질 향상이 어려우며 학교급식 지원 대상에서 유치원 및 보육시설이 포함되지 않는 등 개정 급식법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성중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본부 사무국장은 “주민발의를 통해 많은 광역시ㆍ도ㆍ시군구에서 급식조례가 제정되었지만 급식법이 오히려 제정된 지방 조례를 담을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급식운동진영이 앞으로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김재석 대표는 “법에 명시되지 않은 중요한 가치들이 반영되는 방향으로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제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와 함께 “계속적인 조례제정 운동과 직영전환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중 국장은 “학교급식재료의 지역내 자급자족 기반 조성을 위한 계획적인 수급 조정 센터 역할을 할 수 있는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형성해나가야 한다”면서 “지역의 다양한 공적 급식체계로 확산할 수 있다면 지역의 농업도 살아나고 건강한 먹을거리 생산공급 체계도 안정적으로 계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실의 송정복 보좌관도 “일본의 지산지소운동처럼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최강은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이사는 “학교급식은 우리 농산물의 수급을 가장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며 “전국의 학생수에 맞게 농축수산물의 식단을 구성한다면 각 품목별 수요량은 예측 가능하여 계획생산을 할 수 있어, 가격 폭락으로 무, 양파, 대파 밭을 갈아엎는 악순환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의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최강은 이사는 “안전한 급식을 위해서는 공급 과정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학교에서의 발주와 계약업체의 최종발주가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안전한 식재료가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조급하게 발주일에 맞추어 생산되는 식품들은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이루어지는 학교의 제품 발주는 최소한 수요일에 이루어지도록 하고, 유통기한을 통한 검수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최 이사는 또 “최저입찰제는 업체들을 부도 위기로 내몰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원산지 허위표시, 유통기한 변조, 색소처리, 방부제 처리 등의 문제가 일어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 업체들은 당연히 처벌받고 퇴출받아야 한다”면서도 “그러한 행위들이 단순히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인 상황에서 아무리 처벌을 강화하고 마녀사냥을 한다 한들 그런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그는 “최저입찰제는 각 품목별 생산비조사에 따른 최적입찰제로 변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이사는 그밖에 “생산 이력제와 유통 인증제를 도입해서 검증된 생산(한살림, 우리밀농협, 생협, 농관원, 흙살림 등), 검증된 제조(HACCP, 공장등급제 등), 검증된 유통의 3박자를 갖출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해 진행되는 것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해 진행되고 있는 지자체의 사례들이 발표되어 관심을 끌었다.
손동호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부산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시민ㆍ생산자 물류센터 설립’에 대한 사례 발표를 통해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 센터는 지난 3월 10일 발기인대회를 열고 현재 생산자 직거래 시범운영을 실시하고 있다. 물류창고와 사무실이 마련되면 8월 정식으로 창립하여 올해 하반기부터 지역 학교들과 직접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홍경식 전남 나주시청 농업팀장은 나주시의 ‘친환경학교급식 클러스터 계획’ 사례를 발표했다. 올해부터 2008년도까지 1천147억을 들여 추진되는 이 사업은 친환경농산물 안전관리유통센터 설치, 친환경학교급식 네트워크 구축, 생산기반 확대 및 농가ㆍ소비자 조직화를 내용으로 담고 있다. 여기서 구축된 네트워크는 생산농가조직과 학교급식 대상학교가 나주시청과 농협의 연계 고리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농촌지원 및 1교1촌 운동도 가능하게 해 준다.
나주시청 농업팀
홍경식 전남 나주시청 농업팀장이 제시한 친환경학교급식 클러스터사업 체계도.
김정택 인천지역학교급식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인천시 조례제정 이후의 학교급식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대표적 품목인 쌀의 경우 2004년 강화도환경농업영농조합이 학교와 계약을 체결하고 농협이 수매ㆍ저장ㆍ도정하여 영농조합이 공급하는 방식으로 공급이 이루어졌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한다. 이것이 확대되면서 현재 많은 지역 농업조직들이 학교와의 직거래를 통해 좋은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제주도의 친환경급식 추진 사례도 발표되었다. 15개 지역 농업조직, 8백여 명 회원으로 이루어진 제주도친환경농업단체연합회는 현재 제주도 전체 학교의 33%인 97개교에 친환경농산물을 제공하고 있다. 이 조직은 한국생협연대 제주물류센터와 업무 협약을 맺음으로써 생산단체가 생산한 물품을 지역 학교에 직접 공급하는 방식을 강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야
이날 토론회는 많은 관계자 및 시민들이 참여하여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참석자들은 새로운 사례 발표에 귀 기울이면서 질문과 조언을 주고받았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중앙정부가 재정적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아이들의 건강과 농촌을 살리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상 최악의 학교급식 식중독 사태가 벌어진지 딱 한달이 지났다. 급식법이 개정되긴 했지만 많은 것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식중독 사태가 한때의 소동으로만 그치게 될지, 교육현장을 바꾸어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지는 교육 주체와 당국의 노력에 달렸다.
[시민의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