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친 CJ가 납품업체 파멸로 내몰았다!"
CJ 물귀신작전? '집단급식사고' 이후, 중소급식업체 '존폐위기'
▲CJ푸드시스템이 급식대란 이후, 급식의 직영화에 일조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중소 급식업체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급식대란> 중소위탁업체 “정부, 감염 경로 밝히는 데 실패‥CJ푸드를 처벌하기는커녕 면죄부 준 꼴” 비판
CJ푸드시스템(CJ푸드)의 급식대란으로 말미암아 국회에서 1년 넘게 잠자고 있던 ‘학교급식법개정안’이 급물살을 타고 지난 6월 30일 국회 교육위를 통과했다.
급식법의 골자는 ‘학교급식의 직영화’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개정법은 초ㆍ중학교의 경우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와 관할청 승인을 얻으면 위탁급식도 가능하도록 했지만 학교장이 급식을 직접 관리 운영해야 한다는 원칙이 명시돼 사실상 직영급식이 의무화된 셈이다.
그러나 직영급식이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한들 발생 원인이 밝혀진 후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순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회는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마치기도 전에 법개정을 서둘러 진행했다. 이것은 보건당국이 아닌 국회가 이번 식중독 사고의 원인을 ‘위탁급식체제’로 규정한 꼴이 돼버린 셈.
이런 상황에서 중소급식업체들은 “사고는 CJ가 내고 책임은 중소급식업체들이 떠안게 생겼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본지는 학교집단급식 사고 이후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중소급식업체들의 실태를 심층취재했다.
위탁업계 “중소급식업체 삶 터전 빼앗고, CJ엔 면죄부”
질병관리본부는 수도권 일대 학교의 대규모 급식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실패했다. 원인균은 일단 ‘노로 바이러스’인 것으로 확인했지만 감염경로는 규명하지 못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하수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CJ푸드시스템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업체의 지하수 등을 검사했지만 노로 바이러스를 검출하지 못했다.
초기 검사에서 감염 경로를 밝혀내지 못했는데 뒤늦게 바이러스를 찾아낸다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에 누가 책임져야 할지, CJ푸드시스템에는 어떤 조처를 해야 할 지도 모호해진 것.
이런 가운데 학교급식 직영화를 골자로 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지난 30일 국회에서 통과돼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위탁급식 업체들은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생겼다. 일각에서는 ‘도대체 위탁급식은 왜 시작한 것이냐’ 등의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CJ 손 털고 뒷감당은 중소업체가?
지난 7월 6일 중소위탁급식업체 종사자들이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직영과 위탁급식을 함께 실시해 생존권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전국의 중소위탁업체 대표 등 5백여 명은 발표된 성명서를 통해 ‘직영급식 의무화’를 포함한 학교급식법의 국회 졸속 처리는 ‘식재료 위생관리체계의 허점과 심각한 안전성의 문제’라는 본질적인 문제에는 접근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중소위탁업체들로 구성된 한국급식관리협회는 “이번 급식대란의 원인은 조리과정의 문제가 아닌 식재료 위생안전의 문제”라며 “정부와 국회는 원인균인 노로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를 밝히는 데에도 실패해 CJ를 처벌하기는커녕 면죄부를 주게 되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또한 “대기업 CJ는 처벌도 못하고 중소위탁업체의 삶의 터전만을 빼앗아 가고 있다”며 식재료 위생관리체계 확립, 식품행정 일원화, 직영과 위탁의 병행 상호경쟁 발전, 관련 예산의 확보 등 근본적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학교급식이 직영으로 전면 전환되면 CJ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위탁급식에서 손을 뗀다고 해도 대기업들은 식자재 유통업을 통해 학교급식업과 계속 관련을 맺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반면 학교급식 시장에만 생계를 걸고 있는 중소 및 개인 급식업체들은 거리로 나앉게 생긴 형국이 되어버린 것이다.
너무 빨리 고친 ‘외양간’ 튼튼할까?
일각에서는 위생관리체계의 허점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있는 급식산업을 과연 직영화라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실제로 식품안전청의의 통계에 따르면 직영이 위탁에 비해 식중독 발생 비율이 높다. 그런데 왜 직영이 위탁보다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일까? 시민단체나 학부모들은 영리 목적을 배제한 학교장이 책임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는 현실적인 벽 앞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국회의 ‘직영급식’ 카드를 회의적으로 보는 일각에서는 인력과 비용의 부담이 가중되고 급식사고의 은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편 학교위탁급식 시장 규모는 4조원에 이르지만 이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30-3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1천개가 넘는 중소 또는 개인업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한 급식업 관계자는 “학교급식 전체의 15%에 불과한 위탁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해야만 문제가 해결된다는 발상은 틀렸다”며 “위생상의 허점이 위탁급식의 문제인 양 호도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위생관리체계의 향상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며 “직영급식의 학교 교장, 행정실장, 영양사로 이어지는 관료체계만을 강화시켜 식재료의 안전성을 강화시킨다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행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급식관리협회의 박태준 사무총장도 학교급식법 개정에 대해 “예산 등 현실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 비판했다. 또 “전국 1천6백55개의 위탁급식 학교를 직영화 하면 최소한의 시설비와 인건비 등으로 학교당 2억원씩 모두 3천3백10억원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이 비용이 당장 내년 예산에도 반영되지 않았고 영양사, 조리사 등 전문 인력 외의 배식, 검수 등에 학부모의 지원이 필요하나 그것도 쉽지 않다.”라며 현실성이 없음을 지적했다.
