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과 소통> 학교급식법 개정 이후 과제는 [경향신문] 전국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급식조례제정 등 급식운동을 펼쳐온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배옥병 상임대표와 학교급식의 주무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 우형식 지방교육지원국장, 급식법 개정에 앞장서 온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가나다순)과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만나 급식법 통과 이후 학교급식 발전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입장차는 조금씩 있었지만 "진짜 중요한 건 법 통과 이후인 지금부터"라는 데에는 모두가 인식을 같이 했다. 최순영 의원(이하 최순영)=고등학교가 빠진 것은 못내 아쉽지만 일단 의무교육 기관인 중학교까지 직영을 못박았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고등학교도 학부모들이 원하니 점차적으로 직영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학교급식 법안은 제가 부천에서 시의원을 두번 하면서 학부모들의 뜨거운 지지 속에 추진해 온 것이고, 이후 중.고등학교 급식조례학부모운동을 불붙인 것도 저인 만큼, 이번 법 통과는 개인적으로도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배옥병 대표(이하 배옥병)=저도 직영이 대세로 갈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3년간의 유예기간동안 얼마나 매끄럽게 직영화가 진행될 것이냐는 부분입니다. 저희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에서도 몇년전 직영화에 대해 교사, 학부모 설문조사를 했는데 학부모는 90% 이상이 찬성했지만 선생님 세분이 위탁을 더 찬성한다는 이유로 교장이 반대했습니다. 단위학교의 자율결정에만 맡기면 유예기간 동안 빠른 직영화를 요구하는 학부모들과 교사, 교장 사이의 갈등이 우려됩니다. 교육부에서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행령을 잘 마련해줬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우형식 국장(이하 우형식)=그런 예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대다수 학교의 사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장, 교사는 싫어하는데 억지로 굴복시킨 직영 급식이 잘될까 싶습니다. 어렵지만 인내하면서 설득하고 같이 가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직영이냐 위탁이냐를 똑같은 선에서 선택하니 학교 입장에선 편한 위탁을 주로 선택했지만 이젠 직영이 원칙화된 만큼 달라지지 않을까요. 교육부로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막대한 재정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냐는 겁니다. 솔직히 부담스럽습니다. 현재 초.중.고 1,655개교가 위탁하고 있는데, 이를 직영전환하는 데는 학교당 2억원씩 3천3백10억원이 필요한 걸로 보고 있습니다. 노후시설 개선비가 1억원, 영양사, 조리사 등 인건비와 운영비 등 급식개선비가 1억원이죠. 급식개선비 1천6백55억원은 매년 드는 돈이죠. 더 큰 문제는 소요경비가 직영전환 경비뿐 아니라 생활보호 대상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자녀 등에게까지 늘린 무상급식 대상자 지원에도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3천5백66억원가량이 이 쪽으로 소요될 것 같은데, 일시에는 되지 않겠죠. 학부모들이 만족하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순영=안타까운 점은 그 막대한 돈에 국고지원 규정이 명확히 명시돼 있지 않아 지자체 부담이 늘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식재료비의 경우는 국가지원이 전혀 없어 재정자립도가 아주 낮은 지역들은 걱정이 됩니다. 배옥병=맞습니다. 지금까지 어렵게 지자체별로 급식조례운동을 펼쳐 왔는데, 국고지원 하나도 없이 법이 통과되며 지역별로 진행된 조례제정 운동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지 우려됩니다. 지금까지 전국 120개 시.군.구에서 급식조례가 주민발의로 제정돼 시행되고 있습니다. 주로 지자체가 친환경농산물 급식재료의 증액부분을 지원하는 형태죠. 최순영=직영전환 자체보다 건강한 식재료를 어떻게 보장하느냐가 더 큰 문제입니다. 전반적인 급식 교육이나 정책을 연구하고 컨설팅해줄 중앙급식지원센터의 설치를 요청했는데, 다수 의원들이 기구가 는다는 단편적인 이유로 반대해 아쉽습니다. 꼭 필요한 기구는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죠. 중앙급식지원센터 설립은 장기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급식개정안에서 의무화된 지역별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어떻게 운용할 건지 궁금합니다. 우형식=시.군.