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은소리]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변명


“불법과 불법이 만나면 사고를 낳습니다.” 교통안전 교육을 받을 때 담당 강사로부터 늘 듣는 이야기입니다. 사고란 대체로 ‘서로 다른 둘’이 ‘설마’하는 마음에서 생기는 것임을 미리 경계하는 것이지요. 요즘 교육계에 일어난 일을 여기에 빗대면 “오버와 오버가 만나면 파문을 낳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불신과 불신이 만나면 상처를 낳습니다.”는 어떨까요. “이기주의와 이기주의가 만나면 분노와 환멸을 낳습니다.”는 또 어떨까요.

‘무릎 꿇은 교사’ 사건은 우리에게 던져준 충격 못지않게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사실 이 문제는 크게 보면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다툼일 수 없는 사안입니다. 잘못된 학교급식 체계가 문제인 것이지요. 한정된 식당에 많은 학생들, 넉넉한 식사시간을 보장할 수 없는 학교의 일과는 학교급식이 교육의 연장으로서의 건강한 밥상이라는 의미보다는 때우기 식 점심이 될 수밖에 없고, 이런 점에서 학부모, 교사, 학생 모두가 일종의 피해자인 셈입니다.

문제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만들어놓은 교육청이나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학교의 관리자들은 ‘나는 모르쇠!’로 일관하고서, 모든 문제를 교사들에게 떠넘겨온 데 있는 것이겠지요.

이렇듯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데도, 교육청은 여전히 이런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원활한 학교급식을 위한 방침을 마련해 일선 학교로 공문 보냈다는 소식 없고요, 작은 학교를 폐교한다는 정책은 흐트러짐 없이 추진되고 없습니다. 도시 거대 과밀학급을 해소하기 위한 학교부지 확보 노력도 별반 보이지 않고 있고요.

혹시라도 이번 일을 일부 학부모와 교사의 문제로 치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이런 지적 또한 저 역시 교육청이나 학교관리자에 대한 불신이 깊은 까닭일까요.

잘못된 학교급식 체계가 문제

이 사안과 관련해 꼭 짚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교권침해’라거나 ‘지나치지만 학부모의 정당한 항의’라거나 하는 입장에 서서는 이 문제는 언제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부적절한 학생지도를 했다고 해서 부당한 항의를 해도 되는 것은 아니지요. 잘못했다고 해서 상대를 무시하고 멸시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러나 적어도 학부모는 현재의 학교사회에서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학교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불만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통로를 통해 전달되고 반영되지 않고 있는 학교사회의 높은 벽 또한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저는 이 문제가 우리 사회, 특히 학교사회의 소통능력의 부재 현상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는 없습니다. 갈등은 구성원들에게 많은 사회적 비용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더 큰 비용이 요구됨은 물론이거니와 사회 유지조차 위협받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갈등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 사안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인정하고 제대로 수습해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은 우리 사회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학부모들의 불만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교의 폐쇄성이 결국 건강한 의견 제시가 아니라 비상식적인 항의로 폭발하고만 것입니다. 늦었지만 일상적이고 원만하게 이루어져야 할 학교(교사)와 학부모와의 관계 설정을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합니다.

건강한 소통 문화 정착돼야

두 가지 접근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학교 구성원들이 전인격적인 만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의식개혁 운동일 수 있고, 교양의 확보 운동일 수 있습니다.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마음, 교사를 존중해야 교육이 제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 학부모의 불안감과 피해의식을 이해하고 감싸 줄 수 있는 너그러움, 이런 것들이 없이는 어떤 제도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학교문화를 건강한 소통의 문화로 바꿔야 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이미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에서는 10여년 넘게 주장해 온 바가 있습니다. 학부모회, 학생회, 교사회를 법으로 정해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학교급식 지도에 대한 학부모의 불만이 학부모회에 전달이 되고, 문제제기 한 그 개인이 아니라 학부모회가 주체가 되어 사안의 경중을 헤아려 구성원간의 내부조율에 나서거나, 학교운영위원회를 소집하여 논의했다면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최악의 만남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학교급식 문제 전반에 대한 지적이 있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교육청에 문제해결을 건의하는 한편, 해당 교사의 학생지도방법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의식은 제도를 만들고, 제도는 다시 의식을 만드는 법이지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 어리석긴 하지만,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더 어리석은 일이겠지요. 이 땅의 모든 교사와 학부모가 올바른 학교교육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일,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양태인(전교조 경남지부 교육활동지원팀장)
[경남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