직영이든 위탁이든 생산에서 유통, 조리, 배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철저하게 위생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다. 특히 식재료 유통의 안전성을 전반적으로 확보하지 않는 한 집단 식중독 사고의 재발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따라서 유통 전반의 식품 위생 관리가 해결되지 않는 한 직영 급식도 급식사고로 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결국 학교급식의 위탁이나 직영에 앞서 공급에서 유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식품안전 관리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 학교급식의 직영화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이다.
<인터뷰> 한국급식관리협회 박홍자 회장
"CJ 물귀신 작전에 중소급식업체 익사 위기"
학교급식개정법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된 이후 국회에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한국급식관리협회 박홍자 회장을 지난 12일 만나, 집단급식대란 이후 중소급식업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우리나라 급식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 집단급식사고 이후 중소급식업체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는데.
“학교급식에 전 재산을 걸고 일해 왔던 중소급식업체들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게 생겼다. 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은 물론이고 중소급식업체에서 일하던 직원들도 한숨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원인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채 졸속적으로 학교급식법을 개정하는 데 있어 학교급식의 중추에 있는 중소급식업체들의 의견이 소외된 것에 심히 유감이다. 학교급식을 공약으로 내걸고 출범했던 김대중 정부 시절, 그야말로 정부가 민간자본을 유치해 공약을 지킨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믿고 시작한 것인데 한순간에 설자리를 잃었다.”
- 중소급식업체들이 CJ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가.
“한마디로 여간 얄미운 게 아니다. CJ는 과거 7~8억원씩 들여 급식시설에 투자하고 영업사원을 동원해 학교급식 시장을 확장시켜 가는 가운데 중소급식업체의 입지를 위협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급식대란의 주인공인 CJ가 급식의 직영화를 적극 돕겠다는 입장을 공식석상에서 발표했다. 물귀신 작전인가? 이는 CJ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말과는 달리 위탁급식업체를 급식대란의 책임자로 전부 끌고 가는 행동이었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데 일조했다.”
- CJ급식대란이 왜 발생했다고 보는가.
“현재도 많은 초중고학교에서 직영급식이 이뤄지고 있고 식중독 사고의 위험은 직영에도 항상 도사리고 있고 또 발생해왔다. 그렇다면 직영과 위탁의 문제가 아닌 위생관리의 문제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논리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직영이냐 위탁이냐가 아니라 ‘위생점검 시스템’의 부재다.
급식사고가 일어난 36개의 학교 중 30개의 학교가 CJ푸드시스템이 위탁 운영했던 급식현장인 것으로 밝혀졌고 CJ는 이번 급식대란으로 학교급식에서 손을 떼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급식대란도 급식의 위생과 관련된 총체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CJ가 학교급식에서 손을 떼고 급식체계가 직영으로 운영된다고 해서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이번과 유사한 2003년 CJ급식대란 발생 때, 제도적인 보완 요구, 3년 지난 지금 해결 된 것 없어"
- 협회는 학교급식법의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미 84.6%라는 절대 다수의 학교급식이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고, 숫자적으로도 직영급식에서 더 많은 식중독 사고가 발생해왔다. 이런 현실은 외면하고 직영급식을 의무화하는 학교급식개정법을 통과시켰다는 것은 정부가 이번 급식대란의 책임을 중소위탁급식업체들에게 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소급식업체의 생존권을 외면하지 않고도 학생들에게 안전한 밥상을 챙겨줄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협회에서 생각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2003년에도 올해의 CJ급식대란과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13개 급식소에서 1천5백여명이 식중독 유사증세를 보였다. 이 사태 후 급식 업계에서는 ‘생계형 식자재업과 단체급식 식자재업 구분 관리’ ‘식자재업을 자유업에서 등록제로 전환’ ‘업체별 품목 인증제 실시’ 등 제도적인 보완을 요구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그렇게도 요구했던 식품위생법상 문제는 어느 것 하나 해결 된 것이 없다. 당시 식품위생법상의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이 있었다면 이번과 같은 집단식중독사고는 예방할 수 있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협회에서는 근본적으로 식자재 위생관리체계의 허점을 해결해야한다고 본다. 이는 직영화가 능사라고 보지는 않는다."
- 직영급식의 의무화를 어떻게 보고 있나.
“직영급식의 장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직영이든 위탁이든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직영화 또한 급식 운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고 급식의 관료화에 따른 유착 비리 등 많은 부작용을 예상할 수 있다. 이는 제2, 제3의 급식대란을 불러오지 않는 다고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 때가서는 도대체 어떤 법이 나올지 궁금하다.”
- 이번 학교급식개정안이 통과됐는데.
“도대체 위탁급식은 왜 시작한지 모르겠다. 선진국은 대부분 학교급식을 직영으로 운영한다는데 직영급식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 처음부터 직영으로 할 것이지 정부는 왜 민간업체에게 학교급식을 맡긴 것인가? 학교급식에 부족한 예산을 민간업체로 대체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 급식업체들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하는 식의 정부의 행동은 너무 무책임한 처사다. 진짜 이민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다. 이 나라를 어떻게 믿고 살겠나”
[브레이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