구 기초자치구 234곳에 설치될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모습은 자치단체 조례에서 정하는 것이지만 지방은 워낙 농협중심의 유통망이 발달돼 농협에 의존하는 식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개별학교에서 필요한 것을 계획하고 유통하는 것은 너무 힘든 만큼 전문성이 없는 지역 농협 중심으로 유통기구를 만들어서 지자체의 행정력을 가지고 좋은 식자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의 의견수렴 방안은 차차 의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배옥병=농협을 활용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농협 중심은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지역농산물을 자기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원칙하에 직거래를 활성화시키자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운영주체는 지방자치단체가 맡되 농민 등 생산자, 영양사, 학부모, 지역교육청 인사 등이 안전한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요에 따른 품목들을 그 지역에서 계획재배할 수도 있죠. 저희는 민간부분을 조금더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한가지 지역급식지원센터는 생산과 공급을 효과적으로 하는 것뿐 아니라 안전한 식재료에 대한 이해 등 교육도 함께 하는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우형식=교육부에서도 중앙에 급식지원센터를 두자고 했는데 빠진 것이 아쉽습니다. 배옥병=사실, 얘기를 좀 바꿔보자면 직영이고 위탁이고 핵심은 건강한 식자재에 있습니다. 직영전환을 하면 공이 학교로 넘어오게 되는 셈인데, 학부모의 노력은 그만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직영 중에서도 잘하는 학교와 잘 안되는 학교는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교사, 학부모가 참여하느냐입니다. 소수가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학부모가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아이 학교에선 3인1조로 대부분의 부모가 식재료를 살피고, 조리과정도 함께 지켜보는 모니터 활동을 했습니다. 또 급식소위원회에 열심히 참가하길 바랍니다. 소위원회 활동은 월 1회 식단심의, 수입품과 완제품 사전심의, 학생 교사 학부모 의견 취합 등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소위활동에서 느낀 것은 아이들이 어른보다 훨씬 성실하게 문건정리도 잘하고 사진까지 찍어 의견을 피력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참여폭도 커졌으면 합니다. 최순영=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인식이 따라주지 않으면 제도는 무의미합니다. 급식을 학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먹는 밥이니만큼 꼼꼼히 챙겼으면 합니다. 그런데 부모로서 시간을 내서 학교 가는 것이 힘들다는 점도 있지만 학교 가는 자체가 꺼려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급식 운동을 계기로 학교운영 자체도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민주적 운영방식으로 변해나가길 기대합니다. 우형식=모든 교육정책엔 학부모들의 자발적 운동이 큰 축을 이루게 됩니다. 좋은 사례들이 축적되는 것만큼 최선의 추진동력은 없죠. 최순영=개정안에 빠진 부분이 많은 만큼 교육부에는 시행령을 잘 만들어줄 것을 특별히 부탁드립니다. 급식이 한끼 때우는 것이 아닌 교육의 일환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급식개정안엔 식재료에 대해 "이건 안된다"만 있지 "이걸 먹여라"가 없습니다. 친환경, 우리농산물 사용 등을 시행령에 담도록 노력해 주세요. 저도 예산확보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배옥병=최의원님이 말씀하셨듯이 학교급식법 핵심은 직영 자체보다는 안전한 식재료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단체가 앞으로 활동할 방향은 3가지입니다. 급식법에 빠진 '국내산 식재료 원칙' 부분에 대한 시행령 보완과 지역별로 친환경농산물을 지역에서 지원하도록 하는 급식조례운동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이미 전국 234곳 중 120곳이 시행중이고, 60여곳은 서명중입니다. 내년까지 꾸준히 하면 웬만한 시.군.구에서는 다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마지막으로 생산에서 밥상까지 소비자가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식재료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식품안전기본법 제정을 준비할 것입니다. 예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예산은 우선순위와 의지 문제인 것 같습니다. 가령 가장 위탁비율이 높은 서울시의 경우 3년전 잠자고 있는 식품진흥기금이 9백억원이었습니다. 이 돈이 위탁업체 융자나 학교식당 메뉴판 만드는 데 쓰이고 있었습니다. 우형식=안전한 급식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학부모들은 직영급식으로 빨리 가길 원할 텐데, 행정담당자들로선 연차적으로 혼란없이 갈 수 있겠느냐의 부분이 고민스럽습니다. 특히 대도시에서 위탁비율이 높은데, 연차계획을 얼마나 잘 세우느냐는 시.도교육감 의지이죠. 시행령에 대해 많은 주문을 하셨는데 아직은 법 통과된 지 얼마 안돼 주된 방향은 없습니다. 모처럼 여야의원 합의로 개정된 만큼 시행령에도 많은 진전이 있으리라 보고, 학부모단체, 급식관련 종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입니다. 다만 무상급식 확대, 친환경 농산물, 우리농산물 사용 원칙 등은 WTO 위배 등으로 대법원 제소가 걸려 있고 예산 등 얽혀있는 문제가 많아 현실적으로 쉽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