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위탁 낙찰방식 식중독 악순환 ‘고리’


[긴급점검] 학교급식 실태와 문제점


최근 수도권 일대 학교급식 사고의 원인을 놓고 각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저가낙찰방식에 의한 질 나쁜 식재료를 납품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학교급식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사고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싸게 더 싸게’=“품질엔 상관 없이 무조건 싼 것만 찾는 급식업체의 요구에 질렸습니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국내산 과일을 취급하는 이모씨(29). 이씨는 사실 8개월 전까지만 해도 모 급식대행업체에 과일을 공급했던 거래업자였다. 하지만 무조건 싼 과일만을 찾는 업체 측의 계속된 요구에 결국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그는 “어른이 먹는 것보다 더 좋은 농산물이 공급돼야 할 학교급식에 가격만이 유일한 납품 기준이 되고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급식사고의 원인을 ‘위탁’이라는 운영방식에 돌리고 있다. 사실 학교와 급식 위탁계약을 체결한 업체의 입장에서는 이윤을 한푼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 식단가를 최대한 낮추고자 하는 게 당연하다. 때문에 이들은 자연히 ‘더 싼’식재료를 납품받길 원하고 이는 결국 급식 식단의 질 저하를 낳는다.

2003년 서울시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직영급식(초등학교)의 경우 한끼 식비 1,540원 중 식재료비는 94.7%인 1,459원이지만, 위탁급식(중·고교)의 경우 한끼 식비 2,140원 중 식재료비는 1,193원으로 55.7%에 불과했다. 운영경비(825원) 외에 업체의 이윤(122원)이 별도로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직영급식만으로도 해결 어려워=하지만 부실 급식문제는 비단 위탁운영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직영급식의 경우에도 저가낙찰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어 질낮은 식재료가 공급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것. 학교 영양사들의 모임인 (사)대한영양사협회의 곽동경 회장은 “식재료의 최저가 입찰제를 폐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식품의 품질기준을 근거로 최적 가격을 산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직영급식의 경우 급식사고의 모든 책임이 학교장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학교로서는 큰 부담이다. 경남 거창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지역 내 대부분의 학교가 직영급식을 하고 있는데, 관리·감독을 잘 한다고 해도 언제 어디서 급식사고가 터질지 몰라 늘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직영급식이 말이 쉽지, 학교가 지는 심정적·행정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털어놨다. 원산지표시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손숙미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조금이라도 가공된 농산물은 원산지표시가 제대로 안돼 국산인지 외국산인지 구분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자식이 하루 세끼 중 한끼 먹는 투자에도 인색한 학부모들=급식단가 인상에 소극적인 학부모들 역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정부 규정상 급식경비 중 시설비와 운영비는 학교 설립 경영자가 부담토록 돼 있는 반면, 식품비는 학부모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런 탓에 정부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 한 급식 질 개선에는 학부모들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이 제공되는 데만 관심을 갖지, 급식단가를 인상하는 데는 선뜻 찬성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행정·재정적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