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푸드 급식 철수, 여전히 남은 문제점은?
【서울=머니투데이/뉴시스】
“이번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해당 학교에 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회사로서 저희 CJ푸드시스템(12,300원 2,150 -14.9%)은 큰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26일 CJ푸드시스템 임직원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고개를 깊숙히 숙였다. CJ는 이 자리에서 학교 급식 철수 외에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2일 서울시교육청 발표로 촉발된 급식 대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그러나 CJ측의 사태해결 의지만으로 급식 문제가 본질적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또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납품업체들이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되는 등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기업에만 화살을 돌린 채 사후약방문에 급급한 보건당국의 느슨한 행정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급식대란 언제까지=지난 22일과 23일 서울시교육청 등에서 학교급식 중단 명령을 내리면서 전국 102개 학교, 9만여 명의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오거나 분식으로 점심을 때우는 등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CJ푸드시스템이 이날 학교 급식 사업에서 공식적으로 철수한다고 밝힌 이상 초중고의 이같은 급식 대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각 학교들이 다른 급식업체를 선정하는데도 최소 2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교육당국의 견해다. 급식업체 선정공고를 내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다음달 20일쯤 부터 시작될 여름방학 전까지는 급식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일부 학교의 경우 기말고사를 연기하는 등 학사 일정이 파행을 빚기도 했다.
◇급식철수, 납품업체는 어디로=현재 CJ푸드시스템의 학교 급식사업과 관련된 납품업체는 200여개에 달한다. CJ가 학교 급식사업에서 철수함에 따라 이들의 운명도 풍전등화에 직면하게 됐다.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CJ 측의 입장이다.
다만 사업이 당장 올 스톱되는 건 아니고,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좋은 노하우를 가진 우수한 납품업체의 경우 직영으로 전환하는 학교와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는 게 CJ 측의 입장이다.
그러나 당장 납품선이 끊길 운명에 처해진 업체들은 이 정도 대책으로는 생존을 답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급식 대란의 책임 유무를 놓고 CJ와 납품업체간 법적인 송사가 빚어질 가능성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CJ푸드시스템은 무엇을 잘못했나=어디에 오류가 있었는지에 대해 CJ 측은 아직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식약청의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예단해서 말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자칫 납품된 식자재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입장을 발표했다가 책임회피논란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CJ푸드시스템은 총체적인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전망이다.
사태 발생이후 대기업인 CJ의 위기관리시스템에도 현격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서울시교육청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전까지 사전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식중독 사고 학생 숫자를 몇 배로 늘렸다.
정보공개도 미비했다. 이날 이창근 CJ푸드시스템 대표이사는 이러한 점을 모두 인정했다.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식품기업으로서 치명상을 입은 CJ그룹이 앞으로 이번 사고를 어떻게 반면교사로 삼을지 두고 볼 일이다.
◇모든 걸 기업에 돌릴 건가=늘 중대한 식품사고가 발생하면 으레 따라오는 말이 있다.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CJ푸드시스템에 모든 화살이 돌아갔다. 식약청을 비롯해 보건당국은 원인규명에 급급한 실정이다. 해마다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제대로 된 예방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선 학교의 경우 직영 급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가 많았지만 그동안 번번이 예산 문제를 들어 이를 외면해 왔다. 특히 일부 학교의 경우 급식 단가를 낮춰 저질 식자재를 유입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뒷돈을 받아 제대로 된 급식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정치권도 한몫했다. 사고가 터지면 현장을 방문하고 브리핑을 듣는 시늉을 하지만, 정작 급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출된 학교급식법안이 1년4개월째 국회에서 방치되고 있다.
대기업 급식사업체의 한 관계자는 “CJ가 아니라 우리 회사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조마조마하게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며 “이 기회에 보다 선진적인 급식시스템에 대해 공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