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부치기에 행정편의적인 병원 식대"
【서울=DM/뉴시스】
그동안 환자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했던 식대가 내달 1일부터 보험 적용된다.
그러나 복지부는 식대 보험적용 세부기준을 지난 25일에야 고시로 발표, 병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식대는 이번에 처음 보험급여화되기 때문에 수가 산정기준이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워 병원 보험심사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조차 자료를 갖다놓고 처음부터 조목조목 보지 않으면 헷갈릴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보험적용을 불과 닷새 앞두고 세부기준을 발표, 병원에 준비할 시간마저 주지 않고 있어 병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 한 대학병원 보험심사팀 관계자는 "병원에서 환자식대를 새로 보험적용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 데 보험적용을 불과 닷새 앞두고 세부기준을 고시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또 "지난 25일 고시가 나와 주말에는 일을 못하고 이제야 부산하게 준비하고 있는 데 이러한 작업들이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냐"며 "전산팀, 업무팀, 간호부, 영양팀까지 식대수가 산정지침 정보를 공유하고, 숙지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보험적용 시기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29일 현재, 가산금 항목에 속하는 조리사 인력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해야 하는 데 첨부서류 양식이 최근 갑자기 바뀌는 바람에 병원들은 또 한차례 혼선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그동안에는 조리사 인력을 심평원에 신고할 때 자격번호 등 절차가 간단했지만 식대가 보험급여화되면서 조리사 자격관리를 엄격히 한다는 차원에서 시군구에 신고된 자격증을 첨부토록 규정이 강화된 것.
아울러 식대수가에 대한 환자 공지의무를 철저히 규정했으면서도, 병원에는 이를 준비할 시간을 전혀 안주고 있다는 원성이 팽배한 상태다.
특히 식대수가는 매우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어 전문가들도 쉽게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예를들어 일반식과 치료식의 본인부담금이 각각 20%와 50%로 서로 다르고, 중증질환자에 대한 본인부담금은 또 다르며, 6세 미만 아동이나 자연분만 산모 등 본인부담금이 면제되는 환자도 있다.
결국 병원들은 이 같은 갖가지 경우의 수에 따라 식대수가를 표로 만들어 각 병실에 붙이고, 환자들에게 공지해야 하는 의무가 주어졌다.
S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식대에 대한 보험적용 세부기준 고시가 너무 늦게 나와, 날을 새야 할 정도"라며 "복지부는 연말에도 고시를 개정할 때 그렇듯이 병원들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계 일각에서는 또 식대 보험급여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당초 취지가 왜곡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는 턱없이 낮은 식대수가로 병원계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좋지만,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너무 반영하다보니 진료나 처치보다 오히려 식사가 우선시되는 느낌을 주고 있다는 것.
이와관련, G대학병원 관계자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 치료식이나 금식 같은 처방은 당연히 의사들이 내리지만, 일반식의 경우 간호사나 영양사들이 환자하고 얘기해서 충분히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인 데 굳이 의사의 처방에 따르도록 한 것은 너무 지나친 행정규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식대수가 산정지침에 따르면 입원환자 식대는 의사 처방에 의해 제공된 식사에 한해서만 식대수가를 산정토록 돼 있다.
결국 의사들이 일일이 환자에게 어떠한 식사를 할 것인지를 물어서 식사에 대한 처방도 내려야만 식대수가를 산정해 준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도 "환자를 진료하느라 눈꼬뜰새 없이 바쁜 의사들이 특히 대학병원 교수들의 경우 일일이 환자에게 식사형태를 물어보고 할 의사들이 과연 얼마나 있겠느냐"며 "의사의 진료에 약제나 치료재료보다 오히려 식사가 더 중요하게 됐다는 느낌이 들어 식대의 보험적용 당초 취지가 왜곡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