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급식’ 풍경 들여다보니



[한겨레 ]

[한겨레] 지난달 이른바 ‘무릎 꿇은 교사 사태’가 불거지면서 문제의 발단이 된 학교 급식 문제가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비좁은 공간에서 교대로 먹다 보니 15분 만에 밥을 먹는 학교도 있다’며 급식 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사건이 교권 논쟁으로 번지면서 학교 급식 문제는 슬그머니 관심에서 멀어졌다. 지난 5일 점심시간 서울에 있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찾아가 급식 현장을 들여다봤다.
서울 동대문구 한 중학교 1학년 김아무개(13)군은 점심시간이 시작되고 20분이 지나서야 교실에서 나갔다. 전교생 1200여명에 식당 규모 360~380석인 학교 사정상 학년별로 10분 간격을 두고 식당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김군은 식당 앞에서 다시 10분을 기다려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에서 3분을 더 기다린 뒤 식사를 받아서 10분 동안 먹고 나왔다. 점심시간 60분이 딱 17분 남았다. 30여 분을 기다렸다가 허겁지겁 10분 만에 식사를 한 셈이다. 그나마도 ‘즐거운 식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학생들이 줄을 제대로 서지 않은 탓에 식당 안은 혼잡하고 시끄러웠다. 반찬은 마늘쫑멸치볶음·연두부·닭감자조림·김치 4가지인데 입 짧은 학생들은 한두 가지 반찬만으로 식사를 했다. 학생들이 혼잡한 식당에서 허겁지겁 식사를 하는 한 시간 동안 식당에서 급식 지도를 하는 교사는 한 명도 없었다. 3학년 이아무개(15)양은 “교실에서 10분 정도 놀다가 밥 먹으러 가도 좀 기다려야 한다. 밥은 10~15분이면 다 먹는데 양이 부족하다. 더 달라고 하면 더 주지만 귀찮아서 그냥 주는 대로 먹는다”고 했다. 학생은 많고 식당은 비좁아 ‘북새통’ 수백m 줄서기 예사…3교대 식사도

같은 시간 강북구의 한 여고. 이 학교는 이날부터 1학년 학생들에게 ‘교실배식’을 시작했다. 전교생이 1500명이 넘는데 식당 좌석은 300여석뿐이라서 식사 대기시간을 줄이려고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점심시간이 되자 2·3학년 학생들이 앞다퉈 식당 앞에 몰려가 300m가 넘게 줄을 섰다. 학생 4~5명이 배식을 하는 1학년 교실 복도에서는 20~30명씩 줄을 서서 차례로 음식을 받았다. 반찬은 된장국·오징어볶음·연두부·김치. 식당은 40여분, 교실 쪽은 30여분 만에 배식이 끝났다. 점심시간 80분 내내 교대로 식사를 해온 데 비해 배식시간이 줄었다. 교사들이 식당뿐만 아니라 복도와 교실을 오가며 식사 지도를 하고 있어 비교적 차분하게 식사가 이뤄졌다. 이 학교 3학년 김아무개(17)양은 “눈·비 오는 날 밥 먹으려고 줄 서서 기다리는 게 정말 불편하다. 더 큰 식당을 짓든지 아예 교실에서 먹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급식 위탁업체 관리자는 “교실 배식을 하면 시간은 아낄 수 있는데 교실 안에 음식 냄새가 배고 조리한 음식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음식의 적절한 온도를 맞추지 못하거나 상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 가운데 학교 식당이 있는 학교는 75.6%다. 서울에서 식당 배식 혹은 식당·교실 배식을 병행하는 학교 가운데 학생들이 3교대 이상 돌아가며 식사를 하는 학교가 58곳에 이른다. 대부분 학교 안에 마땅한 공간이 없어서 식당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탓이다.

교육부 학교체육보건급식과 관계자는 “교실 급식이 75%인 일본에 비해 식당 급식이 잘 이뤄지는 편이다. 예산이나 공간이 한정돼 있어 저학년은 교실 배식, 고학년은 식당 배식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옥병 학교급식네트워크 대표는 “제대로 된 급식을 하려면 중·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안정적인 식당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곽동경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학교 급식은 식당 설비가 기본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즐기면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설비 투자를 해야 한다. 급식을 교육의 하나로 보고 현장에 있는 영양교사가 학생들 건강을 살필 수 있도록 영양상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