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추적]초등학교 점심시간 3교대는 기본

[경향신문 ]

초등학교 점심시간이 아수라장이다. 비좁은 식당에서 많은 학생들의 점심을 한꺼번에 챙겨 먹여야 하는 탓이다. 이런 모습은 학교 급식이 시작된 1995년 이후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지난 18일 청주 ㅎ초등학교 여교사 ㅇ씨(33)가 학부모들 앞에서 무릎을 꿇는 사건이 벌어졌다. 15분에 불과한 급식시간에 장난을 치다 식사시간을 지키지 않은 2학년 여학생에게 ‘반성문’을 쓰게 하자 이 학생의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학교에 나타나 항의하자 ‘파문을 줄이기 위해’ 그 앞에서 무릎꿇고 사과한 것이다.
문제는 대다수 초등학교가 같은 사정이란 데 있다. ‘3~4교대 급식’은 부지기수고, ‘급식시간 15분’인 곳도 등장했다. 제주에선 10분 급식학교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교육계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면서 뒷짐을 지고 있다. 즐거워야 할 점심시간이 동심을 멍들게 하고 있는 ‘악몽의 시간’이 된 지 오래다.

◇“15분간 다 먹는다”=‘무릎꿇은 교사’ 사건의 진원지인 청주 ㅎ초등학교 학생수는 모두 795명. 그러나 식당 규모는 불과 300여명만 수용할 수 있다. 더구나 식당이 교실에서 300m나 떨어져 있어 이동시간을 감안할 때 점심시간(12시10분~1시10분)에 ‘초비상’이 걸리지 않을 수 없다. 배식시간을 빼면 사실상 밥먹는 시간은 15분에 불과하다. 이 학교 교감은 “어린 학생일수록 개인별로 식사시간이 차이가 커 특별지도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짧은 시간내에 많은 학생들이 식당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광주 ㅅ초등학교 등 3개 학교는 점심시간이 11시30분부터 2시30분까지다. 이들 학교는 학생수가 1,000명이 넘는데도 식당의자가 200~300개뿐이어서 3교대로 점심을 먹는다. 이에 따라 ㅅ초등학교의 경우 3교시가 끝나면 1학년부터 법을 먹으러 간다. 이들은 아직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뒤에 줄 선 친구들을 위해 빨리 밥을 먹어야 한다. 이들의 4교시는 2·5·6학년이 밥을 먹으러 오는 12시10분부터 시작된다. 3·4학년은 정식 점심시간에 5교시를 한 후 허겁지겁 밥을 먹어야 하는 처지다.

이 학교 박모 교사는 “점심시간이 길어지면서 3~5교시가 어수선하게 진행된다”고 털어놨다. 참교육학부모회 관계자는 “학교급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의식이 아니라 바른 식습관을 시킬 수 있는 훌륭한 전인교육 공간”이라며 “제대로 된 시설과 인력 충원없이 이뤄지는 급식 때문에 아이들의 성격이 사나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은 없나=일선 학교 관리자와 교육청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식당을 넓히거나 새로 지을 공간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학생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작정 식당을 지을 수도 없다는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이재삼 경기도교육위원은 “문제의식이 떨어지는 교육관료들이나 일선의 교장·교감들이 예산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면서 “예산만 있으면 옥상이나 지하층을 파서라도 식당공간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학교에서 시행 중인 ‘교실배식’도 대안이다. 그러나 이도 사고 위험 때문에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교실 배식을 하는 전주 ㄱ초등학교 박모군(13)은 “친구들이 식판과 국통을 들고오다 넘어지는 광경을 수없이 봤다”면서 “이런 일까지 학생들에게 시키는 어른들이 밉다”고 말했다.

전교조 광주지부 박정근 정책실장은 “참여정부의 교육예산 6% 확보 공약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교육계의 최대현안인 급식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